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연말부터 새해는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하며 또 다가올 미래를 기약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반성과 후회로 점철되기도 한다. 이런 다양성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가 있다. '새해전야'는 새해 전에 느낄 수 있는 설렘과 갈등을 캐릭터에 투영했다. 다양성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새해전야'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다.
작품은 각기 다른 네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강력반에서 좌천되어 신변보호 업무를 떠 맡게 된 이혼 4년 차 형사 지호(김강우)와 이혼 소송 중 신변보호를 요청한 완벽주의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
'현타'와 함께 찾아온 번아웃에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현지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과 일방적인 남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이연희). 사기를 당해 결혼 자금 탈탈 털린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과 결혼을 앞두고 한국지사로 발령받아 온 대륙의 예비 신부 야오린(천두링), 그리고 하나뿐인 남동생 국제결혼에 심란한 동생 바라기 예비 시누이 용미(염혜란). 세상의 편견에 부딪혀 오랜 연인에게 미안한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유태오) 사랑 앞에 어떤 장애도 없다고 믿는 씩씩한 원예사 오월(최수영)이다.
'새해전야'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꾀한다. 이혼 커플의 어른스러운 사랑, 열심히 살다 번아웃을 겪은 청춘,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문화 가정,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순수함을 믿는 커플의 모습을 통해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이혼에 공감을 했다가 곧바로 청춘, 다문화, 장애 등 다양한 서사와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으로 차별점을 뒀다면, 시간으로는 공통점을 줬다. 이들의 모두 새해를 앞두고 있는 인물들이다. 때문에 작품은 연말이 주는 시간적 장치를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연말 풍경은 물론 연말이 주는 설렘, 공허함,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불안함, 또 이것들이 해소되는 과정을 쉽게 보여주는 셈이다. 관객들 역시 연말 풍경에 빨려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연말을 돌아보고 캐릭터에 쉽게 공감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이번 연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과 같지 않은 만큼,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충분하다.
이렇듯 옴니버스 식 구성은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단점은 각각의 서사를 보여주기에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새해전야'의 러닝타임은 114분이며 네 커플이 등장한다. 한 커플당 30분가량의 분량이 주어진 셈이다. 첫 만남부터 클라이맥스까지 다소 짧은 시간이다.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없이 사건이 지나갈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구성의 영화는 좀 더 세심한 관찰을 요한다. 배우들도 구성상 방점을 크게 찍으려 노력하지만, 관객들 역시 큰 방점과 감정선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장르적인 특수성이나 메시지는 연출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홍지영 감독은 세심하게 캐릭터들의 입장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세련된 화면 전환과 연말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화면은 볼거리를 주기 충분하다. 다양한 배우들을 한 주제에 묶는 리더십 역시 홍 감독에게서 엿볼 수 있다.
수많은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포인트다. 다양한 배우들이 나오는 만큼 상황에 따라 어떤 연기를 펼치는지 보는 것도 재미 요소다. 연기 변신에 성공한 김강우 유인나, 이국적인 배경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유연석과 이연희, 외국어 연기와 코믹적 요소를 담당하는 이동휘와 염혜란, 설원을 배경으로 시원한 스포츠와 따듯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최수영 유태오 등 배우들의 매력이 고스란히 ㅡ껴진다.
이처럼 영화는 연기 연출 서사 3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다. 연말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은 관객들, 그리고 한국판 '러브 액추얼리'를 고대하던 관객들은 '새해전야'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은 10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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