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이제 막 국내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유태오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가수 빅토르 최부터 섹시한 빌런, 그리고 장애를 가진 운동선수 역까지 종잡을 수 없다. 이런 도전정신이 지금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며 단단하게 만든 자신감이란다.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배우 유태오다.
독일 쾰른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국내 데뷔했다. 이후 영화 '레토'로 칸영화제에 진출했고 '버티고', '담보',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초콜릿'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유태오가 이번에는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다. 유태오는 극 중 세상의 편견에 부딪혀 오랜 연인 오월(최수영)에게 미안한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태오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보다 잘 나온 것 같다. 내가 독일 출신이라 시나리오를 천천히 읽어야 된다. 묘사도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새해전야'는 구성상 스토리가 왔다 갔다하고, 캐릭터도 많이 등장해서 헷갈릴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영화로 보니 잘 나와서 기쁘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유태오는 장애를 가진 스노보드 선수 역을 맡았다. 쉽지 않은 선택일 터. 이에 대해 유태오는 "선입견 없이 캐릭터에 접근한 다는 게 좋았다. 관계 안에서도 선입견이 없다. 대부분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면 그 자체가 갈등이자 이야기가 되는데 이번 영화는 그런 걸 떠나서 커플 사이의 문제, 세계가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을 다뤄서 좋았다"고 말했다.
캐릭터 구축 과정도 남달랐다. 유태오는 "외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지만 내적으로 보면 문제가 안 느껴져야 된다. 감히 그런 느낌을 연기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심정을 내가 어떻게 해야릴까. 그리고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의 8~90%는 사고를 당한 운동선수다. 이들이 제의를 받는다고 하더라. 우리 영화 롤 모델 역시 그렇다. 그분이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많은 도움을 줬다. 그분 영상도 분석하고, 예전에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걸 참고했다. 그분이 와이프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고, 얼마나 긍정적으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되니 도움이 되더라. 현장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고, 영화에 특별출연까지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도 찾아봤다. 운동선수들이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지 외형적으로 조사를 한 거다. 또 마음으로 이해하는 건 다른데 나도 20살까지 농구를 너무 좋아해서 NBA를 꿈꿨다. 그런데 17살에 십자인대를 다쳤고, 수술도 여러 번 받았다. 그때 당시 심리를 래환에게 투영시켰다"며 "당시 의사선생님이 수술을 하고 나서 무릎이 안 좋은 상태라 정상적으로 걷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목발을 6개월 정도 짚고 다녔고, 학교가 걸어서 5분 거리인데 2~30분이 걸리는 등 고생을 했다. 물론 래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해전야 유태오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공감과 편견 없는 접근은 유태오가 래환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때문에 동시에 어려운 지점이기도 했다. 유태오는 "어떤 캐릭터를 접근했을 때 편견 없이 접근해야 캐릭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편견 없이 공감을 해야 되고 캐릭터를 감싸주고 표현하려고 했는데 겁이 나더라. 머리로 이해한 것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때로는 다를 수 있어서. 혹시라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아직도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해 편견이나 비판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져 요소들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게 핵심이다. 유태오란 사람이 캐릭터를 불쌍하게 여기면 연기에 영향을 끼치고, 그게 결국 화면에 보인다. 이게 어려운 지점이자 걱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쌍하게 여기지 않고 안타깝게 여기지 않았다. 누구나 갈등 안에서 극복해야 되는 경험을 갖고 있다. 뭐가 되든 간에 그걸 스스로 안타깝게 여기면 내가 누구보다 잘 났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입장이 되진 않는다. 모든 사람을 백지상태에서 공평하게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새해전야'는 유태오의 첫 로맨틱 코미디다. 그만큼 의미도 남다르단다. 우선 유태오는 자신이 생각한 래환 오월 커플의 전사를 전했다. 그는 "래환이 이력서를 만들어서 한국으로 귀국해 만난 사람이 오월이다. 독일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하고 돌아와서 편견 없이 바라본 오월에게 매력을 느꼈다. 오월이 연애를 리드하고, 원예사로 번 돈으로 새로운 스노보드를 선물해 주는 등 지탱해 주는 사람이다. 이런 게 분명 좋은데, 이게 습관이 되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미성숙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토'의 빅토르 최부터 '새해전야'의 래환에 이르기까지 유태오가 맡은 캐릭터는 비범하다. 그렇다면 유태오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그는 "전에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역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국내에서 못 봤던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레토' 이후에도 국내에서 음악과 관련된 영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런데 한 번 해봤던 거라 그런지 흥미가 안 생겼다. 물론 작품으로 봤을 때 제안들이 너무 훌륭하다. 하지만 내가 재밌어야 된다. 우리는 어쨌든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해야 되고, 상업적이다 보니 성과가 중요하다.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내 취향인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전에 해왔던 연기에 기대는 게 습관이 될까 두려워서 그런 것 같다. 해온 걸 또 하면 쉽게 연기할 수 있지만 발전하는 모습이 안 느껴져서 흥미를 잃게 된다. 성격 자체가 스스로 나를 괴롭히면서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해전야 유태오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쯤 되니 인간 유태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평상시 유태오는 "사랑꾼이기도 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에 관한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일단 발음이 안 좋아서 더 노력하는 것 같다. 특히 리딩이 힘들다. 그래서 더 성실하게 하려고 한다. 이것 자체가 일상이 됐다. 모든 장면을 손으로 쓰면서 연습한다. 순발력이 있는 배우들을 보면 참 부럽기도 하다. 대본을 줬는데 툭툭 읽으면서 막 연기하는 순발력 말이다. 나는 준비가 느리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미완성 전 요리를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유태오는 새해 목표를 전했다. 그는 "참 신기한 게 코로나19 시국 이후 내 인지도가 올라갔다. 2020년 1월 말에 '머니게임'이 종영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국내 인지도가 올라간 거다. 참 감사한데 영향을 많이 못 느낀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기만 해서 그런 것 같다"며 "그래서 목표는 사소한 행복을 좀 더 느끼는 거다. 아내 니키와 데이트를 하러 나가고 맛있는 것 먹고 이런 사소한 거. 또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배역을 준비하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유태오는 앞으로 영화 역사에서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먼 미래 사람들이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나도 어렸을 때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고, 그런 영화들이 내 인생을 발전시켰다. 나도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태오는 "'새해전야'를 찍었을 때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내가 나에게 도전을 한 거다. 당시 해외 드라마를 찍으면서 시차 적응이 안 되는 시점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촬영 준비를 했다. 그전까지는 '머니게임'을 촬영했는데, '머니게임'의 유진 한과 래환의 감수성에 차별점을 두고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그런 도전정신이 내 기준을 높인 것 같다. 그 경험과 기간이 앞으로 날 조금 더 준비하는 과정에서 덜 불안하게 만드는 배우로 발전시켜줬다. '새해전야'는 단단하게 자신감 있게 다음 작품을 준비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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