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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다 [무비뷰]
작성 : 2021년 02월 19일(금) 16:52

영화 미나리 / 사진=판씨네마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미나리는 낯선 땅에 쉽게 뿌리를 내린다. 아무 데서나 자라고, 아무나 먹을 수 있다. 이민자들 역시 낯선 땅에 뿌리내리길 원한다. 그들의 염원과 현실을 담은 '미나리'다.

'미나리'(감독 정이삭·제작 플랜B)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는다.

작품은 제이콥(스티븐 연) 모니카(한예리) 데이빗(앨런 김) 앤(노엘 조) 가족이 아칸소의 시골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제이콥은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성별 감별사로 10년 동안 일한 후, 자신의 꿈인 농장을 꾸리기 위해 아칸소로 왔다. 그러나 모니카의 생각은 다르다. 심장이 안 좋은 아들 데이빗을 위해 병원과 가까운 도시에 살아야 한다. 또 아이들의 교육이나 여건을 위해서도 도시 생활이 필요하다.

제이콥과 모니카의 갈등이 계속되던 중 이들은 한국에 있는 모니카의 어머니인 순자(윤여정)를 미국에 데려오기로 결정한다. 제이콥은 농장일을,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을, 순자는 데이빗과 앤을 돌보기로 한 것. 엄마가 온다는 소식에 모니카는 행복했으나 한 번도 보지 못한 할머니를 받아들이는 건 어린 데이빗에게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데이빗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아이고 순자는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다. 데이빗이 "진짜 할머니 같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문화 차이를 느낀다.

처음으로 농장에 도전한 제이콥은 금전적인 압박을 느끼고, 모니카와는 큰 갈등을 그리게 된다. 이들 가족은 행복할 수 있을까.

영화 미나리 / 사진=판씨네마 제공


이렇듯 작품은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이민 간 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이들 가족의 모습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가부장적인 제이콥 아래 가족에게 헌신적인 모니카, 동생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의젓한 장녀 앤, 천진난만한 데이빗은 바로 우리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한국어, 회초리, 화투, 순자가 보여주는 한국 문화 등이 어우러져 익숙한 정서를 느끼게 만든다.

익숙한 정서가 안에 있다면, 낯선 미국이 배경이다. 미국식 집, 미국 교회, 광활한 미국의 땅 등 낯선 것 투성이다. 가장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만나 공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영화의 제목인 '미나리'는 실제 식물인 미나리에서 따왔다. 어디서든 정착해 뿌리를 내리는 미나리는 낯선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제이콥 가족의 마음을 대변한다. 낯선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치열해야 한다. 제이콥은 10년 동안 병아리 성별 감별사로 치열하게 일했다. 그의 속도를 따라올 자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치열하게 농장을 꾸린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다.

숨 쉬듯 살아 있는 캐릭터도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농장을 만들고 아버지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제이콥, 도시로 가고 싶은 모니카는 이기적인 모습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다. 어린 데이빗은 천진난만한 철부지 모습과 할머니를 향해 변하는 마음을 동시에 그린다. 순자 역시 실제 우리들의 할머니를 연상시킨다. 이런 캐릭터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시너지와 '티키타카'가 돋보인다.

이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티븐 연과 한예리가 안정적인 연기로 중심을 잡고, 아역인 앨런 김과 노엘 조가 마음껏 뛰논다. 특히 앨런 김의 연기는 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순자를 향한 감정의 변화부터 사랑스러운 막내의 모습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노엘 조 역시 차분하다.

윤여정은 역시 윤여정이었다. 담백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연기는 그의 내공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강렬한 생활 연기, 특히 클라이막스 이후 보여주는 눈빛은 감탄을 부른다. 전미, LA, 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콜럼버스,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뮤직시티, 샌디에고, 세인트 루이스, 샌프란시스코, 뉴멕시코, 캔사스 시티, 워싱턴 비평가협회상,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상, 그리고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북미 아시아 태평양 영화인 어워즈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22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연기 답다.

정이삭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미나리'는 정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가 미국 이민자로서 느낀 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 감독이 느꼈을 법한 미국인들의 시선, 그가 들었을 법한 말, 부모님의 감정 변화 등은 디테일하다. 한국 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은 물론,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공감을 살 것으로 기대된다.

"원더풀, 원더풀, 미나리, 미나리." 극중 순자의 노래 처럼 '미나리'는 원더풀하다.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 속에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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