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배우 최진실의 아들'이 아닌 지플랫으로 세상에 없는 음악을 하겠습니다."
최환희가 가수로 데뷔한다기에 내심 의아했다. 짙어지던 의문은 그가 첫 운을 뗀 순간 단번에 풀렸다. 매력적인 중저음, 가수를 해야 하는 목소리였다.
최환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코드, 지플랫(Z.flat)이란 이름을 내세워 가수로 데뷔했다. 배우를 꿈꿨지만 대중에겐 '가수'로 정식 첫인사를 건넨 것. 고등학교 2학년 때 오르게 된 학교 축제 무대가 그의 꿈을 바꿔놨다.
그는 "제가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한 걸로 많이들 알고 계신다. 아직까지 제 이미지랑 음악을 한다는 이미지를 합치 못 시키는 분들이 많다. 저도 그랬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직업이 될 만한 건 연기라고 생각했다. 미술도, 음악도 할 수 있었는데 그 두 개는 나의 남은 인생을 먹고 살 만한 정도가 아니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기를 배우는데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될 거라고 말하고 다녀서 무의식적으로 압박감이 있었다. '연기를 하고 싶다'도 있었지만 '연기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배우가 안 맞는 것 같고 방황을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힙합 동아리에 있던 친구가 '학교 축제 무대에 같이 서지 않겠냐' 하더라. 저도 힙합을 좋아해서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더라. 짜릿함과 여운이 많이 남았다. 연기에 대한 불확신이 생길 때랑 음악에 대한 재미가 생긴 시기가 겹쳤다.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그 뒤로 음악을 조금씩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플랫은 학교에서 배웠던 음악의 기초를 토대로 혼자서 곡을 만들어냈다. "중학교 3학년까지는 음악 과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었다"며 그는 "피아노도 칠 줄 알았고, 코드를 만드는 것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그 외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무슨 악기를 어디에 쓰나' '무슨 리듬을 사용하나' '멜로디가 대중적인가' 되게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이자 현 지플랫의 소속사 로스차일드(ROSCHILD)의 대표인 로빈에게 데모를 보냈다. 워낙에 이하이를 좋아했고, 악동뮤지션의 '다이노소어(DINOSAUR)'가 히트치던 때라 로빈을 만나려 수소문했다고.
그는 "'저를 받아달라'는 아니었고,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였으니까 전문가의 피드백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상담 목적의 자리를 갖게 됐다. 습작곡 몇 개를 들려드렸는데 좋은 것도 있다 하셨다. 그 뒤로 틈틈이 연락도 하고 작업물 교류도 했다. 대표님이 '이런 느낌의 곡을 만들어봐라' 계속 숙제를 내주셨다. 그런 식으로 2년 동안 하다가 대표님이 회사(로스차일드)를 설립한다고 같이 하면 좋겠다 하셨다. 전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음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최환희는 가수로 데뷔했다. 가족들은 그의 데뷔를 전폭 지지했다. 지플랫은 "할머니는 조용하게 계속 저를 응원해 주셨다. 제가 데뷔 전부터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많이 올렸는데 알려드리지 않아도 지인분들 통해서 찾아서 들으시더라. 많이 챙겨주시기도 한다. 동생도 처음에 음악한다고 했을 때는 장난식으로 '미쳤냐'고 '왜 연기를 놔두고 음악을 하냐'고 했는데 제가 음악 하는 걸 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홍보도 해주고 응원도 해준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친한 친구들은 제가 곡을 올릴 때마다 되게 잔인한 피드백을 해줬다. '랩하지 말고 비트만 만들어라' 그런 말도 있었고, 다른 노래 틀다가 제 노래 틀면 일부러 표정을 이상하게 하기도 했다. 근데 진짜로 제가 만든 곡으로 데뷔하고 나니까 평소에는 놀렸어도 되게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더라. 그런 사람들이 다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지플랫의 데뷔곡은 그가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인 '디자이너(Designer)'다. 밝은 느낌의 힙합 장르로 여가수 혼담과 듀엣을 맞췄다. 지플랫은 "사실 1년 전에 제가 만든 원곡이 있다. 피아노 베이스에 서정적이고 다운된 분위기의 곡이었다. 남자가 '예쁘게 디자인해 주겠다' 하면 여자가 '날 왜 바꾸려고 하냐. 있는 그대로 예뻐해달라'라는 남녀의 엇갈린 관점을 담았다. 대표님이 이 멜로디를 너무 좋아하셔서 '디자이너'를 데뷔곡으로 선정했는데 고민 끝에 곡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다. 새 출발인데 우울하다고 밝게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의 신나는 '디자이너'가 나오게 됐다. 가사도 남녀가 '서로를 디자인한다'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데뷔는 '디자이너' 한 곡이지만 지플랫은 만들어놓은 곡이 너무 많다. 혼자 음악을 만들면서는 마음에 들면 곧바로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했는데 데뷔하니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며 지플랫은 "발매하고 싶은 곡들이 너무 많다. 빨리 다 내버리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웃었다.
지플랫은 자신의 곡에는 '새벽 감성'이 담겨 있다고 했다. 실제로도 새벽에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고. 그는 "새벽에 노래도 많이 듣고 새벽에 베란다에 앉아서 한남대교에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본다. 그런 감성을 사람으로 만들면 제가 나오게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의 '새벽 감성'이 담긴 곡을 듣고 한 친구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지플랫은 "어느 날 친구한테 만든 곡 데모를 들려줬는데 그 친구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라. 곡이 너무 좋은데 되게 슬프다고 하더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동기부여가 크게 됐다. 듣고 '좋다' 이게 아니라 제 음악을 마음으로 느꼈다는 거지 않나"라고 감동 일화를 전했다.
이어 그는 "노래가 외롭고 우울한 걸 좋아한다. 대표님은 우울함 속에 행복이 있는 것 같다고도 하셨다. 우울한 걸 만들면 행복하게 들리나 보다. 반대로 행복한 걸 만들었는데 우울하게 들린다고도 하신다. 비트는 밝을지 모르지만 멜로디는 아예 밝게 가는 걸 싫어한다. 어느 정도의 감성은 있어야 한다. 감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플랫은 자신의 음악 색을 '검은색'이라 정의했다. 검은색을 좋아한다는 그는 "검은색 옷을 입는 것도 좋아하고 사는 것도 좋아한다. 제 음악도 검은색이 되고 싶다. 모든 색을 다 섞으면 결국엔 검은색이 나오지 않나. 앞으로 다양한 색을 보여드릴 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검은색이 될 것"이라 말했다.
가수로서 지플랫은 음원차트인, 1위, 관객들과의 공연, 좋아하는 아티스트와의 작업 등을 목표로 삼았다. 예능 출연은 고려 중이다. 그는 "제의가 들어오면 감사하겠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방송에서 낭비하고 소모하고 싶진 않다. 예능에 많이 나가면 아티스트란 이미지보다는 방송인이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기 쉬울 것 같아서 들어오는 대로 족족 한다기보다는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지키는 한에서 나갈 것 같다"고 밝혔다.
"음악엔 답이 없잖아요. 이미 있던 스타일의 노래여도 저만의 목소리, 저만의 플로우, 저만의 가사, 저만의 내용을 다 더해서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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