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기자들의 세계를 그리면서 삶의 가치를 전하는 드라마 '허쉬'가 왔다. 다양한 캐릭터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진득한 감동으로 메시지를 주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황정민과 임윤아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돋보인다.
11일 밤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극본 김정민·연출 최규식)가 첫 방송됐다. '허쉬'는 큐대 잡는 날이 많은 '고인물' 기자와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생존형' 인턴의 쌍방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그린 드라마다.
이날 방송은 매일한국 기자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시작됐다. 매일한국의 정기인사 결과 편집국장 나성원(손병호)의 비위를 맞춰가며 승진을 노리던 디지털 뉴스부 엄성한(박호산) 부장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정세준(김원해) 차장은 오랫동안 몸담았던 정치부를 떠나 매일한국의 공식 유배지인 디지털뉴스부로 좌천됐다.
이지수(임윤아)와 인턴들은 매일한국 입성에 마냥 들떠 있었다. 펜대보다 큐대 잡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고인물' 기자 한준혁(황정민)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인턴들의 교육을 담당하게 된 것. 한준혁과 이지수 사이에는 첫 면담부터 미묘한 불꽃이 튀었다. 한준혁은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소신 발언으로 면접장을 발칵 뒤집었다는 이지수에게 "그런 말을 하고도 졸업 첫해에 인턴 합격했으면, 금수저? 황금빽?"이라는 농담을 건데 심기를 건드렸다. 또 한준혁은 인턴 경력도 빼곡하고 능력도 좋지만, 출신 대학 한 줄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오수연(경수진)의 이력서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실을 잘 아는 건 바로 오수연이었다. 매일한국에 지방대 출신이 없다는 말에 오수연은 눈물을 흘렸고, 한준혁은 "꺾이지 마라"고 다독였다.
이후 한준혁은 6년 전을 회상했다. 당시 담당 부장이었던 나성원이 조작한 가짜 뉴스로 절친했던 이용민(박윤희) PD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한준혁의 기자 인생을 뒤바꿔놓은 것. 특히 억울하게 세상을 등진 이용민 PD가 이지수의 아버지였음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지수 손에 들린 휴대폰 속, 기사 바이라인에 적힌 한준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두 사람의 악연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높였다.
이처럼 '허쉬'는 삶 자체를 그리며 위로를 전한다. 기자라는 특정 직업군이 나오지만, 초점은 그 안에 있는 인간 자체에 맞춰져 있다. 직업 드라마나 장르물이 아닌 휴머니즘으로 채워진 것. 여기에 기자라는 직업이 곁들여져 색다름을 선사한다.
때문에 기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 나아가 사회의 일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평이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인턴, 승진에서 밀려난 직장인, 욕심 보나 하루하루 출퇴근에 만족하는 직장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꾀했다.
이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인물이 된 한준혁, 사회 초년생 이지수, 가슴이 뜨거운 양윤경(유선), 부서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은 정세준(김원해), 아첨하는 엄성한(박호산), 열심히 하지만 학벌에서 좌절을 겪는 오수연(경수진) 등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있으며 다양하다.
중심에는 황정민과 임윤아가 있다. 황정민은 '허쉬'를 통해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간 스크린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그가 긴 호흡의 드라마를 통해 폭넓은 감정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허쉬'가 보편적인 삶을 담고 있는 만큼 힘을 뺀 황정민의 연기가 벌써부터 몰입도를 높인다.
매번 성장하는 임윤아는 어느새 완성형 연기자의 모습이다. 드라마 '너는 내 운명' '신데렐라맨' '사랑비' '총리와 나' 'THE K2' '왕은 사랑한다', 영화 '공조' '엑시트' 등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임윤아가 이번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간 장르물과 시대극을 넘나들었던 임윤아는 청춘 이지수 캐릭터를 만나 생활 연기를 선보인 것. 몸에 꼭 맞는 캐릭터를 입은 듯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외에도 '허쉬'에서는 '밥'이라는 매개체가 중요하다. 삶은 곧 밥인 것처럼 삶을 다루는 '허쉬'에 밥이 필수적인 것이다. 부제 역시 음식과 관련된 것들로 채워졌다. 또 인물들은 끊임없이 음식을 먹으며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한국인에게 밥은 참 중요하다. 돈을 버는 것은 밥 벌어먹는 것이고, 안부 인사도 밥과 관련됐다. '허쉬'는 이 점을 파고들어 밥을 삶과 관련해 선물한다. 때문에 출연자들의 '먹방'도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시청률도 나쁘지 않은 수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허쉬'는 3.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 '경우의 수'가 1% 대의 시청률을 유지한 것과는 다르게 순조로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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