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진정한 꿈과 희망이란 무엇인가. 가장 절망하고, 고통받는 순간 찾아오는 것이다. 차가운 현실에 지쳤을 때, 꿈을 꾼다는 게 사치로 느껴질 때 용기를 주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다.
'맨 오브 라만차'(연출 데이빗 스완)는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죄수들에게 이룰 수 없는 꿈을 좇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신성 모독죄로 끌려온 세르반테스(조승우)가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즉흥극을 벌이면서 시작된다. 세르반테스는 라만차에 살고 있는 노인 알론조로 분한다.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돈키호테라는 기사라고 착각하고 시종인 산초(정원영)와 모험을 찾아 떠난다. 이후 돈키호테는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지 않나, 여관을 성이랍시고 찾아 들어가 하녀인 알돈자(김지현)를 레이디라고 부른다. 여관 주인을 성주라고 착각하며 면도 대야를 황금투구라고 우기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듯 알돈자는 돈키호테를 미친 노인이라고 무시하지만, 결국 그의 진심에 감동받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돈키호테 덕분에 알돈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만 억센 노새끌이들에게 처참히 짓밟힌다. 돈키호테는 거울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기사가 아닌 그저 노인임을 깨닫고 쓰러진다.
'맨 오브 라만차'를 관통하는 건 불가능한 꿈은 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대게 꿈을 꿀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노인, 태어날 때부터 가난한 창녀 알돈자, 희망 없이 평생을 감옥에 있어야 하는 죄수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물들이다. 꿈과 희망은 사치라고 여기는 이들이다. 하지만 가장 꿈과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 또한 이들이다.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전달한다.
"돈키호테는 천재 아니면 미친 사람이라네"라는 대사처럼 돈키호테는 미친 사람처럼 보이면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보인다. 터무니없는 행동은 이해가 안 가지만, 이런 행동을 재고 따지지 않으니 행복하다. 영리하게 자신의 행복을 꾀한 인물이다. 이처럼 돈키호테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생각과 고민보다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산초도 행동하는 인물이다. 산초가 돈키호테를 따라다니면서 얻는 건 기쁨이다. 수익이 나는 일도 아니고, 오히려 아내에게 구박받는 일이다. 그럼에도 산초는 즐겁고 행복하다는 이유로 행동한다.
세르반테스부터 알론조, 그리고 돈키호테까지. 조승우는 극 중 3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소설가이자 작품의 화자인 세르반테스, 현실의 알론조, 미친 몽상가 돈키호테는 청년부터 노인까지 나이의 범위도 넓을뿐더러 각각 성격과 행동도 다르다. 한 작품에서 3가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건 쉽지 않을 터. 조승우는 모든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자유자재로 무대를 뛰논다.
역시 조승우다. 세르반테스에서 돈키호테로 넘어갈 때의 모습은 전율이 생길 정도다. 거침없는 과감한 연기, 섬세한 감정 표현, 관객과의 호흡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다. 제 몸에 맞는 캐릭터에 가창력이 더해지니 환상의 무대가 탄생한다.
'맨 오브 라만차'의 관전 포인트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호흡이다. 찰떡같은 '티키타카'와 웃음 포인트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아름다운 넘버도 작품을 즐기는 데 일조한다. '맨 오브 라만차'로 1966년 토니상과 드라마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작곡가 미치 리는 곡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서 현대클래식상을 받은 바 있다. 미치 리가 윈드 오케스트라로 꾸민 아름다운 선율과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관통하는 가사가 어우러진다.
연출, 음악, 연기 3박자가 어우러진 '맨 오브 라만차' 공연은 3월 1일까지 샤롯데시어터에서 진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