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신혜선이 또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사극과 남성 영혼을 가진 캐릭터라는 더 어려운 숙제였다.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신혜선과 '철인왕후'가 기대된다.
12일 밤 tvN 새 토일드라마 '철인왕후'(극본 박계옥·연출 윤성식)가 첫 방송됐다.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들어 '저 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신혜선)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혼 가출 스캔들이다.
이날 방송에서 청와대 최연소 셰프 장봉환(최진혁)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수영장에 빠지는 사고로 조선시대에 타임슬립했다. 장봉환의 영혼이 들어간 곳은 중전이 될 김소용의 몸이었다. 그는 시대를 거스른 것도 모자라 성별까지 바뀐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특히 중전, 왕의 아내가 된다는 소식에 더욱 충격이었다. 장봉환은 김소용 역시 연못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물이 매개체임을 직감했다. 이에 그는 다시 한번 연못에 빠져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김소용의 사고 이후 순원왕후(배종옥)이 궁 안에 있는 모든 연못의 물을 뺀 상황. 이에 장봉환은 가례를 올려 중전이 된 후 연못의 물을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김소용과 철종의 가례가 진행됐고, 김소용의 사고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마무리됐다.
작품은 세도정치가 성행하던 조선 말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그간 태조, 태종, 세종, 성종, 영조, 정조 등 성군의 이야기는 많이 다룬 바 있으나 철종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건 흔치 않았다. 철종은 세도정치 속에서 무능력한 허수아비 왕이자 정치에 관심이 없던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그리기 썩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철인왕후'는 역사를 다 알고 있는 현대인이 가장 쇠퇴한 역사이자 조선에서 일제강점기로 넘어가기 직전, 혼란의 시대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를 뒀다. 아쉬운 역사를 보면 대게 그 시대에 들어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또 그렇게 바뀐 역사가 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그려보곤 한다. '철인왕후'는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된다.
소용돌이치는 역사를 무겁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겁다기 보다 코미디에 중점을 맞춰 시청자들의 유입 장벽을 낮춘 것. 실컷 웃다 보면 어느새 역사와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심에는 신혜선이 있다. '철인왕후'로 첫 사극에 도전한 신혜선은 남성의 영혼이 깃든 여성이라는 어려운 캐릭터까지 도전의 연속이었다. 도전은 성공이었다. 퓨전 사극의 분위기와 어울릴뿐더러 털털한 남성의 모습까지 제대로 표현한 것. 그간 신혜선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멜로까지 사랑스럽고 청초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 그런 그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것이다.
또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코미디의 큰 축을 담당했다. 작품의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이다.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코미디로 승화시키며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덜어주기도 했다.
김정현의 연기도 돋보였다. 김정현은 무기력한 철종의 얼굴부터 내면에 숨겨둔 날카로움까지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순식간에 바뀌는 감정선까지 디테일하게 전달하며 캐릭터의 개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신혜선과 김정현의 '케미'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코미디 장르에선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중요하다. 신혜선과 김정현은 환상의 '티키타카'로 호흡을 증명했다. 이러한 호흡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예측불가한 전개는 시청자들을 본방사수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의 큰 흐름 아래 현대인이 들어가 물꼬를 바꾸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전개가 펼쳐질 전망이다. 또 남성의 영혼이 깃든 여성인 김소용과 철종의 로맨스도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더한다. '철인왕후'의 전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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