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장르물 대가들이 의기투합한 '루카'는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독창적인 세계관 위에 그림을 그린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이를 완성시킨 디테일한 연출까지. 완벽한 앙상블이었다.
1일 첫 방송된 '루카 : 더 비기닝'(극본 천성일·연출 김홍선, 이하 '루카')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쫓기게 된 지오(김래원)가 유일하게 그를 기억하는 강력반 형사 하늘에구름(이다희)과 함께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스펙터클 추격 액션극이다.
이날 방송에서 지오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주변에 정체 모를 남자들이 쓰러져 있고, 자신의 몸 여기저기 다친 상처가 가득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기억하지 못했다.
1년 후, 지오는 폐기물 수거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실험에 동원된 동물 사체 수거를 하면서도 그 어떤 불쾌감이나 연민도 느끼지 못했다. 지오는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 지오는 도망친 범인을 쫓다가 사고를 당한 강력반 형사 하늘에구름을 구하게 됐고, 심폐소생술을 해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자 지오는 마치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하듯 구름에게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썼다. 이 영상이 퍼지면서 지오는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그를 주목한 것은 바로 '휴먼테크' 연구소였다.
연구 실패 위기에 직면했던 김철수(박혁권)는 지오의 등장을 기뻐했고, 과학자 류중권(안내상)에게 투자자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지오를 수거해 피부, 근육, 신경 다발, 혈액, 뼈까지 전부 해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이손을 필두로 한 특수팀은 지오를 집요하게 쫓았고, 지오는 영문도 모른 채 사력을 다해 도망쳤다.
결국 지오는 궁지에 몰리자 푸른빛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이에 놀란 이손이 그를 옥상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 순간 눈이 파랗게 변하더니 푸른 빛줄기가 온몸에서 퍼져 나와 엄청난 파괴력으로 주변을 휩쓸었다. 구름이 이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며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안겼다.
'루카'는 '보이스1', '손 the guest' 등 독보적인 연출 세계를 펼쳐온 김홍선 감독과 '추노', '해적'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사랑받아온 천성일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여기에 '베테랑', '베를린', '도둑들'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한 최영환 촬영감독과 영화 '안시성'으로 극찬받았던 장재욱 무술 감독이 힘을 더했다.
말 그대로 '장르물의 대가'들이 뭉쳤다. 그리고 베일을 벗은 '루카'에서 이들은 자신의 이름값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구름이 오랜 시간 조사하고 있는 부모의 실종사건, 미스터리한 '휴먼테크' 연구소의 존재, 그리고 인간인 듯 인간이 아닌 지오의 연관 관계까지 첫 방송부터 '루카' 전체를 관통하면서도 촘촘하게 엮인 서사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장르물로서는 이미 절반은 해낸 셈이다.
여기에 김홍선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장재욱 무술 감독의 압도적인 액션은 '루카'만의 매력에 힘을 더했다. 주인공인 지오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맨 손으로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변을 휩쓸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초능력을 CG로 표현할 때는 자칫 유치해질 수 있지만, '루카'는 연출의 힘으로 이겨냈다. 또 극적인 순간에 초능력을 발현해 지오가 가진 힘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특수팀과 지오의 추격신 또한 마찬가지다. 장소만 달라질 뿐 비슷하게 쫓고 쫓기는 장면은 후반부 10분 가까이 이어졌다. 지루할 법 하건만 보는 내내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넘쳤다. 이 또한 연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액션, CG, 감정선까지 볼거리가 많다는 배우들의 자신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김래원, 이다희, 김성오 등 '루카'의 중심에 선 배우들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김래원은 지오가 처한 극한의 상황을 내밀하게 풀어내며 몰입도를 높였고, 이다희 또한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느슨하게 하는 완급조절을 완벽하게 선보였다. 액션 또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여기에 김성오는 날선 눈빛만으로도 긴장감을 조성하며 완벽한 존재감을 선보였고, 각기 다른 욕망과 집착으로 뒤섞인 휴먼테크 연구소의 박혁권, 안내상, 진경의 카리스마는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자신의 이름값을 완벽하게 해낸 '루카'. 관건은 장르물 마니아층 외 플러스 알파의 시청자들을 끌어올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대로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루카'가 마지막까지 완벽한 장르물로 남을 수 있을까.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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