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드라마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배우가 있다. 작품 속에서는 남다른 존재감으로, 또 예능에서는 착한 웃음으로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는 배우 김선호다.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김선호는 2017년 드라마 '김과장'을 통해 매체로 넘어왔다. 이후 '최강 배달꾼' '투깝스' '미치겠다, 너땜에!' '백일의 낭군님' '으라차차 와이키키2' '유령을 잡아라'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김선호가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극본 박혜련·연출 오충환)으로 돌아왔다.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김선호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남성잡지 화보까지 찍은 성공한 남자의 표본인 한지평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김선호는 '스타트업' 출연 계기를 두고 박혜련 작가를 향한 팬심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너무 재밌게 봤었고, '피노키오'도 너무 재밌게 봤다. 오충환 감독님의 작품들도 너무 재밌게 봤다. '닥터스'랑 '호텔 델루나'까지 너무 재밌게 봐서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 대본을 보니 글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책이 너무 재밌어서 함께할 수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종영 소감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스타트업'이라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함께한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제작진분들과 배우분들, 모두 다 좋으신 분들이라 조금의 무리도 없이 행복하게 작품을 끝낼 수 있었다. 끝이라니 참 아쉽다. 저한테는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고, 지평이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한지평이라는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또 '스타트업'을 떠나보내며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를 뽑았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은 1회에서 최원덕(김해숙)이 어린 한지평에게 신발 끈을 묶어주고 나서 '성공하면 연락하지 마. 부자 되고 결혼해도 연락하지 마.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 마. 대신 힘들면 연락해. 저번처럼 비오는 데 갈 데 하나 없으면 와. 미련 곰탱이처럼 맞지 말고 그냥 와'라고 이야기해 주는 장면이다. 지평이로서도, 시청자로서도 가슴이 참 아프면서도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2회에서 최원덕이 서달미(배수지)와 식사하면서 '달미야,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마'라고 하는 대사를 좋아한다. 그러다 15회에 서달미가 최원덕에게 '가을이네, 할머니 보니까 예쁘게 폈어. 코스모스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되게 뭉클했고,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선정했다.
한지평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타고난 머리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억대 연봉을 받는다. 김선호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 김선호는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제가 연기했으니 50% 정도 아닐까 싶다. 한지평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하고 실제로는 좋은 집과 좋은 차도 없지만, 그래도 저라는 사람이 연기했으니 절반 정도는 저의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극중 김해숙과의 '케미'도 화제였다. 최원덕과 한지평의 서사가 깊은 만큼 이들의 '티키타카'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담당한 것. 이를 두고 김선호는 "김해숙 선배님께서는 진짜 최원덕이라는 인물 그 자체셨다.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매 순간 행복했고 즐거웠다. 촬영 내내 정말 '내가 이 자리에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동스럽고 영광스러웠다.
'케미'가 좋았다는 건 선배님께서 최원덕이라는 인물 그 자체로 저와 마주해주셨기 때문인 것 같다. 정말 감사했다"고 감회를 전했다.
이렇게 다른 캐릭터를 만난 김선호는 내외적으로 많은 부분을 쓰면서 준비했다고. 그는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을 모두 신경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한지평이라면 어떻게 걸을까, 어떻게 말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많이 고민했다. 당당하게 걷는 것, 서있는 모습, 한지평이라면 이때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등 한지평이 할 법한 제스처를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슈트 등 스타일링도 많이 신경 썼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한지평이 지닌 다양한 모습이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지평이라는 인물이 보이는 태도에 대한 차이를 많이 두려고 했다. 원덕을 만났을 때, 달미를 만났을 때, 도산이를 만났을 때 등 만나는 인물에 따라 지평이는 어떤 행동할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고,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며 여러 가지 준비한 것들을 실행해보면서 지평이란 인물을 만들어나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한지평을 통해 배운 점도 많았다. 그는 "한지평이라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감정, 생각, 행동을 통해 많이 배웠다. 어떨 때는 진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줄 알고, 어떨 때는 자신의 감정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더 배려할 줄 아는 것 같은 모습들이 있다. 사랑을 받을 줄 모르고, 사랑을 할 줄 모르는 한지평을 보면서 나 자신도 많이 돌아봤다. 또 감사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나의 태도는 어떤지에 대한 것도 많이 돌아봤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김선호는 '스타트업'을 통해 달라진 점을 꼽았다. 그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제가 출연하는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많은 분들께서 모니터링해 주신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며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를 참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구나를 체감하는 거 외에는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2020년은 김선호에게 드라마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해다. '스타트업'을 통해 호평을 받았으며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에 고정으로 출연하면서 주말 저녁 시청자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것. 이제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반응이다. 김선호는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1박 2일'은 정말 가족 같은 친분이 형성되다 보니까 멤버들에 대한 애틋함 같은 게 생긴다"며 "연기는 작품 하나를 다 같이 만들고 끝냈을 때 희열감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 애정 어린 작품이 탄생했을 때 느껴지는 감동의 순간들이 있다"고 표했다.
나아가 김선호는 앞으로 활동 계획도 전했다. 그는 "'1박 2일'을 통해 계속 인사드리면서 내년 1월에 개막되는 연극 '얼음'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날 것 같다"며 "내년에는 조금 더 편안한 배우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다. 무엇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인사했다.
끝으로 김선호는 배우로서 얻고 싶은 수식어를 밝혔다. 그는 "화보나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매번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다. 제가 가진 연기력 뿐만 아니라 저의 성격이나 내면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고 '다음 작품 할 때 이 배우만큼은 다음에 또 같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것은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목표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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