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영화 '고백' 역시 강한 목소리로 아동학대 근절을 부르짖는다. 그러면서 폭력적이지 않고 섬세하게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고백'(감독 서은영·제작 퍼레이드픽쳐스)은 국민 일 인당 천 원씩 일주일 안에 1억 원이 되지 않으면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다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천원 유괴사건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사이, 사회복지사인 오순(박하선)이 돌봐주던 보라(감소현)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되고, 보라 역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건을 조사하던 신입 경찰 지원(하윤경)은 보라 아버지는 물론 학대 부모들의 불의를 참지 못했던 오순을 의심한다.
아동학대 피해자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학대를 당한 아이를 발견하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학대 부모에게 분노를 느낄 터. 오순은 이런 분노를 강하게 느끼는 인물이다. 피해 아동의 상황에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학교생활, 친구 등 전반적인 삶에도 관심을 둔다. 피해를 당한 아동의 불안한 마음, 또 그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 2차 피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보라가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한 사실을 알고 있으나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다음 폭행이 일어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작품은 이런 현실을 보여주면서 오순이 왜 격렬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이런 깊은 관심이 아동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서은영 감독은 이런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다. 폭력에 대해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눈빛을 통해 아픔을 말한다. 마치 피해 아동을 보듬어주는 것처럼, 위로해 주는 것처럼 감싸주는 듯하다. 강한 메시지와 따뜻한 휴머니즘이 만나 시너지는 증폭된다. 관객들로 하여금 마음속에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작은 씨앗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스터리 요소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고백'은 두 개의 사건을 다룬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보라와, 천 원 유괴사건을 파헤치는 경찰이다. 두 사건은 다른 줄기에서 뻗어 나와 하나의 뿌리를 향해 간다. 유괴 당한 아이는 누구며 범인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지원의 시선을 쫓아가면서 스릴을 만든다.
'고백'은 단지 아동학대 근절만을 외치는 게 아니라 천 원 유괴사건을 중첩시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든다. 아동학대를 방관하는 죄책감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천 원을 지불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 '고백'의 메시지는 강렬하면서 범주가 넓다.
이는 배우 박하선의 연기를 통해 완성된다. 박하선은 오순 역을 맡아 어른이 된 아동학대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의 아픔, 트라우마 등이 내면에 녹아져 있는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그간 박하선의 청순하고 단아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 그런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물오른 박하선 연기의 정수를 볼 수 있다.
아역 감소현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맑은 눈동자를 가진 어린아이부터 공포와 아픔까지 표현한다. 아동학대를 오래 당한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불안과 초조 역시 감소현의 눈동자에서 나온다.
아동학대에 대한 메시지와 유괴 사건의 미스터리, 그리고 물오른 배우들의 연기가 모인 '고백'은 24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