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조제'는 긴 미로에서 만난 종착점 같은 이야기다. 두 청춘이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났고 함께 걷다가 종착점에 도착했다. 사랑의 과정이 김종관 감독만의 색채와 연출력으로 오묘하고 몽환적인 색으로 꾸며졌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제작 볼미디어)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난 순간을 그린 영화다. 작품은 일본 소설과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했다.
밝힐 수 없는 이유로 세상과 단절한 조제와 세상과 소통하지 못 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표상인 영석.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과 운명 그 사이에 있다. 영석은 길 한 가운데에서 곤경에 처한 조제를 결코 지나치지 못 했고 조제는 영석에게 고마움을 크게 내색하지 않지만 밥상을 차려준다. 몇 번의 만남이 지속되고 영석은 조제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지만 조제에게 이 감정은 너무나 낯설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조제는 영석을 밀어내지만 영석은 돌고 돌아 다시 조제에게 돌아간다. 일본 작품들과 달리 '조제'는 두 사람의 감정이 켜켜이 쌓여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전체적으로 정돈된 톤과 인물들의 이야기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세심하게 담았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살아 숨쉰다. 인물의 감정 변화와 함께 흘러가는 계절의 청취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제 한지민 남주혁 / 사진=영화 조제 스틸컷
한지민은 그간의 연기 내공을 녹여 조제라는 미상의 인물을 그만의 색채로 채웠다. 무미건조한 무채색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것은 한지민의 캐릭터 소화력 덕분이다. 특히 숨처럼 뱉어지는 조제의 대사들은 관객들을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몽상가처럼 자신 만의 세상을 거니는 조제는 비교적으로 평범한 영석이라는 인물과 대조되며 한지민이 얼마나 역할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영화 속 남주혁은 한지민과 비교했을 때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영석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취업 준비생이기도 하지만 남주혁의 무겁기만 한 연기톤과 일관된 표정이 두 사람 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흐릿하게 만든다. 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기에 보는 이들의 인물의 눈빛과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내야 한다. 극 중반까지 시간의 흐름과 같이 흘러가는 전개는 나쁘지 않다. 다만 후반부에서는 이야기의 설명이 부러 두드러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이별 과정이 함축됐고 몇 마디 대사로 정리된다.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한국 영화만의 차별점이 될 예정이다.
러닝타임 117분 내내 다른 것에 집중하지 않고 서서히 젖어가는, 시나브로 같은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도 한정적이기에 몰입감은 꽤 깊다. 조제의 집, 헌책방 등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들에서 김종관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조제라는 인물이 다양성을 띄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평범하기에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운명 같은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고 상대방이라는 존재 자체로 조금 더 살아가야 할 계기가 된다.
아름답고도 현실적인, 먹먹함으로 가득찬 사랑 이야기 '조제'는 10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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