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건 척박하다. 마음의 장벽을 세우고 빗장을 걸면 온전한 내 세상이지만 한 걸음 나아가기가 힘들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신뢰를 통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감독 돈 홀·제작 월트 디즈니 픽처스)은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디벤처다. '겨울왕국2' 이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는 오리지널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신비의 땅인 쿠만드라 왕국에서 시작된다. 쿠만드라 왕국에 악의 세력 드룬이 들이닥치고, 이를 막기 위해 드래곤은 스스로를 희생시키고 사라진다. 이후 쿠만드라는 심장, 송곳니, 꼬리, 척추, 발톱 등 다섯개의 땅으로 분열된다.
이렇게 500년 동안 드룬이 등장하지 않은 채 평화가 유지되는 듯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으로 드룬은 부활했고, 라야의 아버지를 비롯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돌덩어리로 변한다. 라야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드래곤인 시수와 힘을 합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동남아시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동남아시아의 신비한 자연 환경과 물의 신 나가의 전설이 융합된 것. 그간 디즈니는 다수의 인종을 다뤘다. '포카혼타스', '뮬란', '모아나' 등 이국적인 배경으로 새로운 공주의 탄생을 알려왔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도 마찬가지다. 라야라는 새로운 공주를 탄생시켜 시대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라야는 디즈니에서 봤던 그간의 공주들과 결이 다르다. 전사의 모습이며 강인하다. 동남아시아 특수 무술을 자유자재로 펼치는 라야는 용맹하고 강한 의지를 지녔다. 원하는 바를 확고히 한 라야는 우유부단함 대신 리더의 매력을 풍긴다. 라야가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는 작품의 볼거리를 더한다. 디즈니에서 여성 캐릭터에 무술을 적합한 경우는 흔치 않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또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차별점은 왕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거다. 왕자의 자리에 신비로운 존재인 드래곤인 시수가 자리한다. 사실 시수가 고전적인 왕자의 자리를 대신한다고 볼 순 없다. 오히려 라야가 시수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싸운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왕자의 모습을 한다. 이렇게 디즈니는 뒤바뀐 캐릭터를 통해 카타르시스와 색다름을 동시에 선사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디즈니 역시 이에 발맞췄다고 볼 수 있다.
시수의 모습도 특이하다. 본래 용은 영험한 존재로 위엄과 무게가 있다. 그러나 시수를 비롯한 드래곤은 알록달록한 무늬에 귀여운 존재다. 마치 유니콘처럼 환상적이고, 성격은 고등학교 동창처럼 깨발랄하다. 한마디로 푼수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런 드래곤의 모습은 친근하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불신의 시대, 서로를 향한 믿음과 화합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불신의 시대다. 불신으로 인해 대공황이 오고, 국제경제 질서가 흔들리며 사회는 위축된다. 꽁꽁 사맨 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시대, 내 것을 내 주기는커녕 작은 밎음조차 줄 수 없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이런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디즈니는 희망을 제시한다. 이익을 위해 장벽을 세우기보단 소통과 신뢰를 통해 악을 물리칠 수 있다고.
이처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라야의 여정을 통해 성장과 화합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녹색의 자연으로 펼쳐지는 모험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전하기 충분하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3월 4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