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박하선, 공백기는 발판일 뿐 [인터뷰]
작성 : 2020년 12월 06일(일) 22:34

산후조리원 박하선 / 사진=키이스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박하선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잠깐의 공백기를 가졌다. 많은 사람들은 공백기가 길어지고, 이후의 활동이 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박하선이 보여준 행보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전보다 왕성한 활동으로 편견을 깨부셨다.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박하선은 '동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투윅스' '쓰리 데이즈' '혼술남녀' '편일 오후 세시의 연인'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가 '산후조리원'으로 돌아왔다.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오현진(엄지원)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격정 출산 느와르다. 극중 박하선은 미모, 육아 능력, 남편의 사랑까지 다 가진 다둥이 맘 조은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우선 박하선은 "인생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달이었고, 조은정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쉽다.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본, 연출, 배우, 제작진 모두 완벽한 작품에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시즌2를 꼭 했으면 좋겠다. 함께 열광적으로 호흡하고 지지해준 시청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하선은 우아하고 도도하면서 웃기고 짠하고, 거기에다가 귀엽고 슬프기까지한 조은저 캐릭터의 모습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가지 매력과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 정말 복합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캐릭터다. 이 정도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연기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인생 캐릭터였다"고 했다.

여러 매력이 있는 조은정 캐릭터. 박하선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꾸밀 수 있는 캐릭터였다고 되짚었다. 그는 "대본에 '풀메이크업에 진주 귀걸이를 한'이라는 지문이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인물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꾸밀 수 있는 캐릭터였다. 조리원 복장 안에서 최대한 캐릭터 컨셉을 보여주기 위해 명품 스카프, 개인 소장 헤어밴드, 제가 썼던 아대, 수면양말, 내복 등을 사비로 구입해 활용했다. 그리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여서 '나는 여왕벌이다', '나는 최고다'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박하선 / 사진=키이스트 제공


이렇게 새로운 캐릭터지만 실제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는 깊숙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박하선은 "극 초반 현진이의 출산 씬이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대하고 고대하고 많이 상상해도 막상 눈앞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표현하기가 어렵다. 진짜 내가 낳은 아이인가 싶어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막상 양수에 붙어있는 아이를 처음봤을 때는 예쁘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게 다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저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대본에도 그렇게 쓰여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는 키우면서 점점 예뻐 보이고 모성애가 생기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처음 산후조리원 수유실에 들어갔을 때 실제로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 전 친구랑 목욕탕도 같이 가지 않는데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가슴을 내보이고 교류한다는 게 당황스럽기도 했고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그 장면이 드라마를 통해서도 등장해서 너무 공감됐다"고 덧붙였다.

결혼과 임신, 육아 이면에는 경력단절이라는 아픔도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터. 이를 두고 박하선은 "공백기 동안 '나는 이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일을 하고 있어', '값진 일을 하고 있어.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일은 못 하고 있었지만 제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시간들 동안 다양한 작품들을 굉장히 많이 봤고, 그런 시간들이 제게는 약이 되더라. 또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하려고 그런 시간들을 지나온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직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극명하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이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라고 제게 휴식기가 주어진 것만 같았고, 제 출산경험이 없었다면 이 작품을 못 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더 좋아졌고, 잘 맞는다고 느꼈다"며 "'산후조리원'은 내게 조은정이라는 캐릭터로 남게 될 것 같다. '박하선이 연기한 조은정이 너무 얄밉다'는 반응들을 봤는데 나 자신으로 봐 주시는 게 아니라 캐릭터로 저를 봐 주시더라. 그래서 더 제 필모그래피에 좋았던 캐릭터로 의미 있게 기억될 것 같다. 또 제가 너무 공감을 하고 작품에 임했기에 할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극중 박하선은 전업 주부 역할이지만 실제로는 워킹맘이다. 워킹맘인 오현진(엄지원) 캐릭터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고. 그는 "은정과 현진이 섞여있지 않나 싶다. 현진의 모습도 존재하지만, 은정이라는 인물에 훨씬 애착이 가기도 했다. 현진을 봤을 땐 옛날의 나를 보는 거 같았고, 한참 육아를 하는 동안에는 은정의 힘듦에 공감이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하선은 "은정이와 결도 다르고 그만큼의 노력에는 못 미치지만,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은정이처럼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고 하는 부분에는 따라갈 수 없다. 또 저는 은정처럼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그런 강박적인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어렸을 때는 저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었지만,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남한테 도움도 받고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고단함과 외로움을 혼자 다 짊어지려는 은정이가 안타까웠다"고 자평했다.

산후조리원 박하선 / 사진=키이스트 제공


이처럼 임신과 출산을 다룬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하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을 회상했다. 그는 "초반에 '얄밉다', '박하선이 저런 연기도 잘하네'라는 반응에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짠하다', '공감 가서 미워할 수가 없다'라며 은정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분들의 댓글을 보며 즐겁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하경훈(남윤수)와의 '사약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사약길 썸'이라는 반응이 너무 재밌었다.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찾아보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알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경우'를 뜻하더라. 작가님께서 해피맨과 은정의 이야기를 넣은 건, 엄마이기 전에 여전히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여자인 은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담은 것이라고 들었다. 마지막 회에서 은정이가 라디오에서 경훈이 연주했던 곡이 흘러나오자 조용히 끄는 장면이 있다. 이런 은정의 행동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분도 계셨는데, 이 장면이 은정의 심경을 대변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흔들리면 안 돼'라는 암시와 함께 두 사람이 서로 어느 정도 감정이 있었구나 여지를 증명해주는 씬이 아니었나 생각도 됐고, 시즌2로 가는 복선이 아닌가도 싶었다. 시청자 반응 중에 '친구라도 하지 그랬어'라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 또한 아쉽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공백기를 거쳐 현재 박하선은 '열일' 중이다. 드라마는 물론 라디오 DJ에 도전하며 청취자들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박하선은 공백기가 '열일'의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간의 공백기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 정말 일하고 싶었고 일이 그리웠고, 그래서 쉰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열일하고 있다. 회사나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시는데 정말 전혀 하나도 안 힘들다. 제작 환경이 너무 좋아져서 여러 가지 병행할 수 있게 된 점도 감사드릴 일"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앞으로도 박하선의 '열일'은 계속된다. 그는 2021년을 앞둔 목표도 전했다. 그는 "요즘에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며 일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연기를 하고 싶고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전 아직도 보여드리지 않은 게 너무 많다"며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가 있는데, 아동 학대를 다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고백'과 산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아이’다. 두 작품 모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만큼 개봉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청년경찰' 이후로 공백이 길었던 만큼 영화적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배우로서 계속 쉬지 않고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박하선은 "대중에게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박하선이 연기하는 건 다 재미있더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임산과 출산은 박하선의 커리어와 필모그래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많은 공감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박하선의 '열일'은 진행 중이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