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남주혁이 낯선 얼굴로 모호하고 또 깊은 울림을 전한다. 올해 유난히 많은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섰던 남주혁이지만 묵직한 표정의 그는 제법 낯설게 느껴진다.
남주혁이 출연한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제작 볼미디어)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다. 극중 남주혁은 보다 성숙한 감성으로 돌아온 영석 역을 맡아 한지민과 진한 감정을 교류한다. 특히 그동안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남주혁이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얼굴로 관객과 조우한다.
남주혁에게는 '조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당시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김종관 감독의 '조제'가 궁금했고 또 그만의 영석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부담감을 극복하게 했다. 먼저 남주혁은 완성본을 본 소감에 대해 "치열하게 연기했던 그때 순간이 떠올랐다. 다양한 감정이 오갔다.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걱정과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과 일본 영화 '조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터. 남주혁은 그가 만들어낼 캐릭터를 위해 원작을 참고하지 않았노라 고백했다. 자신이 오롯이 만들어내는 영석이라는 인물로 서고 싶은 이유였다. 김종관 감독의 '조제' 안에서 온전히 남주혁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영석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남주혁은 영석의 평범함을 막연하지만 섬세하게 담기 위해 많은 작품을 참고하며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취업준비생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기 위한 고민이 많았던 남주혁이다. 다만 본인의 나이대를 고려한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20대, 청춘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지점이다.
극 중 실제로 어딘가 지친 표정으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을 법한 취업준비생인 영석이라는 인물의 첫인상을 두고 남주혁은 '평범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영석이라는 인물을 극대화시켜 정말 평범하게 보이고 싶다는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있었다. 이 고민이 제가 영석이라는 캐릭터를 하게끔 이끌었다. 그동안 맡았던 청춘의 긍정적인 모습보다 섬세하고 감정을 깊게 보여줄 수 있는 영석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주혁은 캐릭터 소화에 대해 "영석은 현실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 늘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친구다. 조제를 만나며 사랑에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영석의 평범함, 날것 같은 모습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많은 작품들을 찾아보며 저만의 것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간 영화 '안시성, 드라마 '눈이 부시게', '보건교사 안은영' 등 연차에 비해 다양한 장르를 만났던 남주혁은 이번 '조제'를 통해 처음으로 깊고 진한 멜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이를 두고 남주혁은 "제가 생각하는 멜로의 매력은 인물과 인물 사이 주고 받는 대사들이 크게 다가온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떨어져 있다가 서로 가까워지며 그리는 깊은 감정이 멜로만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배우로서 너무 감사하게도 감정을 터트릴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현장에서 몰입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면서 만족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영석을 소화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남주혁은 "극 중 눈이 내리는 날 조제 집 앞 골목에서 조제와 영석이 확인하는 장면이 가장 까다로웠다.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영석의 마음으로 대사를 뱉어내지 못했다. 그 장면에서 조금 더 몰두해야 해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침에 해가 떠서 어쩔 수 없이 마무리 해야 했다. 결국 숙소 들어가서 잠도 못 자고 생각하고 감독님한테 시간이 남는다면 어제 찍었던 장면을 다시 깊게 표현해보고 싶다고 요청드렸다. 이에 흔쾌히 수락하셨고 다시 찍게 됐다. 저에게는 정말 감사한 순간"이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눈이 부시게' 이후 한지민과 두 번째 호흡을 하게 됐다.남주혁은 한지민과의 재회에 대해 "초반에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감정이 있었다. 똑같은 인물이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 이 인물에 대해 감독님과 배우들끼리 소통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편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지민은 조언으로 다가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 조언이라기 보단 동등한 위치에서 만들어가는 편이다. 존중과 배려가 굉장히 넘친다. 현장에서 장면을 찍을 때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안에서 오는 소통이 참 좋았다. 상대 배우가 연기할 때 자기 바스트를 찍지 않아도 백 퍼센트 다 해주려 했다. 한지민의 행동을 보며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갔다"고 회상했다.
남주혁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타트업'에서도 청춘의 표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는 "'스타트업'과 '조제' 모두 나와 비슷한 지점은 없다. 두 인물들이 너무나 결이 다르다. 이 캐릭터들이 주는 선한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싶었다"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캐릭터에 동화되더라. 저도 모르게 캐릭터에 스며 들고 있었다. 지나고 보니 '내가 당시에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했었지'라 돌이키는 과정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2013년,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이후 2014년 '잉여공주'로 첫 연기에 도전한 남주혁은 본격적으로 배우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후아유-학교2015', '치즈인더트랩', '역도요정 김복주', '하백의 신부'를 거치며 연기력을 켜켜이 쌓아 올렸다. 6년차 연기자에도 비교적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남주혁이다. 그는 스스로의 연기를 두고 "성장했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늘 매사에 최선을 다 하며 흘러가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작품 이후에 오는 스트레스, 힘듦이 더 크다"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잠시 20대를 돌아보기도 했다. 남주혁은 잠깐 고민에 잠긴 후 "제 스스로 저를 봤을 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정말 열심히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 이 일이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점에 또 감사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쁘고 슬프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나중에 돌이켜 본다면 너무 멋진 20대를 살아왔다. 그 정도로 매 순간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연기관을 밝혔다.
남주혁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늘 자신의 연기력을 두고 아쉬운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많은 고민을 거쳤지만 여전히 목 마른 그다. 남주혁은 자신의 연기력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어떻게 만족하겠냐. 저는 만족하지 못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배님들도 마찬가지다. '조제'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늘 만족하지 못 했다. 늘 집에 가서 생각이 많다. 이것 또한 욕심이다. 스스로 만족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사뭇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연기는 늘 힘들다. 살아가면서 이토록 고민을 많이 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감사하다. 후회없이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주혁이 바라는 것은 꽤 단순하다. 시간이 지난 후에 많은 이들에게 '조제'가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것.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많은 고민이 지금의 그를 완성시켰다. 늘 자신을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남주혁이기에 다음의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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