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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영,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 [인터뷰]
작성 : 2021년 01월 10일(일) 01:21

박규영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박규영에겐 하얀 도화지 같은 매력이 묻어난다. 자신에게 꼭 맞는 색을 찾기보단 무슨 색이든 흡수해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카멜레온보다 더 팔색조 같은 빛을 내는 배우로 활약 중이다.

박규영은 2016년 웹드라마 '여자는 왜 화를 내는 걸까'로 데뷔해 '열일' 행보를 이어왔다.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수상한 파트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추리의 여왕' '제3의 매력' '로맨스는 별책부록' '녹두꽃'까지 차근차근 필모를 쌓은 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청순하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 박규영이 이번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극본 홍소리·연출 이응복)을 통해 '걸크러쉬' 매력을 발산했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박규영은 베이시스트 윤지수 역을 맡았다. 윤지수는 슬픈 과거를 숨기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털털한 인물이다.

윤지수는 박규영의 '열정'에서부터 탄생한 인물이다. 박규영은 "지수 역할을 너무 하고 싶었고, 오디션도 지수 역할로 참여했다"며 "오디션에서 감독이 '팔씨름에서 네가 이기면 출연하게 해 줄게'라고 하셔서 팔씨름을 했다. 당시 감독이 제 눈빛을 보시고 '정말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캐릭터를 사랑할 수 있겠다'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캐스팅이 확정된 후에도 박규영의 열정은 계속됐다. 박규영은 베이시스트 윤지수가 되기 위해 베이스 레슨을 배우기 시작했다. 또 작품 속 무기였던 야구방망이에 익숙해지기 위해 스크린 야구장을 다녔다. 촬영이 아닌 시간에도 야구방망이는 항상 그와 함께했다.

추위도 박규영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파 속 반팔 차림으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힌 그는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이 없어서 그냥 참았다. 반팔에 스키니 차림이라 내복을 입을 수 없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보온을 잘 해 힘든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규영 / 사진=넷플릭스 제공


박규영의 열정과 열연에 국내외 시청자들은 열띤 응원으로 보답했다. '스위트홈'은 한국을 포함한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페루, 쿠웨이트, 카타르,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총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규영은 "촬영은 지난 2019년 겨울에 끝이 나 드라마가 공개될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렸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반응도 좋아 한해를 뿌듯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 월드 차트를 봤는데 제가 재밌게 본 영화 '퀸스캠빗' 다음 순위가 '스위트홈'이었다. 그래서 너무 뿌듯했다. 또 전세계로 방영되다 보니 해외 팬들도 많아졌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응원이 오니 신기하다"며 얼떨떨한 심경을 드러냈다.

작품의 인기 요인으로 캐릭터들의 돈독한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윤지수와 정재헌(김남희)은 처절한 상황 속 애틋한 러브라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박규영은 "'케미'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 (작품에서) 가장 많이 마주친 건 김남희인데 그 '케미'에 대해 정말 많이 좋아해 주셨다"며 "김남희가 제게 먼저 다가와주셔서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규영이 정의한 윤지수와 정재헌의 관계는 무엇일까. 그는 "지수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줄 것 같진 않다.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관계가) 시작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다 특정한 상황에서 생긴 전우애와 이성간의 호흡 그 사이를 오가는 관계였던 것 같다. 재헌이 최후의 고백에서 '주님의 뜻이 아닌 제 뜻'이라고 하는 걸 들었을 때는 지수도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남희와 함께한 장면은 그에게 의미가 깊다. 특히 정재헌이 최후를 맞이한 장면에 대해 "애정이 많이 가는 신이다. 지수가 억눌렀던 여린 모습과 슬픈 걸 표출하는 장면이었다"며 "그 장면을 다시 보며 정말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박규영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괴물이 된다는 '스위트홈'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다. 이에 시즌2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상황. 박규영은 "만약 시즌 2로 이야기가 연장이 된다면 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의 이야기니 더욱 독해지고 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2 속 윤지수의 모습도 예측했다. 박규영은 "윤지수에게 정재헌의 칼이 중요해질 것 같다. 본래 무기였던 방망이를 이은유(고민시)에게 주고, 지수의 주무기는 몸을 던져 최후를 맞이했던 재헌의 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 주무기가 바뀌니 액션도 더 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상 액션을 해 보니 상대방과 합이 중요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시즌 2를 하게 되면 시즌 1 경험이 있으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청순한 외모지만 어딘가 강인한 박규영은 '스위트홈' 속 윤지수를 빼닮았다. 그는 윤지수와의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 "저와 지수는 외적인 부분이 다르지만 내면적인 부분이 비슷하다. 지수처럼 큰 아픔을 겪은 경험은 없긴 하지만, 제 여린 부분과 슬픔을 드러내기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부분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지수이자 박규영으로서 괴물이 된다면 여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괴물이 될 것 같다"며 "사람 앞에서 울어보기도 하는 눈물 괴물일 것 같다. 물을 몰고 다니는 괴물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박규영에게 '스위트홈'은 그의 역량과 가능성을 대중에 각인시킨 작품이다. "'스위트홈'은 제게 선물 같은 작품이자 터닝 포인트"라고 언급한 그는 "이응복 감독님과 함께 윤지수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대본과 인물, 공간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이제 막 데뷔 5년차로 접어들고 있는 박규영은 대중에게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특별하고 화려하거나 예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그래서 다른 연기나 다른 스타일을 얹었을 때 다양한 모습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과 동시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해 주면 그 에너지가 연기에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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