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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와 성장 사이"…방송가 습격한 코로나19 [2020, 흔들린 방송가]
작성 : 2020년 12월 23일(수) 10:30

사진=프리픽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빼고 논할 수 없다. 방송가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포맷부터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의 강세까지 곳곳에서 변화가 이루어졌다.

더 짠내투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유 퀴즈 온 더 블럭, 신서유기8 / 사진=tvN,MBC에브리원


◆ '해외 예능 뚝' 바뀐 프로그램 포맷

코로나19로 해외 출국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에서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제작이 중단되거나 포맷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행 콘셉트 예능과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프로그램 등이 가장 많은 변화를 보였다.

tvN '더 짠내투어'와 같이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프로그램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연초에 제작이 중단됐다. 이후 정비를 거쳐 국내 여행으로 노선을 틀었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기를 보여준다. 역시 코로나19 발생 초기 해당 포맷에서 이미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중국, 베트남,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던 tvN '신서유기'도 시즌8은 국내 촬영을 택했다.

무작위로 가정집에 방문해 밥을 얻어먹으며 삶의 애환을 전하는 JTBC '한끼줍쇼'는 제작이 중단됐다. 비슷하게 시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퀴즈를 푸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실내로 무대를 옮겨 섭외된 출연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방청객들과 호흡하는 프로그램 등은 무관객으로 바뀌었다. 음악 프로그램인 SBS '인기가요',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등은 무관객으로 가수들의 무대만 보여준다. KBS '아침마당'에서도 방청객이 없어졌으며 '불후의 명곡'과 '복면가왕' 등 방청객 투표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등은 소수의 연예인이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지친 시청자들을 위해 맞추기도 한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코로나19 시국 속 해외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달레겠다는 포부다.

◆ '확진자 발생할까' 긴장감 가득한 촬영장

프로그램 포맷을 바꾸고 방역수칙을 지키더라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촬영장은 살얼음판이다. 또 스태프가 겹치는 촬영장이 많다 보니 연쇄적인 효과를 낳기도 한다. 촬영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송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8월 19일에는 배우 서성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함께 연극에 출연하는 허동원이 2차 감염으로 인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허동원이 출연하는 KBS2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은 촬영을 중단하고 배우, 스태프들의 검사에 들어갔다. 허동원을 분장했던 분장사(확진 판정)와 밀접 접촉한 오만석도 검사에 들어갔으며 이에 그가 출연 중인 JTBC '장르만 코미디'는 촬영을 중단했다.

11월 21일에는 보조 출연자의 연이은 코로나19 확진으로 방송가는 비상이었다. 대게 보조 출자들은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연쇄 작용은 더욱 크다. MBN '보쌈', JTBC '시지프스', SBS '조선구마사', KBS '달이 뜨는 강' SBS '펜트하우스', JTBC '허쉬', tvN '철인왕후' 등 해당 시점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 제작 속도는 더뎌지고, 제작비가 올라가는 실정이다.

방송국 직원이 코로나19 걸린 경우도 있다. TBS 직원 2명이 지난달 29일과 30일 연달아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으며 TBS는 해당 사실을 확인한 즉시 확진자 동선과 밀접 접촉자를 파악해 이들과 출연자 전원을 인근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받게 조치했으며 사옥 건물은 긴급 정밀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KBS도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자 긴급 대응 회의를 열고 전체 방역 및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MBC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6개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사진=KBS MBC SBS


◆ 광고 매출 하락세로 '휘청'

사실 방송사의 매출 하락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9년 KBS는 2019년 759억의 영업적자를 냈고, MBC는 15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였다.

이는 광고주들의 외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상파는 매년 광고 매출 수익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액은 2016년 1조 6천억 원, 2017년 1조 4천억 원, 2018년 1조 3천억 원, 2019년에는 1조 1천억 원이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이 곳간을 잠그면서 광고비를 축소했기 때문에 방송국의 적자는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을 내다봤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쪽에서 광고 협찬을 꺼리는 추세다. 코로나19로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이 이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째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나아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급기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사장들은 지난 4월 정부에 정책 지원을 요청하는 한국방송협회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얼어붙은 국내 경제가 지상파 방송을 견디기 힘든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예상 광고 매출의 약 40% 가까운 물량이 빠졌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광고 매출은 초기에 비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다. 지상파 관계자는 "3사 사장들이 공동성명을 낸 3~4월에 비하면 최근에는 복구가 됐다. 초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이런 불안감은 다소 해소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고 매출은 안정됐지만 여전히 적자다. 이에 KBS 네 번째 수신료 인상도 추진 중이다. 방송가에 따르면 KBS는 연내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을 상정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KBS가 재난방송 주관사로써 재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신료가 인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 '방콕'족 증가하자 미소 짓는 OTT·IPTV

지상파를 비롯해 방송국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OTT는 미소 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과 자택에 격리된 사람들이 늘었고,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가입자 수는 대폭 증가했다.

OTT 서비스의 강자인 넷플릭스는 1년 만에 약 2700만 명이 새로 가입해 현재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수는 약 1억 9500만 명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유료 가입자는 330만 명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뒤를 이어 토종 OTT인 웨이브가 유료 가입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티빙의 가입자 수도 늘었다. CJENM 3분기 실적표에 따르면 티빙 유료 가입자 수가 증가 함에 따라 디지털 매출이 지난해 3분기 대비 34.4%가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 OTT 시장 규모가 2014년 1926억 원부터 연평균 26.3%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780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PTV도 매출이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IPTV 매출액은 3조8566억원으로 지상파를 넘어선 수치다. 유료방송 사업자별 매출액에서도 IPTV는 12.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IPTV 가입자 수는 통신 3사를 더해 달마다 평균 10만 명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외출이 쉽지 않은 요즘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즐겨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도 다양해진다. 방송, 영화와 같은 볼거리를 넘어서 고사양 게임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사진=넷플릭스, 웨이브


◆ 답은 OTT인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OTT가 방송 적자를 매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 매출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OTT 서비스와 동시 계약을 맺지 않으면 더 큰 적자가 난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이제 기본적인 드라마 사업 구조가 OTT로 매출을 메꾸는 상황으로 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존도가 더욱 심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당 제작비가 20억 원에 달하는 SBS '더 킹-영원의 군주'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지만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손익분기점을 이미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도 프로그램 투자에 나서면서 오리지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출범 당시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강조한 웨이브는 올해에만 6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방송 중인 MBC '꼰대인턴'을 시작으로 MBC 'SF8(에스 에프 에잇)', SBS '앨리스', 채널A '거짓말의 거짓말' 등 드라마에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SBS는 웨이브의 적극적인 투자로 3분기 호실적을 얻었다. 지상파 중 유일하다. 드라마 '앨리스', '날아라 개천용'이 웨이브 오리지널로 판매됐다. 전문가는 SBS가 향후 3년간 영업 흑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OTT 업은 K드라마의 비상

OTT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파생된 장점은 K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팬데믹은 전 세계 사람들을 집 안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OTT 이용이 증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에서도 OTT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K드라마를 보는 글로벌 시청자들도 늘어났다. 넷플릭스가 약 190여 개국에 서비스된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로 돌아온 셈이다.

넷플릭스가 지역별로 발표하는 '오늘의 톱 10'을 기반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100위권 내 K드라마가 10편이 속해있다. 17위 '사이코지만 괜찮아', 28위 '더 킹: 영원의 군주', 41위 '청춘기록', 55위 '사랑의 불시착', 61위 '슬기로운 의사생활', 64위 '우리 사랑했을까', 65위 '스타트업', 80위 '쌍갑포차', 87위 '비밀의 숲', 97위 '이태원 클라쓰'다. 특히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10위권 내 9편, 베트남은 8편, 필리핀은 7편, 타이와 홍콩은 6편, 일본은 5편이 K드라마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의 시장성이 우수하니 넷플릭스는 더 많은 작품에 투자하고 있는 추세다. 넷플릭스는 이미 올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3331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콘텐츠 투자 금액인 약 8000억 원의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올해에 집중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K드라마가 인기 급물살을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은 넷플릭스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국가다. 한국은 훌륭한 수준의 제작 인프라와 뛰어난 스토리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한국의 이야기를 전 세계 회원들과 함께 나누며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남미, 북미, 유럽 지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와 사랑에 빠지고 있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창작자들과 끈끈한 협업을 이어가며 더욱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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