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마약 스캔들'을 일으킨 래퍼 나플라가 자숙 없이 빅스 라비의 그루블린과 전속계약을 맺으며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나플라는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불미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려 정말 죄송하다"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다보니 이제서야 인사를 드리게 된 것도 너무 죄송하다. 저는 대마 흡연을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피해를 줬다"고 마약 논란을 사과했다.
이어 "스스로가 느슨해지고 약해지면서 해선 안 될 행동을 했다. 특히 대마는 한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에 대해 크게 깨닫고 크게 반성하고 있다.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시고 관심주셨던 팬분들께 너무 죄송하다. 반드시 정신 차리고 더욱 성장하여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재차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더니 나플라는 "계약 종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그루블린과의 만남을 통해 이적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 이후 저의 잘못으로 생겨난 사건으로 인해 계약에 대한 대화를 여러 차례 나누었고 그 결과 그루블린은 저와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해줬다"며 새 소속사 전속계약 소식을 알렸다.
그루블린 역시 SNS를 통해 "지난 8월 그루블린과 나플라는 이적에 관련된 계약서를 작성 후 아티스트의 프로필 사진 촬영과 새 앨범 제작 및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행했다. 10월 그루블린은 나플라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을 알게 됐다. 그 후 그루블린은 수많은 고민과 아티스트와의 긴 대화, 소통 및 그의 진심 어린 다짐 속에서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것으로 어려운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플라와 그루블린 모두 구구절절 사과를 했으나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불과 2개월 전 뒤늦게 탄로난 나플라의 마약 논란 탓이다.
나플라는 2018년 Mnet '쇼미더머니777'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으나 지난해 9월,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7월, 초범인 점 등이 고려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소식이 지난 10월 보도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보통 연예인이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활동을 중단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소속사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 해당 연예인과 계약 해지를 단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플라는 자숙은커녕 새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키웠다.
사실상 사과의 진정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논란 보도 후 입을 다물었던 그가 이제와 사과를 한다니 활동을 하기 위한 겉치레 형식의 사과가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사과의 내용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나플라는 "대마가 한국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며 유독 한국이라 대마 흡연이 예민한 논란이 됐다는 뉘앙스를 내비쳐 비난을 불렀다. 나플라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어느 나라에서 활동하느냐는 본인 자유이나 적어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돈을 벌려면 한국이 정해놓은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비난의 화살은 빅스 라비에게도 향했다. 라비는 나플라의 새 둥지 그루블린의 수장이다. 마약 논란을 숨긴 채 새 소속사로 옮기려는 나플라의 인성이 첫 번째 문제지만 굳이 범법자를 받아준 라비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도덕적 대의나 대중의 정서보다는 그저 '돈'을 앞세운 계약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2012년 빅스로 데뷔해 솔로, 유닛 등 본업은 물론 지난해 KBS '1박 2일'에도 합류해 예능감을 뽐냈던 라비는 마약 사건을 일으킨 라플라를 안으면서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이번 사건은 힙합계가 마약 사건을 얼마나 가벼이 보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 됐다. 이렇게 쉽게 마약 사실을 숨기고, 마약을 했음에도 이렇게 쉽게 받아주는 문화라니. 긴 대화 끝에 도출된 양측의 아쉬운 결정에 씁쓸함이 남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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