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미나리'가 골든 글로브 작품상 후보 부문에서 탈락했다.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에 분류된 것. 이에 미국 영화계 내부에서는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에서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라는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에 분류됐다. 앞서 LA, 보스턴, 플로리다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예측되는 '미나리'기에 이번 골든 글로브 작품상 경쟁 배제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나리'에서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을 선택한 한국인 가족의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내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큰 공감까지 이끌며 오스카 레이스에 청신호를 킨 상황이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했으며, 브래드 피트의 A24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역시 이민자인 배우 스티븐 연이 브래드 피트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영어 비중이 30%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음에도 작품상 후보에 오른 바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주의'라는 지적이 더욱 모이고 있다.
하지만 '오스카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에서 '미나리'가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라는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 영화상에 분류되며 미국 배우, 언론, 셀럽들의 반대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미나리'가 한국어로 제작된 이유만으로 작품상 출품이 불가한 건, 올해 오스카가 '기생충'과 함께 만든 의미 있는 행보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제77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이었던 '페어웰'의 감독 룰루 왕, '캡틴 마블2'의 감독 니아 다코스타, 그리고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대니엘 대 킴 등 수많은 영화인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외신 또한 해당 결정을 두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왕 감독의 영화 '페어웰'이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SNS에서 버라이어티의 뉴스를 인용하며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구식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방송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 중인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도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어쨌든 외국 영화라고 슬프고 실망스럽게 상기시킨다"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시트콤에 출연 중인 시무 리우 역시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그것보다 더 미국적인 게 뭐냐?"고 언급했다.
한편 '미나리'는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비평가협회의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내슈빌 평론가를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뮤직시티 비평가협회에서도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의 후보에 선정되었다.
'미나리'는 2021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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