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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감독, 플랜 B·로테이션 부족…손흥민 혹사 이어진다 [ST스페셜]
작성 : 2020년 12월 25일(금) 11:55

조세 무리뉴 감독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올 시즌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 중인 조세 무리뉴 감독(토트넘 홋스퍼)이 주전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토트넘은 24일(한국시각) 영국 스토크의 BET365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2021 잉글랜드 리그컵 8강전에서 스토크시티를 3-1로 이겼다.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컵 준결승에 진출하며 12년 만의 리그컵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전을 펼쳤다. 무리뉴 감독이 또다시 주전 의존증을 드러내며 주력 선수들의 체력을 갉아먹은 탓이다.

무리뉴 감독 체제의 대표적인 선수 공격수 해리 케인과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수비수 에릭 다이어는 이날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들이 리그 일정에서도 쉼 없이 달려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또다시 강행군을 이어간 셈이다.

모처럼 만의 전반전 휴식을 취한 손흥민도 후반 시작과 함께 소환됐다. 가레스 베일의 부상 탓이기는 했지만, 그 대체자로 가장 먼저 불린 선수는 휴식이 필요했던 손흥민이었다.

물론, 이날 경기는 토트넘에게 매우 중요했다. 2008년 리그컵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트로피와는 연을 맺지 못한 토트넘에게는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은 대회인 리그컵 8강전은 소중한 일전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2부리그팀 스토크 시티였다. 중요성과는 별개로, 원정경기였지만 상대팀의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이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하고도 승리할 수 있는 상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또다시 케인과 호이비에르, 다이어, 그리고 후반전 손흥민이었다.

이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플랜B가 없다는 점을 증명한다.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전술과 전략이 부족하기에 한 수 아래의 상대를 만나고서도 핵심 선수들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올 시즌 케인을 비교적 낮은 지역까지 이동시킨 뒤, 손흥민을 전방으로 침투시키는 작전을 구사해 득점을 뽑아내고 있다. 이 작전은 케인의 패스 능력과 손흥민의 결정력을 적절히 배합한 것으로 프리미어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작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월드클래스' 손흥민과 케인의 조합을 대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수 아래의 전력을 보유한 팀들을 상대로 주전 선수들을 휴식시키고 로테이션 멤버로 승리하는 일은 현대 축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손흥민 / 사진=Gettyimages 제공


무리뉴 감독은 지난 11일 앤트워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6차전 경기에서도 후반전 14분 케인과 손흥민을 투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경기는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32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펼쳐졌던 일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뉴 감독은 조 1위를 위해 손흥민과 케인을 투입시켰다. 조 1위를 향한 용병술이었을 수도 있지만, 두 선수의 조합 외에 이렇다 할 공격 루트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 중 하나였다.

토트넘은 이후 크리스탈 팰리스, 리버풀, 레스터 시티전에서 1무2패를 기록했다. 특히 세 경기 모두 후반전에 체력적으로 떨어진 모습을 나타내며 후반전 스코어 0-1을 마크했다. 무리뉴 감독의 주전 의존증이 전체적인 스쿼드의 체력적 소모를 야기했고 이 경기들에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무리뉴 감독의 주전 의존증은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매체 'ESPN'에 따르면 토트넘은 정규리그에서 단 22명만 활용했다. 각 리그 상위권 구단 중에서는 프랑스 리그1 릴에 이어 2위권 수치다.

토트넘에는 전체 경기 시간의 90% 이상을 소화한 필드플레이어 선수도 다수 포진했다. 손흥민, 케인, 호이비에르, 다이어 등 4명이 14경기(총 1260분)에서 1100분 이상을 뛰었다. 무사 시소코 역시 1000분 이상을 소화했다.

이러한 무리뉴 감독의 주전 의존증은 손흥민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최전방을 향한 스프린트는 물론,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 헌신적인 수비 가담까지 요구받고 있다.

특히 손흥민은 올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바 있다. 햄스트링이 근육의 피로도에서 발생하는 부상인 점을 감안하면 무리뉴 감독의 주전 의존증은 손흥민에게 '독약'과 다름이 없다.

이제 토트넘은 박싱데이 일정을 소화한다. 28일 울버햄턴 전, 31일 풀럼 전, 2일 유나이티드 전까지 6일 동안 3경기를 치른다.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불안한 플랜B 대신, 최대한 주전 선수들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손흥민의 체력과 컨디션이 위험 수준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무리뉴 감독의 주전 의존증 속에 손흥민의 혹사가 가중되고 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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