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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이충현 감독, 충무로의 젊은 패기 [인터뷰]
작성 : 2020년 12월 04일(금) 10:00

콜 이충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주저함도 없다.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피' 이충현 감독의 얘기다.

1990년 생 이충현 감독은 중학교 시절 우연히 본 뮤지컬을 통해 예술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충현 감독은 "처음에는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았다. 중학교 때 우연히 동네 예고에서 하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그걸 보고 나도 저 사람들처럼 예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고등학생들이 했는데, 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막연하게 저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서 예고에 들어갔고, 이후 어떤 예술을 할까 고민하다가 카메라에 끌렸다. 영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시나리오를 막 쓰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오히려 영화를 많이 쓰고, 많이 찍었다. 그때부터 한 편 한 편 더 다르게 표현하고 싶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품게 된 영화감독의 꿈은 단편영화 '몸 값'을 통해 구체화됐다. 이 감독은 '몸 값'으로 제17회 대구단편영화제 국내경쟁우수상, 제10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대단한 관객상 제목상과 작품상, 제8회 서울국체초단편영화제 SESIFF 단편 우수상,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단편영화상,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 감독은 "'몸 값'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했다. 당시 용필름 기획실에 계셨던 팀장님이 그 영화를 보고 용필름에서 준비 중이던 정지우 감독의 '침묵'을 각색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자연스럽게 정지우 감독과 시나리오 각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제작 용필름)을 통해 본격적으로 상업영화에 데뷔했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콜 이충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콜'은 2011년 개봉된 '더 콜러'를 원작으로 한다. 이충현 감독은 원작과 차별점을 두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작인 '더 콜러'와 '콜'을 비교하자면 큰 콘셉트만 같고 다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원작에서 갖고 있는 과거에서의 작용, 과거의 인물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일 때 현재 큰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점 등의 콘셉트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9년과 2019년이라는 시간을 새롭게 설정했다. 2019년은 현재를 나타내고, 1999년은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위해 설정했다. 세기말의 분위기가 영숙(전종서)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종말론과 밀레니엄 버그라는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이런 시기가 잘 어울리고 X세대의 폭주하는 감정도 영숙과 맞아서 그 시대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극중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와 이미지도 등장한다. 이 역시 X세대와 영숙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이 감독은 "서태지는 X세대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를 서태지라는 이름 하나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지 않냐. 또 서태지의 음악은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반항과 폭발적인 힘을 담고 있다. 이 점 역시 영숙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곡 '울트라맨이야'의 빨간색 이미지도 영숙과 맞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숙은 '콜'의 방향성과 이미지를 맡고 있는 주요 캐릭터다. 배우 전종서의 섬뜩한 연기와 어우러져 더욱 빛났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 "'콜'의 시나리오를 쓸 때 '버닝'을 봤다. 전종서가 갖고 있는 알 수 없고 신비하고 어디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힘이 영숙의 캐릭터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며 "전종서는 처음으로 크게 관객들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전종서의 가능성과 무한함은 어디까진 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 감독은 또 다른 주축인 박신혜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박신혜는 그간 주로 로맨스나 멜로에서 활약했다. 그런데 난 하드한 장르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박신혜는 눈이 좋은 배우다. 원초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라고 생각한다. 중심을 정말 잘 잡았다"며 "박신혜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을 '콜'에서 보여줬다. 하지만 이건 아주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다른 장르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 이충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런 복합적인 캐릭터들의 향연 속에서 이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콜'을 통해 여성 캐릭터가 뭉쳐서 장르적인 쾌감과 속도감이 폭발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기존에 어떤 것들과 다른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고, 배우들과 힘을 합쳐서 이루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충현 감독은 그간 보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 장르의 문을 열었으며 신선한 기술을 이용해 볼거리를 선사했다. 톡톡 튀면서 발랄하고 새롭다는 평이다. 그는 이런 영감에 대해 "영감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는 모든 부분에 안테나를 켜고 생각한다. 또 의도치 못하게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다. 길을 걸을 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메모를 한 경우도 있다. 무언가에 대한 이미지를 봤을 때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몸 값'과 '콜'을 놓고 봤을 때 이충현 감독의 취향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두 작품 모두 미스터리에서 비롯된 서스펜스가 돋보인다. 이 감독은 "요즘에는 워낙 복합장르가 많기도 하지만 미스터리는 나의 이야기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다른 장르를 하더라도 항상 어느 부분에 미스터리는 조금씩 들어갈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차기작 역시 스릴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작으로 보고 있는 것들이 있다. 아마 '콜'과는 다른 느낌의 스릴러 장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꼭 스릴러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될수록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한 번씩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장편 영화로 데뷔한 이충현 감독은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모든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처럼 다양한 영화에서 이충현 감독 특유의 미스터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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