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SKY 캐슬'에서 신선함을 주고, '스토브리그'에서 놀라움을 주더니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확신을 줬다. 연기를 사랑하는 청춘이 공들인 시간과 열정, 그리고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작 배우'에서 당당히 '믿고 보는 주연 배우'로 거듭난 조병규의 이야기다.
24일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은 닐슨코리아 기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평균 11% 최고 11.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역대 OCN 오리지널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이로운 소문'은 곧 OCN의 역사가 됐다.
'경이로운 소문'의 중심에서 경이로운 기록을 이끌어낸 조병규는 "많이 사랑해 주신 덕분에 잘 마치게 됐다"며 "함께 호흡한 선배, 후배 배우들, 스태프들과 좋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청자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지치지 않고, 집중의 끈을 놓지 않고 잘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조병규는 일진에게 찍힌 고등학생에서 전무후무 카운터 특채생 '소문'으로 열연했다. 액션은 물론 캐릭터의 서사와 희로애락을 실감나게 풀었고 폭발, 좌절, 분노까지 완벽한 완급 조절로 하며 조병규만의 소문을 완성했다. 드라마의 제목에 조병규 역할 이름인 '소문'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조병규가 아닌 소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던 연기는 깊은 고민과 연구, 그리고 노력 끝에 완성됐다. 먼저 조병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54kg까지 감량했다. 그는 "'스토브리그' 끝나고 10kg 찌우면서 벌크업을 했다. '경이로운 소문' 출연이 확정되고 유준상 선배님이 '같이 감량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셔서 흔쾌히 승낙했다"고 밝혔다.
이어 "식이요법, 운동을 통해 감량했고, 액션도 많고 감정의 고저도 높다 보니까 먹어도 살이 안 찌고 빠지더라"라며 "결국 13kg 정도 감량한 상태로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소문이가 유약한 지점이 보여야 해서 몸무게 감량은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외적인 부분뿐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연구에도 몰두했다.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은 판타지 장르다. 웹툰을 봤을 때 악귀의 초월적인 힘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소문이의 성격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소문의 성격이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는데, 그 사회적 약자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나 동등한 위치의 사람을 위해서 강자에게 항변하는 모습이 정의로워 보였고, 또 그런 인간이 존재할까 싶었다. 이 판타지스러운 성격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조병규는 소문의 생활 반경, 살아온 과정 등을 천천히 되짚었다. 몸이 불편한 소문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지팡이를 짚고 생활할 정도였다. 그는 "소문이의 걸음걸이를 연습하기 위해서 지팡이를 미리 받아서 달고 살아봤다. 강남 거리를 지팡이를 짚고 다녀봤는데 힘들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다"며 "그러면서 많이 느낀 지점들이 있다. 한 할머니가 제 모습을 보고 '어쩌다가 다리가 저렇게 됐어. 다리가 왜 저 모양이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듣고 인간 조병규로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소문이의 입장에서 보면 성장 과정에서 매 순간 이런 시선들이 비수가 돼서 꽂혔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순간에 초연해졌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때가 소문이와 일체화되는 첫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조병규는 '소문의 성장'이라는 '경이로운 소문'의 주된 이야기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그는 "소문의 성장 단계, 과정 별로 해야 하는 연기들을 바늘구멍에 실 들어가듯 섬세하게 설정했어야 했다. 저도 기존 인물들보다 촘촘하게 준비했다"며 "상황별로 표현해야 하는 감정이 다양하다 보니까 끝나고 나서 '다음 드라마를 할 때 더 신중하고 섬세하게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소문의 성장을 그린 '경이로운 소문'은 곧 배우 조병규에게도 성장이었다.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상실감과 허한 감정이 찾아올 것 같다고 밝힌 조병규는 시즌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시즌1에서는 소년인 소문이가 카운터 입문 과정과 성장을 그렸다면 시즌2에서는 성인이 된 소문이가 어엿한 카운터로서, 또 당당한 청춘이라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조병규는 JTBC 'SKY캐슬', SBS '스토브리그', 시즌2가 확정된 '경이로운 소문'까지 3연속 흥행에 성공한 배우가 됐다. 현재 '대세 배우'를 단 한 명을 꼽자면 이견 없이 조병규라고 답할 수 있을 만하다.
이러한 연속 흥행에 대본 보는 눈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조병규는 "그건 완전한 요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대본만 좋다고 드라마가 흥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본도 중요하지만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 함께 연기하는 선, 후배, 동료, 감독까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룰 때 흥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흥행 배우'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건 그 흥행이 운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만,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의 뿌리는 단단하게 박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열매는 그냥 맺히지 않았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조병규는 열심히 씨를 뿌리고, 가꾸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열매 맺길 기다렸던 예전에도, 열매가 맺힌 지금도 '연기'를 사랑하는 조병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가 출연한 작품 수가 80개 가까이 된 것 같다. 큰 회의감도 온 적이 있었고, 좌절과 실패도 맛봤다. 특히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하다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있었다. 연기를 접하고 패배자적인 감정에 몰두해서 자아 형성기를 보냈다. '어린 나이에 왜 그렇게까지 이 악물고 나 자신을 몰아붙이며 지냈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며 "그래서 카운터를 선택한 뒤 부담감을 가지고, 사건에 휘말리는 소문이를 연기할 때 어린 시절 저에 대한 연민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런 감정들이 저를 더 이 악물고 뛸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됐다. 당시에는 어려웠고, 참 치열했지만 그 과정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 순간들을 후회한 적이 없다. 연기하는 일, 촬영장의 순간순간을 사랑했다. 정신적으로 힘든 점은 있지만 지금도 연기를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병규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오직 연기를 사랑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남들보다 재능이 많다거나 월등한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이 악물고 준비하고 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굳이 장점이라고 얘기하자면 연기에 투자한 시간이다. 떳떳한 건 그 시간뿐"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조병규를 떳떳하게 만드는 그 시간은 유효하다. 조병규는 단 한 번도 노력 앞에 부끄러운 적이 없는 배우였다. 그는 "저는 이 일을 선택한 순간부터 연기,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한 청춘이다. 연기에 관련된 건 단 하나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경이로운 소문'으로 노력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 셈.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은 제가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지치고, 무너질 법한 순간에 다시 일어나라고 동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작품이다.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신적, 체력적 소비가 심하지만 기적적으로 찾아오는 카타르시스. 배우 조병규가 말한 연기의 매력이다. 이 감정을 잊지 않는 한 조병규의 '열일'은 계속될 예정이다. 그는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한계가 오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며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나 성격을 구분하지 않는데 장르적으로는 많은 고민을 한다. 지금 마음속에서는 사극이나 운명론적 첩보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병규는 자신의 성공을 뜻밖에 얻는 행운, '요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있었기에 행운이 다가왔을 때 그 행운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조병규의 한계 없을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한 가지 문장이나 단어에 고착화되고 싶지 않아요. 그걸 경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조병규 하면 떠올릴 키워드는 그냥 조병규였으면 해요. 그냥 조병규 그 자체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