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한국 이민자들의 정서를 담은 '미나리'가 온다.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보편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포부다. 미국을 사로잡은 '미나리'가 한국 관객과도 통할 수 있을가.
26일 오전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제작 플랜B) 기자간담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정이삭 감독을 비롯해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참석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난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는다.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날 정이삭 감독은 "캘리포니아에서 인사드린다. 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내 개인적인 이야긴데 한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영화는 한국과 미국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사람에 대한 인간미를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한예리는 "곧 한국에서 개봉하는데 내가 한국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좋은 성적이 있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여러분들이 많이 사랑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감독은 연출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그는 "한국적인 요소도 있고, 당대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민자와 미국 농민의 삶 사이에서 균형점을 잡는 게 중요했다. 당시 미국 농업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많이 했고, 미술 감독님이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려줬다. 시나리오에 대가 갖고 있는 기억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배우들도 그 시절의 감정과 정서를 잘 표현해줬다"며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함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다.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내 역할이다. 이 작품은 모두가 함께 이뤄낸 거고, 하나의 힘으로 함께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나리'는 74관왕에 오르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호평을 받는 것 자체가 놀랍고 신기하다.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관객들의 공감을 사는 건 내 개인적인 이야기, 시대상, 이민자 등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 중 가족이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고충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 주는 것 같다. 어려움 속에서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헤쳐나가는 건 특정 나라나 국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관객들이 스토리에 공감하는 것 같다. 배우들도 훌륭했다. 깊이 잇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모든 배우들이 스토리 안에 들어와서 열린 마음으로 배역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또 윤여정은 '미나리'를 통해 26관왕에 올랐다. 윤여정은 "사실 상패는 딱 한 개 받았다. 그래서 실감은 못하고 있다. 말로만 전해듣지 실감은 진짜 못하고 있는다. 내가 미국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나리'에서는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부부 호흡이 돋보인다. 이에 대해 스티븐 연은 "한예리와 구체적으로 합을 맞추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다. 한예리는 진실된 사람이다. 이 부부가 어떤 부부였을까 서로 얘기를 했는데, 물론 견해가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 다름도 정말 좋은 다름이었다. 서로 생각하는 걸 인정해줬는데 정말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서로가 지금 뭘 해야 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정말 제이콥과 모니카처럼 그 장소에 있었다. 스티븐은 정말 건강하고 이 영화를 진심으로 대하는구나. 에너지가 좋은 사람이다. 서로 영화 안에서 충돌할 때조차 느낀 만큼만 리액션하면 됐다. 이 사람의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전했다.
작품에는 윤여정의 아이디어도 많이 반영됐다. 그는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는데, 친구의 어머니가 와서 밤을 씹어서 손자에게 줬다. 그 남편이 백인이었는데 너무 놀라더라. 그 생각이 나서 얘기를 했는데 반영이 됐다. 또 한국 할머니는 바닥에서 자지 않냐. 귀한 손자, 가뜩이나 아픈 손자를 두고 침대에서 자진 않는다. 이걸 말했더니 세트도 바꿔줬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연은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는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신선한 내용과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미국에서 한인 배우로 일하면서 소수인종을 다룬 대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대부분 관객에게 그 인종을 설명하려는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백인이라는 주류의 시선으로 설명하려고 하는데 이 작품은 그냥 가족의 이야기였다. 한국인이 쓴 매우 한국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공감하는 주제를 다뤄서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제작자로 이 영화에 목소리를 더하고, 미국에서 보지 못했던 스토리인 만큼 의도가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썼다.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과정들이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이후 마지막 신을 찍고 다같이 부둥켜 안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가 하나의 팀으로 해내 즐거웠다"고 전했다.
원더풀한 '미나리'는 3월 3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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