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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영화 성적표 처참…넷플릭스가 가져 온 생태계 변화 [2020 영화는 지금]
작성 : 2020년 12월 24일(목) 10:30

영화 산업 결산 / 사진=각 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2020년 극장가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올해 국내 개봉작은 9작품 뿐이며 영화 산업 매출은 약 1조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국 속 넷플릭스의 성공 신화가 펼쳐지며 극장가의 위기가 도래한 시점이기도 하다. OTT과의 극장 대립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한국 영화 생태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14일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영화산업 매출 추산액 발표가 공개됐다.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매출을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올해 극장, 디지털 온라인시장, 해외 매출을 합산한 추산액은 약 9132억 원이다. 지난해 2조593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보다 63.6% 감소한 수치다.

◆국내 영화 산업의 위기

국내외로 확산된 코로나19 감염 여파로 영화 제작 현장에도 타격이 짙었다. 요르단 현지 촬영 중이었던 임순례 감독의 ‘교섭’과 김성훈 감독의 ‘피랍’ 측은 급히 촬영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뿐만 아니라 송중기 주연의 ‘보고타’,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의 ‘비상선언’도 촬영 연기를 알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화 제작·개봉 피해 2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135편 작품의 총 피해 규모는 329억56만 원이며 작품당 평균 피해 금액은 2억4747만 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영화관 타격도 극심했다. 관객 감소에 이어 신작 공급 중단까지 겹치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큐 4개 계열 영화관 423개관 중 3월 94개관, 4월 106개관이 휴관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여파로 2020년 4월 극장 관객 수는 97만 2572명으로 통전망 가동 이후 역대 월 최저 관객 수를 기록, 상반기 경제적 손실이 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직영, 위탁, 비계열 전체를 포함하여 10개관 폐관, 18개관 영업 중단, 영업 중단으로 추정되는 상영관도 6개관에 달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 사진=CGV 제공


국내 멀티플렉스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영화 관람료 인상을 내세웠다. 극장 임차료, 관리비 및 인건비 등 고정비의 증가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극장 및 영화산업 전반의 경영여건 악화 등이 이유다. 멀티플렉스 3사는 입을 모아 영화관의 매출 상승으로 영화 투자, 제작, 배급 등 전분야 심폐소생에 나서겠다고 피력했다.

가장 먼저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 건 CGV였다. CGV는 10월 26일부터 좌석 차등제를 폐지하고 일반 2D 영화 관람료를 평일 오후 1시 이후 1만2000원, 주말(금∼일) 1만3000원으로 인상했다. 영화 관람료 인상은 2년 6개월 만이다. 이후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메가박스는 11월 23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인상했다.

영화 관람료 인상과 더불어 롯데시네마는 영화관 사업 전면 재검토를 통한 몸집 줄이기도 진행한다. 향후 2년간 전국 100여개 직영관 중 손실이 막대한 20여개 지점은 단계적으로 문을 닫으며 중국과 홍콩, 인도네시아 영화관 사업을 철수하고 베트남에서 운영중인 영화관의 20%를 축소 할 계획이라 언급했다.

이와 관련 한 영화 관계자는 “극장 관람료 인상으로 인해 관객들이 점점 극장을 오지 않을까봐 걱정된다. 극장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가 힘든 상황이다. 관객들이 극장을 오지 않고 OTT 중심 현상이 올까 하는 우려가 있다. 매출이 어려워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자본 경제 논리가 이해되지만 극장이 관객과 멀어지게 되고 영화 산업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극장 발걸음이 끊기자 한국 영화계에서는 VOD 매출을 손익분기점에 포함시켜 기록을 추산하는 현상이 잇따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으로 인해 관객 유치가 어려워짐에 따른 결과다.

넷플릭스 / 사진=넷플릭스


◆OTT, 더 이상 TV 대체재 아닌 콘텐츠 향유품

이에 실내에서 영화 콘텐츠를 간편하게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이 급부상했다. 그간 TV의 대체재로 여겨졌던 OTT 플랫폼. 이 중 넷플릭스의 대활약이 올해 영화계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2016년 출범한 외국계 OTT 사업자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 콘텐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은 쉽지 않았다. 진출 후 6개월까지 가입자 수는 5만 명대에 머물렀다. 작년만 해도 넷플릭스 유료가입자 수는 285만 명대로 국내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 294만보다 적었지만 다양한 소재와 전폭적인 지지로 왕좌를 차지했다. 9월 기준으로 국내 유료 가입자 수가 330만을 넘어섰고, 세계적으로는 1억95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어느덧 ‘글로벌 공룡 플랫폼’ 수식어를 달게 된 넷플릭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올해 한국 투자액은 7700억 원(미화 7억 달러) 수준이다. 사실상 넷플릭스의 목표는 이용자 수가 아닌 한류 콘텐츠 수급이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한류 영향력을 고려해 아낌 없이 제작비를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넷플릭스의 순기능

코로나19 속 영화를 극장에 개봉하지 못하는 제작사에게 물꼬가 돼 주기도 했다. 상반기 이제훈, 박정민 주연작인 ‘사냥의 시간’이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 행을 선택했다. 이후 '사냥의 시간' 해외 선판매를 맡았던 콘텐츠판다가 소송을 걸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후 합의 하에 넷플릭스로 공개된 이슈도 있었다.

팬데믹 현상이 유례 없이 길어지며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모이고 있다.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한 오리지널 시리즈가 흥행 연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살아있다’의 경우에는 ‘킹덤’이 자아낸 좀비 열풍에 탑승한 예시다. 공개 직후 ‘#살아있다’는 미국 및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러시아 등 유럽 주요국, 호주를 포함해 전세계 35개국 무비차트 1위를 석권하며 단숨에 글로벌 무비차트 1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드라마 및 영화 콘텐츠를 통틀어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넷플릭스 1위로 등극된 사례는 ‘#살아있다’가 유일하다.

특히 관객들의 극장 기피 현상이 지속되며 신작들은 넷플릭스와 협업을 빠르게 고려하는 모양새다. 박신혜와 전종서의 ‘콜’이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고 대작 ‘승리호’ ‘낙원의 밤’이 넷플릭스 이용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이어지며 개봉을 누차 연기했던 제작사들에게는 넷플릭스가 좋은 차선책이 된 셈이다.

◆넷플릭스 전성시대는 언제까지?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의 흥행이 지속될 거라는 예측을 던졌으나 최근 넷플릭스의 정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10월 넷플릭스 월간 사용자수는 814만 명으로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11월 다시 792만명으로 하락하며 성장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디즈니 플러스 출범에 따라 마블, 디즈니, 픽사 등의 작품이 넷플릭스를 빠져나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넷플릭스 전체 매출규모에서 한국은 약 1.5% 정도, 3~4천억 원 정도의 규모다. 전년대비 2대 정도 증가했으나 감소 추세에 들어간 넷플릭스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라는 특수 효과로 신규 가입자 수들이 높게 뛰었을 뿐 시장 기대에는 못미쳤다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장기적 도입이라는 맥락에서 유상 순익의 분기별 변동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으며 서비스 개선을 지속하면서 향후 몇 년간 강력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수혜를 입게 된 넷플릭스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바라본다면 변수는 존재한다. 최근 인터넷망 제공사업자(ISP)가 아닌 콘텐트사업자(CP)에게도 망 품질 안정성 확보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넷플릭스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국내 유료방송과 OTT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는 뜻이다.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일부 글로벌 CP를 규제하기 위해 칼을 빼어든 것. 이를 통해 국내 사업자 규제 완화로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시장 잠식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국 내 플랫픔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준비했다. 유럽은 넷플릭스에 유럽 안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쿼터제다. 프랑스는 외국 OTT 사업자들의 연수익에 2% 세금을 물리고, 독일은 연 매출의 일부를 영화진흥기금으로 쓴다.

디즈니 플러스 / 사진=디즈니플러스


또 월트디즈니컴퍼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2021년 한국 론칭 계획을 발표하며 국내 OTT 생태계의 변화를 야기한다. 코로나19로 극장 영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OTT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신작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캐나다에 출시한 후 호주, 뉴질랜드, 유럽, 일본 등으로 확대한 바 있다. 충성심 높은 팬들을 공략할 ‘스타워즈’와 ‘마블’ 시리즈 등이 무기다. 이에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OTT 시장에 어떤 반향을 자아낼지 이목이 모이고 있다.

◆고비 맞이한 한국 영화계에게 필요한 것은

이처럼 코로나19 시국이 길어지며 극장의 한파가 길어지고 있다. 유난히 춥고 쓸쓸한 2020년이다. 극장가와 OTT의 대립이 뜻하지 않게 발발된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은 아직 불투명하다. 넷플릭스로 인해 제작사의 숨통이 트였지만 전반적으로 수익 창출보다는 손해를 막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정부의 문화정책이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기생충’의 오스카 상 수상 등, 글로벌 시장의 주요 거점이 된 국내 영화 시장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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