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이정현의 활약은 다채롭다. 매 작품마다 주어진 바에 충실했던 덕분에 국적을 의심 받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극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014년, 광고로 데뷔한 이정현의 필모그래피는 제법 탄탄하다. 영화 '리얼' '박열' '군함도' '아이 캔 스피크' '대창 김창수' 등에서 단역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후 '변산'과 '사자', '스윙키즈'를 거쳐 '갱' 주연을 맡았고 '오케이 마담'에서는 조연으로 입지를 다졌다. 무엇보다 그의이름을 톡톡히 알린 것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다. 극 중 일본인 간부 츠다 역을 맡아 유진 초이(이병한)을 악랄하게 괴롭히는 악역을 소화해냈다. 인물을 너무 완벽히 그려낸 덕분에 방송 이후 일본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이정현이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정현이 출연한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이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을 담은 작품이다. 극 중 이정현은 조직폭력배 경모로 분해, 얼굴에 다수의 피어싱이 있는 파격적인 비주얼로 서사의 한 몫을 해낸다.
'스위트홈' 출연 이후 인기를 실감했다는 이정현은 "저는 잠깐 나오는 인물이었는데, 그 이상으로 반응을 얻고 연락을 받았다. 의외이기도 하면서 '이 상황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면서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촬영장 동료들 중 또래이면서도 편한 형님들 덕분에 좀 더 편하게 현장에서 놀았다. 작품을 하면서도 좋은 동료들과 선배님들을 뵐 수 있는 장이었던 것 같아 즐거웠다"면서 애정을 전했다.
특히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스위트홈' 극적 기능이 비슷한 악역을 맡게 된 만큼 악역을 완전히 소화하는 비결이 사뭇 궁금해졌다. 이정현은 캐릭터 빌드업 과정에 대해 "악한 인물들 안에 있는 악함의 원인들과 원초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조금 더 악함에 대해 접근하게 되고, 그 악함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 조금씩 구체화 되는 것 같다"면서 진지한 면모를 전했다. 이어 "'미스터 션샤인'과 '스위트홈' 등 기능은 비슷한데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같은 목소리지만 최대한 다른 인물로 표현해내도록 노력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정현은 이응복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을 하게 됐다. 이응복 감독과의 작업 소감에 대해 "제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연기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감독님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행복감과 감사함이 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었에 감사했다"면서 "감독님께 '감사하다, 덕분에 이렇게 잘 하고 있다'고 말씀 드리기에 쑥쓰럽더라. 저 같은 배우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마음으로 항상 간직하며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스위트홈' 속 악독한 인물을 완벽히 소화한 만큼 짧은 분량에도 상당한 몰입도를 이끌어낸다. 특히 경모라는 인물의 전사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정현은 평소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두고 "감독님과 상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진다면 상의하며 조금 더 빌드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제가 먼저 준비하는 것이 대개의 작업 방식이다 보니 평소에 준비를 해두고 현장에서 조금 더 캐릭터를 만든다. 현장에서 바뀔 여지를 충분히 고려해 최대한 여러 방식들을 미리 준비해놓는다. 현장에서 소품들과 주변 인물들이 갖춰졌을 때 최종적으로 제 머리 속에 동선이 완성 되는 것 같다"면서 남다른 연기력의 비결을 밝혔다. 또 '스위트홈' 원작을 직접 참고하며 인물을 최대한 참조하고 따라가려고 노력했다는 이정현이다. 이정현은 웹툰의 팬들이 최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한편 보는 이들에게 악역의 잔상이 깊게 남는다는 것은 배우에게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과제가 된다. 연이어 너무 강렬한 캐릭터를 만난 만큼 비슷한 이미지 소비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법도. 이에 대한 우려나 부담감은 없을까. 이에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부담감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지만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숙제"라 답했다.
또 "그간 연기했던 다른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지 않도록 배역을 최대한 많이 연구, 작품에 캐릭터가 잘 어우러지도록 한다.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기에 매번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짙을 것도 같은데 이정현은 부담감보다 긍정적인 가치관을 더 크게 갖고 있는 배우다. 그는 "저를 찾아주시는 감사함과 이렇게라도 (대중을)찾아뵙고 싶다는 욕망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제가 나태해지지 않기를, 너무 똑같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자기검열의 시간들이 그만큼 많아지는 이유"라면서 진솔히 연기관을 전해왔다.
고민이 깊었던 덕분일까. 여럿 작품을 통해 '신스틸러'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연기 호평을 받을 때마다 소감이 남다를 터. 이에 대해 이정현은 "사실 호평은 너무 감사하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작품 후 호평은 제게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의 말들이라 생각하고, 항상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악평 또한 달게 받고 있다"면서 겸손한 태도를 드러냈다.
현재 이정현은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게 '어떻게' 더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과정의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그의 고민이 있었기에 더욱 좋은 반응이 나타난 것은 아닐까. 이정현은 "즐거웠던 작업들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는 게 행운"이라면서 "앞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어떠한 장르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 감사히 즐길 것 같다. 아직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것들이 많다.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캐릭터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7년 동안 꾸준히 작품들에 매진한 덕분에 '열일'의 결과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기나 대중의 반응을 실감하냐는 질문에 "'미스터 션샤인' 때 가장 놀랐다. 지금은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사실 나의 원초적인 목적은 나를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제 삶이 생각보다 행복한 나날들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꼽는 배우로서 강점은 무엇일까. 이에 이정현은 "아직은 보여드릴 것이 많이 남아있는, 이제 시작해 나아가는 배우라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김해숙, 고두심 선배님 그리고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 연기자들이 좋은 자극을 준다. 여러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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