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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생경함 사이, 이봉련의 연기 색깔 [인터뷰]
작성 : 2021년 02월 05일(금) 09:00

이봉련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의 이름은 잘 몰라도 얼굴은 안다. "아, 그 작품에 그 배우?" 수많은 작품에서 자신의 색깔로 연기하고, 또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 이봉련은 계속해서 '런 온'하고 있다.

단역부터 특별 출연, 조연까지 이봉련의 필모그래피는 나열할 수도 없다. 작년에만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넷플릭스 '스위트홈', JTBC '런 온'까지 이봉련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이봉련은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해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 그리고 스크린을 넘나들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올해 출연한 '런 온'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드라마 '런 온'에서 이봉련은 오미주(신세경)의 동거인이자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수입하는 작은 영화사 오월 대표 박매이 역을 맡았다.

이봉련은 박매이라는 역할은 물론 '런 온'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는 "저도 연극으로 시작한 배우다. 단역이지만 저도 참여했던 독립영화도 있고, 그 작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열악함과 절실함, 고군분투가 있다"며 "극단도 받는 예산은 모자라고 그 안에서 쪼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비슷하다. 열악하다 보면 가슴에 뜨거움이 생긴다.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됐다"고 밝혔다.

박매이라는 역할에 대해서는 "저와 분명히 닮은 지점도 있고, 정반대의 기질도 있다. 현실에 존재할 수도 있으면서도 이상적인 캐릭터"라며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저도 동경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봉련은 박매이 캐릭터는 함께 호흡을 맞춘 신세경과 함께 완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할을 풀어낼 때 저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주변 인물들로 인해 그 역할이 완성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신세경과 '케미'가 좋다는 반응을 들으니까 너무 좋더라. 제가 준비한 걸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가는 게 맞나?' 망설였던 부분에 확신이 생겼다. 제가 보기에도 '케미'가 좋기는 하더라"라고 웃었다.

이어 "신세경 씨와 촬영 호흡이 너무 좋았다. 세경 씨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저한테도 '편하게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인사하더라"라며 "참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동생"이라고 말했다.

이봉련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봉련은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잘할 수 있고, 이야기에 동의가 되는 지가 포인트다. 공감할 수 있는 작품, 또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런 온'의 가장 큰 공감 포인트는 우리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이라며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게 공감됐다. 우리가 살아갈 때 나와 가까운 사람이 나와 비슷하기를 원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갖기를 강요하는데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봉련에게 '런 온'은 17년 차 배우 인생,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는 "제가 했던 드라마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드라마"라며 "엄마가 대구에 계신다. 코로나19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가족들이 '제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드라마는 처음 봤다'고 했다. 좋은 배우들도 만나고, 그 배우들과 마음으로 교감하면서 이렇게 많은 대사를 한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저에게는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스위트홈' 또한 이봉련을 또다시 각인시킨 작품 중 하나다. '스위트홈'을 통해 많은 배우들이 주목받았지만, 이봉련은 그중에서도 강렬한 임팩트를 안겼다. 그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임명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봉련은 "많은 분들이 집에서 '스위트홈'을 많이 시청해 주시고 좋은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며 "촬영할 때도 쉽지 않았는데, 작품을 준비할 때 내가 이 안에서 아이들을 지켜야한다는 마음이 전부여야 하는 감정에 가장 신경 썼다. 아이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고, 그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아이들이 공격을 당하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 속에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이상하게 무섭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큰 고통을 겪고 있을 때 그 고통이 몸으로 발현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호의적으로 다가가는데 누군가는 섬찟하고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봉련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듯 다양한 매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는 이봉련은 '열일'의 비결을 묻자 고개를 갸웃했다. 열심히 일하고, 연기하는 것이 당연하는 뜻이었다. 이봉련은 "배우는 제 직업이고, 연기를 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을 하러 가는 것과 똑같다. 제가 하는 일이고 제 직업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동력이 떨어질 때는 있다. 그럴 때는 다른 배우들이 하는 좋은 연기들, 좋은 영화를 통해 동력을 찾는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자극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연기 인생 17년, 이봉련은 크든 작든 다양한 작품들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노래를 좋아하고 사랑하던 이봉련은 2005년 소극장 뮤지컬로 데뷔를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노래를 하는 일보다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연극 무대가 자신을 사로잡아서 연극을 하는 와중에 매체 활동도 같이 하게 됐다.

이봉련은 "그때는 단역이었고 작게 나왔지만, 병행한 결과 지금 시간이 17년이나 지났다. 연기자의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 어떤 공연팀의 조연출로 일을 했고, 뮤지컬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극단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데뷔를 하게 된 게 첫 데뷔 무대였다. 간절히 원해서 준비했다기보다는 얼떨결에 오게 된 부분도 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해 지금까지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제 작품 필모를 들여다 봤더니 천천히 잘 밟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했다.

이어 "더 어릴 때는 배우로서 조바심도 있었고, 지금 하고 있는 게 있는데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기도 했다. 이 배우 일이 계속될 수 있을지 조바심이 있을 때 필모그래피를 쫙 봤더니 허튼짓 안 하고, 딴 생각 안 하고 어떤 일 하나를 10년 넘게 했다는 것 자체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자체로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온 것"이라며 '제가 40세가 넘었는데 10년 뒤인 50세에도 잘 살아오고 있다고 느낄 만한 필모그래피를 쌓길 바란다"고 전했다.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이 "사람들의 주변에 스쳤을 법한 어떤 사람과 맞닿아있는 것"이라고 밝힌 이봉련은 "저는 이제서야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저를 아는 것은 아니다. 아직 생경함이 남아있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느낌과 아직도 잘 모르는 생경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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