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윤정희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로부터 프랑스에 방치됐다는 국민청원글이 게재됐다. 백건우는 즉각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A씨를 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이 청원에 게재된 실명은 게시판 관리자에 의해 가려졌지만, 프랑스에 머무는 알츠하이머 투병 원로배우라는 설명은 윤정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청원인은 "지금 A씨는 남편 B씨와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에 있다"며 "필요한 약을 제때에 복용하지 못할 경우, 특히 당뇨약의 경우 치명적인 사태가 올 수도 있어서 심히 염려가 된다.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직계 가족인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A씨는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합니다. 간병인도 따로 없고, 프랑스 정부 보조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세 번 와서 청소를 해주고 갑니다. 형제들과의 소통은 아주 어렵고 외부와 단절이 된 채 거의 독방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며 "치매 환자는 익숙한 환경에서 지내야 하고 옆에서 항상 돌봐줘야 한다고 치매 전문 의사들은 말한다. 프랑스로 강제 이주되기 전에는 A씨는 단기 기억만 없었지, 밝고 명랑하며 농담도 잘했다. 그러던 A씨는 프랑스에 끌려가서는 대퇴부 골절로 입원도 하고 얼굴은 20년도 더 늙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A씨의 남편은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서 인터뷰했다. 감추어도 모자랄 배우자의 치매를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불명 또는 노망 상태인 것처럼 알린다"며 "A씨는 파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한국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A씨가 직계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현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간병과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게재되자 백건우는 7일 소속사 빈체로를 통해 공식입장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빈체로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과 딸인 백진희에 대해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내용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다. 2019년 5월 1일 윤정희가 파리로 돌아가며 시작된 분쟁은 2020년 11월 파리고등법원의 최종 판결과 함께 항소인의 패소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빈체로는 "백건우와 윤정희는 평생을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며 길게는 수십 시간에 다다르는 먼 여행길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백진희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게시글의 내용과는 달리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현재 윤정희는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이 필요하다.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개인사가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은 원치 않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된 악의적인 게시글의 무분별한 유포 및 루머 재생산, 추측성 보도 등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가족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더 이상 삼가시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더 이상의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티스트 및 아티스트 가족 모두의 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
윤정희는 1960년대를 풍미한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꼽힌다.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이기도 한 그는 32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3회, 대종상 여우주연상 3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3회 수상 등 기록을 세웠다. 197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해 이듬해 딸 백진희를 낳았다.
이후 2019년 남편 백건우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아내 윤정희가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건우는 "가족과 좋은 친구들의 보살핌으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며 여러 차례 눈물을 훔쳤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프랑스 파리 지방법원에 백건우 백진희 부녀를 윤정희의 재산, 신상 후견인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당시 프랑스 법원은 윤정희가 백건우 백진희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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