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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 OTT의 양극화, 막장과 웰메이드 사이 [ST취재기획]
작성 : 2021년 03월 05일(금) 16:15

펜트하우스2 결혼작사 이혼작곡 / 사진=SBS, TV조선

지상파 vs OTT 퀄리티 양극화, 제작사에게 물었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웰메이드 드라마로 채워지는 넷플릭스와 달리 안방극장은 막장의 왕국이 됐다. 선정성과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OTT 플랫폼과 달리 선정성만 좇아가는 TV 드라마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안방극장은 막장 드라마들이 접수했다.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극본 임성한·연출 유정준, 이하 '결사곡')이 대표적인 예다.

막장 드라마의 필수 요소는 바로 '선정성'이다. '펜트하우스2'에는 자극적인 장면 묘사가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첫 화에서만 세 번의 사망 묘사가 그려졌다. 학생들의 폭력, 돌계단에서의 추락, 살인 교사 등의 장면도 가감 없이 표현된다.

파격적인 설정은 '결사곡'에서도 존재한다. 불륜을 주된 소재로 하는 만큼 부부들의 외도, 불화를 다룬 장면이 즐비하다. 특히 의붓 아들을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도 재미를 위해 다루고 있다.

높은 수위만을 좇다 보니 퀄리티는 퇴행 중이다. 개연성 없이 폭력적인 장면에만 힘을 준 결과다. '펜트하우스2' 속 살인범으로 몰리던 오윤희(유진)는 오직 유서 한 장만으로 누명을 벗게 됐다. 의사였던 하윤철(윤종훈)이 이혼 후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과정 없이 결과만 존재하는 서사는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결사곡'도 원초적 욕망에 집중하다 상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김동미(김보연)가 의붓 아들 신유신(이태곤)에게 흑심을 품고 그의 아내에게 질투를 한다. 남편 신기림(노주현)의 건강을 해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남자의 본능"이라며 불륜을 옹호하는 시대 역행적인 대사도 등장했다.

넷플릭스 웨이브 카카오TV / 사진=각 로고


웰메이드와 막장은 한 끗 차이다. 선정성이 높더라도 완성도를 갖추면 명작이라 표현된다. 그러나 선정성만을 좇았던 안방극장은 아쉽게 '막장 드라마'에서 그쳐야만 했다.

그렇다면 막장 드라마들이 강렬한 소재에만 초점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급변한 방송가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 드라마 시장은 지상파 방송사 중심에서 OTT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했다. OTT 등장으로 시청 연령은 양분화됐다. 젊은 연령층은 대거 OTT로 이동했고, 중장년층은 TV 앞을 지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역시 시청층의 양극화를 촉진시켰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OTT 사용자가 늘어났다.

이에 지상파, 종편의 주 타깃층은 중·장년층이 됐다. 높아진 연령층에 걸맞게 시청 등급 역시 '19금'으로 높아졌다. 부부들의 불륜, 이혼 이야기가 담긴 막장 드라마는 주요 시청층의 이목을 모으는 데 충분했다. 그러나 문제는 선정성이다. 줄어드는 시청자 확보에 급급해지며 드라마의 수위가 날로 높아졌다.

킹덤2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 사진=넷플릭스


막장이 섭렵한 안방극장과 달리 OTT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그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이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이러한 명작들은 높은 수요와 공급의 결과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OTT 시청층은 막장보다 고퀄리티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퀄리티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급도 늘어나며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 비용 부담감이 지상파에 비해 적은 것도 큰 몫을 한다. 관계자는 "OTT로 사람들이 몰리며 TV 광고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이는 콘텐츠에 투자할 만한 비용이 없다는 뜻"이라며 "요즘 시청자들의 보는 눈이 높아지며 CG가 들어간 장면도 많아졌다. CG가 많아지면 제작비가 높아진다. 그러나 지상파, 종편 등은 제작비 압박이 있어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제작비와 흥행 여부 대신 창작 환경에 집중한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는 이유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 흥행 여부나 광고 등 외부 요인에서 벗어나 창작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작진에 제공한다"고 전했다.

제작 규제도 안방극장에 비해 심하지 않다. 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는 규제 지켜야할 것이 너무 많다. 청소년 보호, 방송 심의 규정상 지켜야될 부분이 많다. 넷플릭스는 상대적으로 자유적"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관계자 역시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들이 창작의 자유를 바탕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포맷이나 장르의 구애 없이 콘텐츠로 제작하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질 좋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지상파 투자의 규모가 커지고 규제도 완화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져야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안방극장과 넷플릭스는 각각 시청률, 창작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안방극장에서는 '막장'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는 '명작'이 제작되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간극은 계속해서 벌어질 전망이다. 양극화를 막기 위해선 지상파, 종편의 시스템 변화와 제작진들의 고심이 필요할 때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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