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벌거벗은 세계사'가 역사 왜곡 논란과 설민석의 하차 이후 방송을 재개한 지 단 한 회 만에 또다시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첫 방송 이후 4회,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tvN 교양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네 번째 주제로 '페스트'를 다뤘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항석 교수의 강연으로 꾸며져 과거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역사 최악의 질병 중 하나인 페스트의 기원부터 급속도로 퍼져나간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그러나 방송 이후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흑사병을 다룬다기에 프로그램을 봤다"며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다.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며 "힘들게 자문해 줬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고 비판했다.
또한 "프로그램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이라도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하다"며 "그냥 즐거운 오락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역사가 방송에서 고생이 많다"고 덧붙였다.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이번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관련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에서 구성한 것"이라며 "방송 전 대본과 가편집본,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들에게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벌거벗은 세계사'의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회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편이 방송된 이후에도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프로그램을 지적했다.
당시 tvN은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인정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자인 설민석이 논문 표절 의혹을 인정하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폐지설'까지 흘러나왔던 '벌거벗은 세계사'는 고심 끝에 재정비를 거쳐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설민석을 떼고, 매회 각 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강연자로 모시고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을 재개하고 단 한 회만에 또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유익하고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세계사 콘텐츠로 찾아올 것을 약속한 '벌거벗은 세계사'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벌거벗은 세계사'가 역사 왜곡 논란을 이겨내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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