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미국 대형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가 내년 개봉하는 영화 전편을 극장 뿐만 아니라 자사 서비스 HBO맥스에서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극장 체인들과 크리스토퍼 감독이 강력히 반발 중이다.
4일(현지시간) 워너 브라더스는 내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 '매트릭스 4', '고질라 대 킹콩', '듄' 등 영화 17편을 극장과 HBO맥스에 동시 개봉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개봉작은 극장 개봉 후 90일이 지나서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며 극장 불황에 대한 우려로 내려진 결정이다.
워너 브라더스는 이에 앞서 '원더우먼 1984'를 이번 크리스마스에 영화관과 HBO맥스에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워너 브라더스의 CEO 제이슨 킬라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고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배급 모델 구축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HBO 맥스는 워너미디어그룹이 지난 5월 선보인 구독결제 방식의 스트리밍 서비스다. 요금은 월 14.99달러(약 1만6256원)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추가 요금 없이 워너브러더스의 신작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해당 발표 후 뉴욕증시에서 극장체인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에 대형 영화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 엔터테인먼트의 CEO 애덤 애론는 "워너 브라더스가 HBO맥스에 자금을 주기 위해 스튜디오 분야, 제작 파트너, 영화 제작자 등의 수익을 상당 부분 희생시키려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원더우먼 1984 / 사진=영화 원더우먼 1984 포스터
또 '인터스텔라' 등 그간 워너 브러더스와 함께 작업을 이어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역시 워너 브러더스의 자사 서비스 HBO맥스 활용 방침을 두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워너 브러더스의 2021년 자사의 모든 영화를 HBO 맥스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항의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항의문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업계에서 가장 큰 제작자와 배우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가장 위대한 영화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생각하고 잠들었다가 이튿날 그들이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어 "많은 훌륭한 배우들과 감독들이 함께 정성을 다한 영화들을 논의 없이 스트리밍서비스 미끼상품 역할로 전락시켜 버렸다"며 "너무 잘못된 일이다. 감독들과 배우들을 그렇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우선 이런 사항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 모른다. 워너 브러더스의 결정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반대했다. 시네마크 역시 영화 일부 상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이 붕괴되고 OTT 서비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된 시대다. 극장 시스템이 흔들린다면 영화 산업의 체제 역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워너 브러더스의 이와 같은 결정이 영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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