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한국 최초의 크리처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출격한 '스위트홈'이다. 할리우드 특수효과팀과 회당 30억의 가치를 담은 크리처물 역시 원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 켠에 아쉬움이 남는다.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극본 홍소리·연출 이응복)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태어난 괴물이라는 설정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다. 알 수 없는 계기로 누구나 갖고 있는 한움쿰 욕망이 발화하며 인류는 멸망에 가까워졌다.
제작 당시 '한국의 첫 크리처물'에 많은 기대가 모였다. 첫 술에 배 부를까 싶지만 반응이 심상치 않다. '스위트홈'은 한국을 포함한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페루, 쿠웨이트, 카타르,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총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50여개국 스트리밍 순위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국내 드라마 최초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 시작된 후 전세계로 퍼져 나간 크리처 장르인 만큼 괄목할 성적표다.
먼저 작품은 능숙한 카메라 워크를 자랑한다. 어디서 언제 튀어나올 지 모르는 괴물들, 그리고 이를 피하는 주민들을 한정된 공간에서 담았다. 그린홈 안에 갇힌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괴물과 주민들을 담고 또 빠르게 움직이며 긴장감을 조절한다. 괴물이 있는 층층마다 활용도를 달리 하며 장르적 매력을 고취시켰다.
원작 팬들도 괴물 구현에 호평을 전했다. 원작인 동명 웹툰의 시그니처 연근 괴물, 프로틴 괴물, 눈알 괴물 등 원작을 확실히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가미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괴물들의 서사는 드라마틱하게 감축됐다.
전반부의 전개는 꽤 긴박하다. 괴물의 등장과 주민들의 갈등, 또 그 안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빛을 발한다. 삶의 의지를 깨닫고 점점 더 성장하는 현수(송강), 일련의 이유로 살의를 내뿜는 편상욱(이진욱), 특전사 출신 소방대원 서이경(이시영), 빠른 판단력으로 순식간에 그린홈을 리드하는 이은혁(이도현) 등 각기 다른 서사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모여 정서의 한 부분을 이룬다. 그리고 꽤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서이경의 활약은 일당백 수준이다. 원작에 없던 캐릭터인 만큼 차별화를 노린 인물이다. 무능한 주민들 대신 앞에 서며 전투력을 과시한다. 작품이 공개된 후 이시영의 복근이 CG효과가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물음표가 생길 정도로 존재감이 뚜렷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이자 특전사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도 짜릿하다. 몇몇을 제외한 그린홈 남성들은 강하지 않다. 맨 앞에 서거나 지하실로 먼저 내려 가는 건 서이경이다. 윤지수(박규영), 이은유(고민시) 역시 흔한 크리처물에 나오는 답답한 특징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몸을 건사하는 것 이상의 능력치를 발휘한다.
후반부로 진입할 수록 괴물보다 인간들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디스토피아 배경를 더욱 재밌게 만드는 인간 대 인간 장면 역시 흥미롭다. 이야기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뚜렷한 편이라 반감도 들 수 있지만 나름대로 개연성이 있다. 극 초반 현수를 죽이느냐, 살리느냐를 두고 꽤 치열하게 대립했던 주민들은 어느새 괴물화가 된 이를 감싸고 함께 나아가려 한다. 눈물 흘리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다. 아름다운 희생, 약한 이를 향한 숭고미, 인간의 존엄성이 꾸준히 강조된다.
다만 너무 다양한 인물들의 특색이 '스위트홈'을 아쉽게 만들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린홈에 갇힌 주민은 약 20명 정도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그렇듯 이들 역시 각자만의 사정이 있다. 이 많은 인물들의 서사를 회마다 담으려니 스토리가 산만해진다. 스토리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니 힘을 줘야 하는 액션 신도 흡입력이 떨어진다. 공개 이후 꾸준히 쏟아진 배경 음악 역시 수정돼야 할 부분이다. 과격함만 남기며 몰입감을 방해한다. 첫 번째 시즌이 이야기의 초석을 깔아줬다면 다음 시즌에서는 본격적으로 서사를 다뤄야 한다. 이는 이응복 감독의 숙제로 남을 예정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에 팬들은 '스위트홈 시즌2'를 기쁘게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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