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연기 인생 25년차 배우 정웅인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정웅인은 역시 정웅인이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또 한 번의 '정웅인 표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스토리의 중심축을 이끌어냈다.
1996년 드라마 '천일야화'로 데뷔한 정웅인은 '국희' '홍국영' '오작교 형제들', 영화 '두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보좌관' '99억의 여자' 등에서 악역을 소화하며 '국민 악당'으로 등극했다.
그런 정웅인이 이번엔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극본 박승규·연출 곽정환)에서 '정웅인 표 악역'을 탄생시키며 강렬한 임팩트를 안겼다. '날아라 개천용'은 억울한 누명을 쓴 사법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대변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정웅인은 엘리트이자 야망 많은 대검 부부장 검사 장윤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먼저 정웅인은 '날아라 개천용'을 떠나보내며 "늘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무사히 끝나길 바란다' '무탈하게 마치고 싶다'고 하지 않냐"며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에도 그렇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간절함이 더 컸다. 그야말로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는 종영 소감을 밝혔다.
'날아라 개천용'을 통해 다시 한번 악역에 도전한 그는 색다른 '빌런'을 선보이려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보좌관' 때 캐릭터보다 장윤석이 더 센 캐릭터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세게 주인공들을 괴롭혀야겠다는 일념 하에 시작을 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윤석은 세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악역이라는 차별점을 지녔다. 그는 장윤석에 대해 "장인어른 앞에서는 위축되지만 나름대로 직장에 가서는 큰소리내고 손가락질하는 그런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 또 권력을 휘두르는 이 인물이 '재심'이라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 마음이 움직일까, 하는 궁금증을 시청자분들이 느껴주셨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장윤석은 원수처럼 사사건건 부딪히던 박삼수(정우성), 박태용(권상우)과 긴밀히 협조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며 야망과 인간미가 한데 어우러진 매력적인 캐릭터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정웅인은 작품에서 함께 호흡한 권상우, 정우성에 대한 고마움과 전하기도 했다. 그는 권상우에 대해 "현장에서 애티튜드가 좋은 배우"라며 "뭐든 열심히 하고 모든 사람을 매너 있게 대한다. 그런 부분이 참 좋아 보여 '참배우'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칭찬했다.
극 후반에서 박삼수로 투입돼 활약했던 정우성에 대한 호평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우성은 현장에서 참 열심히 하고 성심성의껏 캐릭터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좋았다"며 "정우성과는 함께 연기한 씬이 몇 없다.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 함께 제대로 연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정웅인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연극, OTT 콘텐츠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연극을 '배우의 트레이닝'이라 칭하며 연기 열정을 쏟아냈다. 정웅인은 "가수들은 댄스, 보컬 트레이닝을 한다. 배우에게는 연극이 그 일환 같기도 하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늘 저를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네가 얼마나 이 인물을 다 표현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손과 발까지 연기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극 '얼음'에도 출연하고 있는 그는 현 시국 속 전석 매진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매 공연마다 자리를 꽉 채워주시는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어서 코로나19가 마무리 되길 바랄 뿐"이라는 소감을 밝힌 그는 "공연계가 많이 힘든데 연극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연출, 제작자, 배우 그리고 소중한 관객 여러분까지 모두 마음을 모아 이 시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르 불문 쉴 새 없이 2020년을 보낸 정웅인에겐 지난해가 더욱 특별하다. 그는 "2020년은 다양한 경험을 쌓고 도전했던 한 해였다. 또 새로운 도전의 발판을 만드는 한 해였던 것 같다"며 "막상 지나고 나면 아쉬움은 잊혀지는 것 같다. 드라마 뿐 아니라 다양하게 시도한 것에 만족을 느낀다"는 소회를 밝혔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정웅인은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친 기색 없이 '열일'을 예고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지금 작은 영화를 찍고 있고, 곧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촬영차 출국을 할 것 같다. 그저 이렇게 바쁘게, 연기자 정웅인으로서 다양한 과제를 받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정웅인은 가족을 원동력 삼아 질주 중이다. 그는 "가족이 없을 때는 '어차피 내가 이곳에 발을 들였으니 뭐라도 해 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열심히 했다. 대한민국의 연기자로 어떤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도전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가족이 생기고 나니 가족을 위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웅인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전진 중이다. 자신의 한계치와 높아진 기대치까지 가뿐히 뛰어넘으며 쾌속 질주 중인 그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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