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조재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이상주 부장판사)는 A씨가 조재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만17세였던 2004년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8년 7월, 조재현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8년 9월 A씨의 소송을 조정에 회부해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A씨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신청을 함에 따라 정식 재판이 진행됐다.
A씨 측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자신이 겪은 고통을 전달하려는 측면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재현 측의 변호인은 "A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사건은 소멸시효 완성이 명백한 사건이다"고 반박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TV에 출연한 박주희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범행이 2004년에 있었고, 소송이 2018년에 제기됐다. 물리적으로 10년이 지난 뒤이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난 것이 아니냐는 (조재현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법원의 판결이 일관되지 않다. 작년에는 어렸을 때 테니스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제기한 소송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성인이 돼서 나타났기 때문에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또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감독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예로 들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박신영 판사)은 옛 연희단거리패 소속 단원 5명이 이윤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1명만이 승소했기 때문이다. 다른 원고 4명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윤택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지난해 7월 징역 7년의 실형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그간 법원에 따라 소멸시효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성폭력 관련 손해배상 소멸시효 기간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조재현은 2018년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속에 여러 차례 가해자로 지목돼 충격을 안겼다. 그는 "전 잘못 살아왔다.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을 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다. 저는 죄인이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대중에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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