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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이와 에픽하이의 '궤변' [ST포커스]
작성 : 2021년 01월 20일(수) 17:27

비아이, 에픽하이 / 사진=DB, 아워즈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마약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가수 비아이가 에픽하이의 신보 참여와 관련한 비난에 대해 소감을 전했다. 에픽하이(타블로, 투컷, 미쓰라)에 이어 본인이 직접 해명을 거듭했으나 비난은 여전히 들끓는 모양새다.

비아이는 지난 18일 발매된 에픽하이의 정규 10집 첫 번째 앨범 '에픽하이 이즈 히어 상(Epik High Is Here 上)' 수록곡 '수상소감'에 피처링과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비아이의 합류는 그 자체만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2019년을 떠들썩하게 만든 마약 스캔들 탓이다. 비아이는 3년 전인 지난 2016년, 공익제보자인 한 모씨를 통해 마약류인 대마초를 구매,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한 씨는 비아이의 마약 투약 사실을 증언했으나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의 협박과 회유 끝에 증언을 바꿨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비아이는 마약 의혹을 부인했다. "한때 힘들고 괴로워 관심조차 갖지 말아야 할 것에 의지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또한 겁이 나고 두려워서 하지도 못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비아이는 팀을 탈퇴하고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비아이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사실을 인정해 거짓 해명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됐으나 아직까지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양현석의 수사 무마 의혹 건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렇다 보니 비아이의 복귀를 두고 많은 이들의 저항이 이어졌다. 너무 이른 복귀가 아니냐는 반발이었다. 에픽하이도 비난의 중심에 섰다. 3년 3개월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에 비아이란 '오점'이 뿌려졌다는 악평까지 나왔다.

에픽하이도 발매일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아이를 안고 간 이유를 밝혔다. 타블로는 "협업 상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 노래를 가장 완성에 가까운 곳으로 함께 가줄 분들을 찾는 데 고민을 많이 한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 어느 하나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없더라. 비아이 군과의 작업 역시 무게감 있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곡을 포기할 수 없을 만큼의 완성도를 비아이가 만들어준 것도 사실"이라고 비아이를 두둔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궤변'이라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실질적으로는 마약 투약 혐의자를 우회적으로 대중에 내세우며 복귀시켰고, 공식적으로 수익을 낼 발판까지 마련해준 것이라는 비난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에픽하이는 "위로와 공감을 전하겠다"는 앨범의 취지를 수번 강조한 터였다. 그런 앨범에 처벌조차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가 묻었으니 비난을 피하긴 어려웠다. 마약 투약 혐의자가 참여한 음악으로는 위로를 받을 수 없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곡 불매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성적은 여론과 달랐다. 타이틀곡들은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했고, 수록곡 줄세우기에도 성공했다. 비아이와의 협업곡도 줄세우기에 포함됐다.

이후 비아이는 19일 오후 6시, 보도자료를 통해 곡 참여 소감을 전했다. 비아이는 "저로 인해 에픽하이 선배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제의를 받고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선배님들이 해주신 조언과 격려에 많은 용기를 얻었고, 심사숙고 끝에 이번 곡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에픽하이 선배님들과의 협업은 제게 꿈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좋은 곡에 참여할 기회를 주신 선배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협업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해진 그의 구구절절 소감은 반대 여론을 뒤집지 못했다. 누를 끼칠까 걱정했다면 끝까지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타이밍'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정식 발매 전, 협업 소식만으로도 비난이 일었으나 비아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에픽하이가 먼저 비아이를 언급하고 성적까지 잘 나오니 입장을 밝힌 격이다. 은근슬쩍 복귀를 꿈꿨으나 "노래는 좋다" "에픽하이의 말이 수긍이 간다"는 일부 쉴드가 나오자 힘을 얻은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더군다나 해당 보도자료는 오후 6시가 넘어 배달됐다. 보통의 보도자료는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6시 이후는 피한다. 기사화 가능성이 낮기 때문. 해명은 하고 싶었으나 너무도 큰 화제는 피하고 싶은 움직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었다.

심지어 보도자료를 보낸 주체는 에픽하이 측이었다. 비아이의 뜬금 없는 소감에 에픽하이의 의중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에픽하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와중에 해당 보도자료 뒤에는 비아이가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IOK 컴퍼니의 사내이사로 등재"됐으며 "국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기부 및 봉사활동으로 꾸준한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는 글이 덧붙었다.

진정 어린 사과와 반성보다는 끝끝내 자신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봉사활동'을 내세운 셈. 그 의도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마약 투약 혐의, 거짓 대응, 자숙 없는 빠른 복귀까지, 에픽하이와 비아이의 협업은 대중의 허탈감을 높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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