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밝은 에너지의 소유자 류현경, 자연스러운 연기로 어떤 배역에서든 편안하게 녹아드는 매력이 있다. '아이'에서 역시 술집 여자 영채로 또 다른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사회적 편견이 있는 역할이었지만 류현경은 편견을 지운 인간 영채의 이야기로 큰 여운을 남겼다.
'아이'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아영(김향기)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영채는 남편과 사별하고 혁이라는 영아를 키우는 싱글맘이었다. 어떤 시간들을 보내왔는지 모를 영채는 얼굴에 지친 기색이 깃들어 있었고 술집에서 일하며 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부모 노릇을 하는 캐릭터였다. 사회적으로 유흥업소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는 만큼 여배우가 해당 캐릭터를 선택하기에는 분명 주저할 여지가 많았을 터,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목이 쏠렸다.
이에 대해 류현경은 "'아이'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물을 바라보기보다는 그냥 캐릭터 그 자체로, 그 자체로서의 삶을 바라봐준다는 내용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며 "그래서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류현경의 말대로 '아이'에서는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직업이 강조되기보다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버겁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느 부모, 영채의 삶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류현경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영채가 마음속에 많은 아픔과 굴곡진 상황에서도 표현하지 않는 모습들이 안쓰럽고 애처로워 보여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나는 이제 혼자서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지 않냐. 그런 부분들이 내 생각들과 맞닿아 있어서 연기를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아이'라는 작품이 매력적이게 다가왔던 이유에 대해 "사실 과거만 해도 여성이 주체가 되는 주제의 영화들이 많지 않았다. 또 여성이라는 주체를 떠나서 인간의 많은 형태가 있는데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언젠가 영화들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살았는데 그런 점들이 점점 실현되는 것 같았다. 연기 인생에서도 영채를 연기했던 것은 특별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극 중 영채는 자신의 감정 표현이 많지 않았다.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 역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일 뿐, 일에 대해서는 무감정했고 그저 아이를 키우는 데 조급해하는 툴툴거림이 많은 캐릭터였다. 직업을 빼고는 꽤나 벅찬 현실을 하루하루 고민하고 경제적인 결핍에 골머리를 앓는 여느 사람, 아이를 홀로 키워가는 한 여성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묻자 류현경은 "사실 저는 원체 밝은 사람이라 짜증도 잘 내지 않는다. 영채는 아영에게 툴툴거리면서 이야기할 때가 많은데 저는 그렇지 않은 성격이라 사실 잘 이해가 가지는 않는 지점들도 많았다. 하지만 굴곡된 삶 속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모르는 척을 하려는 부분이나 유머러스하게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은 제 성격과 비슷한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서 잘 표현해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때로는 상사, 친구, 자매와 같은 술집 마담 미자 역을 맡은 염혜란과의 호흡이 캐릭터를 표현해내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선배님이 '아이'에 영채와 미자의 세월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셨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자연스럽게 만나자 해서 따로 만나 친분을 쌓고 했었다. 그랬던 것들이 도움도 됐고 촬영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알렸다.
이런 노력들이 영채에 담겨서였을까 보호 종료 아동 아영,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영채, 유흥업소 마담 미자는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던 인물들이지만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성장을 이뤘다. 이에 대해 류현경은 "편견을 갖지 않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감독님의 시선과 시각이 너무 좋았고 그런 따뜻함이 관란갬들에게도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봤을 때 누구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싱글맘 영채로 분했던 만큼 류현경은 영채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가 감히 싱글맘들의 힘듬과 아픔의 농도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런 분들에게 이 영화를 보시면 '혼자가 아니구나, 우리 곁에는 무수히 많은 인연과 사람들이 연결이 되어있구나'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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