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우연히 시작한 첫 연기,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지 1년 남짓,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각인시킨 드라마 '여신강림'도 우연히, 기적처럼 찾아왔다. 김민기는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며 배우의 시작점에 섰다.
김민기는 '여신강림'에서 임주경(문가영)의 남동생으로, 집안에선 3대 독자로 엄마의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철부지 막둥이에 까불까불 장난기 많은 남고생이나 학교에서만큼은 까칠한 인기남 포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임주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종영 소감을 묻자 "정말 운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김민기는 "제가 처음 오디션을 봤던 게 주영이가 아니라 반 친구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근데 저를 좋게 봐 주셔서 주영이로 캐스팅을 해주셨다. 그래서 운 좋게 6개월 동안 행복하고 재밌는 추억을 만들었다"며 "아쉽기도 하고, 또 후련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김민기는 임주영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나고, 편안함을 느꼈다고. 그는 "'여신강림' 오디션을 보다가 반 친구들 대본을 읽는데 조감독님이 새로운 대본을 주신 게 주영이의 대본이었다"며 "제가 한 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제가 맨날 하던 행동들과 비슷해서 편하게 잘 읽었다. 조감독님이 '대본 처음 읽는 거 맞냐'고 하시더라. 그 이후에 최종 캐스팅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여신강림' 웹툰도 인기가 많았고,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큰 화제가 됐던 작품이라서 캐스팅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신났다기보다는 실감이 안 났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실감이 나서 그 이후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기는 2020년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 '만찢남녀'에 출연한 신인 배우다. 긴 호흡의 드라마도, 이렇게 큰 비중의 역할도 처음이었다. 기대감과 함께 부담감이 몰려오는 것도 당연한 일일 터. 부담감만큼 연기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그는 "지금까지 하던 역할보다 비중이 많다 보니까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다"며 "표면적으로 주영이는 집에서는 말썽쟁이,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인 이중적인 느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에는 캐릭터의 설정을 살려서 준비를 했고, 대사를 읽을 때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지'라고 마치 로봇처럼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막상 해보니까 제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더라"라며 "저는 만들어진 연기를 하고 있고, 현장에서 호흡을 주고받으면서 해야 하는 게 연기인데 저 혼자 준비한 걸 하다 보니까 좀 뜨는 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변의 따뜻한 시선과 조언은 김민기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김민기는 "어느 날 감독님이 만들어서 연기하지 말고,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했던 것 같다. 대사의 흐름을 잘 외우고 배우들과 느끼면서 주고받으니까 부담감도 줄고, 편하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배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또 그들의 연기를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김민기에게는 큰 동기 부여가 됐다. 김민기는 "제가 신인으로서 현장에 계신 배우들, 스태프들이 정말 잘 챙겨주셨다. 가족 신이 있을 때는 가끔 집 거실 쇼파에서 수다를 떠는데 그러면 진짜 가족이 된 것 같고 특히 친누나들이 있었으면 이런 느낌이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 한 분 한 분한테 많은 걸 배웠다. 박호산 선배님 연기를 보면서 코믹스럽고 능청맞은 애드리브를 따라 하고 배웠던 것 같다. 또 문가영 누나는 주연으로서 스케줄도 많고 지칠 법도 한데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장에서 힘든 티 안 내고 웃으시는 게 대단해보였다"며 "카메라 각도 등 현장에 대해서도 많이 알았고, 혼자 연기를 배웠던 시간보다 6개월 동안 '여신강림' 현장에서 배운 게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혼자 연기를 배웠던 시간, 김민기는 뜻밖의 이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학창 시절에 소심하고 대인기피증도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민기는 "엄마가 교사이신데 춘천에서 양구로 발령이 나셔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양구에 있는 시골학교에서 3년을 보냈다.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학교라서 3년 동안 똑같은 친구들, 선생님들과 지내다가 다시 엄마가 춘천을 발령이 나셔서 제가 그 친구들과 떨어지게 됐다. 환경이 바뀌고 나서 소심해지고, 말도 많이 없어졌다. 친한 친구가 집에 놀러 오라고 하면 가족들 만나는 게 어색하고 무서워서 안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성격이 다시 밝아질 것 같다는 기대로 허락하셨다. 마침 집 근처에 연기 학원이 있어서 다니게 됐다"며 "연기라는 게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이고, 새로운 친구들과 주고받으면서 연기 연습을 하는데 너무 재밌더라. 근데 그때도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연기는 재밌었고, 다시 밝았던 모습을 되찾게 만들었지만 김민기가 꿈꾸는 미래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고, 연기를 그만두려고 마음먹기도 했었다고. 그 순간 오디션을 봤던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에서 캐스팅이 됐다는 연락이 왔고, 이 연락은 김민기의 인생을 바꿔놨다.
김민기는 "지금까지 연기를 연습한 것에 대한 종지부라고 생각하고 임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며 "그때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배우 생활을 하면 이런 경험을 많이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더 하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많은 연기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많은 사람들한테 관심받고 사랑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데, 너무 과분하고 감사하고, 또 신난다"며 "'여신강림'을 통해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다. 성장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이제 막 '연기 인생'의 첫 페이지를 펼친 김민기의 꿈은 간결하지만, 단단하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기 때문에 보여드린 것보다 보여드릴 게 훨씬 많아요. 하고 싶은 장르도 많고요. 몇 년 뒤에는 시청자들이 저와 절친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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