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10대에 데뷔한 배우 이연희가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약 20년간 쉼 없이 달려오면서 지칠 때도 있었지만, 여행이라는 돌파구를 찾은 후 안정기를 맞을 수 있었다.
2001년 제2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연희는 이후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M' '순정만화' '결혼전야'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드라마 '에덴의 동쪽' '유령' '미스코리아' '화정'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이연희가 이번에는 또 다른 '전야' 시리즈인 '새해전야'(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로 돌아왔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다. 이연희는 극 중 일방적인 남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연희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지금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처럼 관객분들도 힐링이 됐으면 좋겠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영화 한 편 잘 보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을 것 같다.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당초 '새해전야'는 제목에 맞게 지난해 12월 말 개봉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일이 연기됐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이연희는 "다른 새해인 설날이 있지 않냐. 미뤄졌지만 지금이라도 다행히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돼 잘 됐다고 생각한다. 날짜도 잘 잡혔다. 요즘 영화관에서 안전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연희는 '결혼전야'와 '새해전야'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연희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전야'에 이어서 '새해전야'에 나올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함이 크지만, 책임감도 있다. '결혼전야'를 보셨던 분들은 '새해전야'에 같은 배우가 나오지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때문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다"며 "작업하는 과정은 즐겁고 행복하다. 감독님께서 워낙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미팅도 많이 하고 궁금하면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홍지영 감독님과 함께 또 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편하고 좋았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새해전야 이연희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연희의 촬영은 대부분 아르헨티나에서 이루어졌다. 해외 촬영에 대해 신경 쓴 부분이 있었을까. 그는 "해외 촬영은 내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계획 대로 움직여야 돼서 배우의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더 패키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 반 정도 해외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삼시세끼 중 한 끼를 무조건 한식을 먹어야 된다는 법칙이 있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 가면 한식을 안 먹고 무조건 현지 음식을 먹는 편이다. 때문에 이런 방식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장기간 촬영을 하니 한식을 안 먹었으면 너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아르헨티나에 갈 때도 햇반과 마른 반찬 등을 넉넉하게 챙겨 갔다. 감사하게도 이번 영화 촬영장 음식에 한식이 있었다. 그런 게 중요하다"며 "힘들었던 부분은 기상 이변으로 너무 추웠다. 다른 사람들은 패딩을 입고 다니는데 우리는 배경 때문에 반팔을 입고 촬영했다. 그때 고생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이연희는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프랑스 파리를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파리가 정말 좋다. 낭만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와인도 있다. 자가용 없이 걸어 다니기도 너무 좋다. 파리 사람들은 멋쟁이들이고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가보고 싶은 나라로는 베를린을 꼽았다. 그는 "어느 순간 베를린이 가고 싶더라. 빠르게 펼쳐지고, 건축도 아름답다. 다음 여행을 베를린으로 잡고 준비하던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졌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이 안에서 진아 재헌(유연석) 커플은 잔잔한 속도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이연희는 "영화에 다양한 커플들이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봤을 때 좀 더 설명이 될 수 있었으면 싶었다. 우리 커플은 초반에 툴툴거리다가 경계를 풀고 감사함을 느낀다. 또 자연스럽게 눈물을 닦아주면서 친해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해가 잘 되더라"고 말했다.
'새해전야' 속 진아 재헌 커플은 어떻게 보면 이연희와 닮은 점이 많다. 이연희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쉼 없이 달려오다 번아웃을 경험했고, 여행을 돌파구로 삼았다. 극 중 진아는 돌파구로 여행을 떠나고 재헌은 번아웃을 겪는 인물이다. 이연희는 "진아에 충분히 공감됐다. 나도 20대 때 쉽 없이 달려왔다. 그러다가 20대 중반 정도에 여행이 너무 가고 싶더라. 그래서 작품 마무리 짓고 다음 작품 선택하기까지 여행을 다녔다. 첫 해외여행도 혼자서 다녀왔다. 진아처럼 모든 게 다 새로웠다"며 "굉장히 힘들게 촬영을 하고 작품을 끝내는 게 목표가 됐다. 작품을 시작할 때 중반으로 흘러가면서 힘들어지지 않냐. 끝까지 달려가서 끝내고, 어느 나라에 가면 좋을까 상상하면서 힘든 상황을 견딘 것 같다. 또 해외에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러면 내가 배우가 된 게 감사하더라. 자유롭게 계획해서 여행을 갈 수 있지 않냐. 출퇴근에 구애받는 직업이 아니다. 또 그런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여행의 감정이 '새해전야'에도 녹아 있다고. 이연희는 "크게 와닿은 건 벤치에 앉아서 우는 장면이었다. 나도 너무 힘들 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어서 파리에 간 적이 있다. 그때 테라스에서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와 복잡 미묘한 감정이 왔다. 울진 않았지만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신을 촬영할 때도 그때를 떠올렸다. 감정이 잘 잡히더라"고 회상했다.
새해전야 이연희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새해전야'에는 이연희와 인연이 있는 배우 최시원이 특별출연했다. 이연희는 "최시원이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서 만났는데 어제 본 것처럼 인사를 나누더라. 긴장감도 없고 편했다. 장난도 많이 친 것 같다. 최시원이 너무 잘하고, 본인이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이연희는 어느덧 데뷔 20년 차 배우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낌점도 클 터. 그는 "처음에는 연기를 하면서 배우를 대하는 자세라든지 감독님과의 소통 과정이 조금 서툴렀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소통에 대한 답답함이 생기더라. 예전에는 내가 말 한마디 하면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앞섰다. 내가 일하는 환경 속에서 고집스럽게 의견을 내세우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다가 내가 뭐가 불편하지 생각하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불만도 말하곤 했다. 이후 대화가 편해지면서 감독님이 내 생각을 존중해 주고 생각에 대한 걸 좋아한다고 느껴서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연희는 신년 계획에 대해 전했다. 그는 "언론 시사회 때 '새해전야'를 처음 봤는데, 탱고신까지만 보고 나와서 영화를 다시 봐야 된다. 일단 새해 계획은 '새해전야' 다시 보기다. 이제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아서 운동도 배우려고 한다. 사실 최근 내가 자가격리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집에만 있었다. 그러면서 콘텐츠를 많이 봤는데 자막을 영어로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영어공부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