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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공개 방패로 사업 홍보, '관찰 예능'의 씁쓸함 [ST포커스]
작성 : 2021년 01월 21일(목) 16:10

사진=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일상 관찰 예능의 폐해일까. 출연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예능은 출연자들의 날것의 일상이 공개되면서 여전히 큰 인기와 관심을 얻고 있다. 그러나 관찰 예능이 출연자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본질을 잃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레전드 보스들이 일터와 일상 속 리얼한 생활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관찰 예능이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직장 내 보스들의 일상을 밀착 관찰하며 직장인들, 일명 을(乙)들의 공감을 얻으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청자 반응에 힘입어 정규 편성이 된 지 약 2년, 현재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는 출연자 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방송 시간을 출연자들의 사업과 유튜브 홍보에 할애 중이다.

농구팀 LG세이커스의 감독을 맡으며 선수들, 스태프들과의 '케미'로 큰 사랑을 받았던 현주엽은 배우 박광재, 정호영 셰프 등과 함께 '먹방'이라는 반복되는 주제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주엽TV'를 홍보하고 있다.

또한 송훈 셰프가 출연하면서 그가 제주도에 새롭게 오픈하는 '송훈랜드'를 개업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부지 선정, 인테리어 과정 등에 걸쳐 한 달 넘게 방송 중이다. 이 과정에서 송훈과 직원들의 관계는 일부일뿐 제주 6천평 부지의 2호점이 오픈하는 과정만 구체적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송훈랜드'는 방송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홍보 아닌 홍보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고정 출연자가 개업 준비 중인 식당의 상호명을 여러 차례 노출하고 자막과 음성을 통해 강조한 것과 관련해 상호명이 기재된 현수막을 부각하거나 식당 전경 및 간판 등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관련 심의 규정에 위반된다"며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사진=JTBC 1호가 될 순 없어, SBS 미운우리새끼


JTBC '1호가 될 순 없어'도 마찬가지다. 코미디언 부부의 꾸밈 없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주며 큰 사랑을 받았던 '1호가 될 순 없어'는 최근 최양락, 팽현숙 부부가 반찬가게를 개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상이 아닌 홍보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서 '1호가 될 순 없어'에서는 이봉원의 짬뽕집, 김학래, 임미숙 부부의 중국집, 팽현숙 순대국집이 꾸준하게 노출된 바 있다. 방송 후에 이들의 가게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됐다.

대표적인 관찰 예능 중 하나인 '미운우리새끼'도 그간 김종국과 하하의 고기집, 홍진영 화장품 사업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홍보 효과를 누렸다.

TV에 잠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광고 효과는 엄청나다. 아무리 가게 이름을 '삐' 처리하고, 현수막에 모자이크를 한다고 한들 잠깐의 언급만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십상이다. 이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접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셈이다.

제작진도, 출연진들도 이러한 방송의 노출을 통해 따라올 홍보 효과를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초창기 관찰 예능은 그간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일상 속에서 '공감'과 '재미'를 얻는 것이 포인트였는데, 점차 그 의미가 변질되고 스타와 셀럽들의 '그들이 사는 세상'을 담아내기에 바빠 보인다.

'일상 공개'를 방패로 연예인들의 사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관찰 예능'에 씁쓸함이 남는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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