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역사 왜곡 우려→조선왕조실록 희화화…'철인왕후' 선 넘은 역사의식 [ST이슈]
작성 : 2020년 12월 14일(월) 18:30

철인왕후 / 사진=tvN 철인왕후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방송 전부터 원작 작가의 '혐한' 논란과 역사 왜곡 우려 등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철인왕후'가 방송 후에도 말썽이다. 2회 만에 부적절한 대사 논란까지 터지며 '철인왕후' 측의 역사의식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tvN 새 주말드라마 '철인왕후'(극본 박계옥·연출 윤성식)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장봉환(최진혁)의 영혼이 깃들어 '저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신혜선)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혼가출 스캔들을 그린 드라마다.

작품은 방송 전부터 연기파 두 배우 신혜선과 김정현의 만남, 신혜선의 첫 사극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철인왕후'의 원작과 시놉시스가 공개되며 기대 만큼이나 우려의 시선도 뒤따랐다. 먼저 '철인왕후'의 원작은 중국 소설 '태자비승직기'로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작품이다. 문제는 해당 소설의 작가 선등이 '혐한' 작가로 분류됐으며 그의 대표작 '화친공주'가 '혐한' 소설로 꼽힌다는 점이다. 선등은 자신의 소설에서 '빵즈'(중국인들이 한국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식탁보를 두른 채 한복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최근 중국이 김치, 한복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등 '문화 동북공정' 논란으로 시끄러운 시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혐한' 작가의 판권을 굳이 구입해 리메이크를 했어야 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철인왕후' 연출자 윤성식 PD는 "원작 판권에서 현대 남성의 영혼이 왕후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 나머지는 창작으로 만들었다. 스토리나 전개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철인왕후 대본리딩 / 사진=tvN 철인왕후


허구의 역사가 아닌 실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문제다. 작품은 퓨전사극을 표방한다. 그러나 극 중 철종과 왕비인 철인왕후, 대비인 신정왕후 조씨 등은 모두 실존 인물이다. 자칫하면 퓨전사극으로 포장된 상상력이 실존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철인왕후'의 대본리딩이 공개되자 다수의 시청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언제까지 종묘제례악을 추게 할 거야"라는 대사가 문제가 된 것.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일 뿐만 아니라 세계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된 중요문화재다. 때문에 전통이 깃든 문화재를 쉽게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첫 방송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철인왕후'다. 그런 가운데, 13일 방송된 2회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가볍게 다루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소용과 철종의 첫날밤이 그려졌다. 영혼은 남성인 소용은 철종과의 첫날밤을 피하고자 했고, 철종 역시 "잠자리가 예민하니 멀리 떨어져 자라"며 홀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를 본 소용은 "주색으로 유명한 왕의 실체가"라며 "조선왕조실록 한낱 '찌라시'네"라고 언급했다.

퓨전 사극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명백히 선을 넘은 대사였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기록한 사료로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 매우 엄격한 규율에 따라 작성됐다. 1997년에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돼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철인왕후' 측은 이러한 국가의 보물을 단순한 재미를 위해 '찌라시'라고 표현했고, 거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시청자들도 '철인왕후'에게 정통 사극처럼 완벽한 고증을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올바른 역사의식은 고수해야만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