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이제 막 배우의 길에 들어선 송정민은 진중한 자세로 롱런을 꿈꾼다. 항상 겸손하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겠다는 포부다. 송정민이 걸어갈 길을 지켜볼 만하다.
송정민이 배우에 대한 꿈을 꾼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송정민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드라마 '싸인'을 봤다. 당시 박신양이 부검사 역을 맡았는데 실제로 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80여 구의 시체 부검을 참관했다고 하더라. 그 열정이 크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차라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배우를 하면 나도 열정을 갖고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꿈을 꾸게 됐다"고 회상했다.
송정민의 배우의 꿈은 가족의 응원을 받기고 했고, 애정 어린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 배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반대했다. 왜 굳이 힘든 길을 걷느냐고 하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해도 되는 데라고 하셨다. 반대로 어머니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더라. 어쨌든 실질적인 힘은 아버지에게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해 수시에서 연기 관련 학과에 합격하겠다고 말했다. 수시에서 안 되면 정시로 일반 대학을 가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정말 운이 좋게 수시 준비를 했는데 상명대 영화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아버지도 대학 입시에 성공하니 나의 노력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송정민은 우연한 기회로 DSP 미디어 배우 연습생에 발탁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학교를 휴학하고 연습생의 길을 걸었다. 그는 DSP미디어에서 4년 동안 배우의 꿈을 키우며 뮤직비디오와 웹드라마 등에 출연했다.
4년의 연습생을 거친 후 송정민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군 입대를 마음먹었다. 평생 연기를 할 마음을 먹은 송정민에게 군대는 빨리 갔다 와야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길 자체가 바로 앞이 보이진 않는 일이다. 그러니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군대를 갔다 오면서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며 "그런데 전역이 다가 올수록 뭐 하지라는 생각이 컸다. 연기를 계속하기 위해 군대를 간 건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웃기더라. 그래서 나가서 준비하자 싶었다"고 전했다.
군 전역 후 송정민은 운 좋게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또 곧바로 KBS1 일일드라마 '누가 뭐래도'(극본 고봉황·연출 성준해)에 투입됐다. 그의 데뷔작인 셈이다. '누가 뭐래도'는 365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꽃집을 중심으로 부모의 이혼과 재혼을 겪은 자녀들이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일과 사랑 앞에 닥친 난관을 치열하게 이겨내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가족 드라마다. 극중 송정민은 다큐멘터리 PD 박자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송정민은 드라마 데뷔를 두고 신기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여태까지 뮤직비디오나 웹드라마 같은 짧은 영상에 출연했는데, 일일드라마에 출연하니 배우가 된 게 실감이 나더라. 신기하면서도 처음에는 내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연기적으로 완전히 얼어붙은 느낌이었다. 얼어붙지 않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데뷔하면서 부모님의 반응도 바뀌었다고. 송정민은 "부모님이 대놓고 티를 내진 않지만 안부 전화를 하는 횟수가 늘었다. 직접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며 "주변 친구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마냥 신기해하는 친구가 있는 한편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친구도 있더라. 그래도 항상 응원을 받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언젠간 될 거라고 얘기하곤 하는데, 이런 응원 덕분에 작품에 들어가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일드라마 특성상 선배들과 출연한다. 송정민은 선배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얼어 있다 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계속 말씀해 주셨다. 선배들이 여러 가지 방향으로 해보다가 아니면 다시 찍으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현장에서 사소한 조언까지 해주시니 배운 점이 정말 많다. 사소한 테크닉부터 모니터링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배운 점이 많은 만큼 만족스러운 촬영이었을까. 송정민은 "초반과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다.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아지는 게 보이더라. 선배님들이 워낙 잘 주니까 나는 잘 받기만 하면 돼서 그럴 수도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송정민은 배우로서의 매력을 자평했다. 그는 "내 얼굴에 선악이 공존하는 것 같다. 외관상으로 두 가지 캐릭터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적으로 아직 미숙하지만 점점 가다듬으면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 예전에는 정말 하이톤이었는데, 연습을 많이 해서 지금의 목소리를 갖게 됐다. 훈련으로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송정민은 롤 모델로 배우 지성을 꼽았다. 그는 "'킬미힐미'라는 작품을 봤다. 거기서 1인 7역을 소화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 이후의 작품 행보도 너무 좋았다. 연기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눈빛과 안면 근육까지 통제하더라. 저게 사람으로 가능한 연기일까 싶었다. 나도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자유자재로 해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지성의 영향으로 송정민 역시 1인 7역 같은 다중인격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1인 7역 같이 완성된 연기를 하고 싶다. 또 스릴러도 좋다. 긴장감과 몰입도가 있는 역할을 좋아한다. 다만 스릴러 장르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연기력을 인정받는 게 먼저지 않을까. 그리고 반전 매력으로 스릴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막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송정민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다. 그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식상한 답변일지 모르지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 이게 워너비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마음밖에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송정민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표했다. 그는 "막상 연기를 해보니 상상했던 것과 다르더라.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마냥 연기가 재밌고 즐거운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배우가 되니 연구를 해야 되고 사소한 점도 다 표현할 줄 알아야 했다. 그래야 풍부한 연기가 나온다. 정말 만만하게 봐선 안 되는 게 연기였다. 나도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처럼 이제 막 연예계에 발을 디딘 송정민은 열정이 충만한 상태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진지한 자세도 지녔다.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날 송정민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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