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회 전 회장이 판공비 논란에 해명했다.

이대호는 2일 청담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판공비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1일 SBS는 이대호가 2019년 3월 선수협회장에 취임한 후 회장에게 주어지는 1년간 판공비를 기존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2배 인상했고 개인계좌로 입금받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선수협회비는 전체 선수들이 연봉의 1%를 각출해 조성하게 되는데, 여기서 판공비는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가 아니기에 사용처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언론 보도에 따른 판공비 논란이 발생했고 이대호가 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판공비 인상은 본인이 회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선수들의 의결로 인상된 사안이라는 점, 판공비는 회장 및 이사진의 보수 및 급여로 분류해 세금 공제 후 지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Q. 판공비 인상을 본인이 제안한 것이 맞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나도 이야기했을 것이고 다른 선수들도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결정됐을 것이다.

Q. 1억원이 어렵다는 이사회 의견으로 인해 6000만 원으로 결정된 것이 맞나?

맞다.

Q. (판공비 인상 의견이 나왔던 회의가) 후보 출마를 고민하다가 수락하는 자리였다는데 맞나?

그때 당시는 제가 원래 후보도 아니었다. 다같이 의논하자는 취지에서 논의했고 최고 연봉자 3명이 나왔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Q. 출마를 고사하다가 참석했는데, 이사회에 참석하면 회장이 된다는 생각은 없었는지?

그런 생각으로 나간 자리가 아니다. 단순히 선배로서 같이 의논하고자 나간 것이다. 누가 회장이 되든 더 대우를 받도록 의견을 냈던 것이다.

Q. 사실상 '추대'가 되는 자리라고 생각한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내가 (회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회장이 되면서 그런 제안을 한다면 문제가 된다고 당연히 생각했다. 고사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Q. 회장 취임 후 판공비 액수 조정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지.

이렇게 문제가 될 줄 알았다면 벌써 시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과 회장직을 병행해왔고 그동안 선수협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판공비 논란이 없었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Q.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회장직을 권유받아왔는데?

내가 해외에 다녀오고 대표팀에서 활약했던만큼 선후배들이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알았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내게 투자한 만큼 야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팀을 떠난 뒤 기회가 된다면 회장직을 맡고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사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Q. 사무총장이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아 유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판공비가 현금 지급될 때의 문제점 등을 솔직히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 후 세금 문제가 있어 시정이 됐다고 한다.

Q. 사무국장 판공비 유용에 대해 알게 된 시점은.

현금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며칠 전 알게 됐다. 사무총장이 모르고 했다고는 하지만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책임을 지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때문에 함께 사퇴 발표를 하게 됐다.

Q. 사무총장을 선임했던 배경은.

후배들의 권익 보호와 팬들과의 소통을 생각했다. 조금 더 팬들과 다가가고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모셔온 분이다. 다른 취지로 데려온 것은 아니다. 선수협이 조금이나마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Q. 선수협 마케팅 직원 3명을 충원했다고 하는데, 선수협 사유화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사유화가 될 수 없다. 나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채용을 위해서는 이사회 가결, 변호사 자문, 10개 구단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은 이사회 합의 하에 이뤄지게 된다.

Q. 판공비 능가하는 돈을 쓰면서 선수협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회의나 식사, 미팅 경비 등에 판공비가 쓰이는데, 활동을 하다보면 판공비 이상의 돈을 쓰는 것 또한 사실이다.

Q. 현재 선수협 평가에 대한 심정은?

직접 해보니 선수협은 힘이 없는 조직이다. 선수는 야구를 하는 사람일 뿐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Q. 판공비 6,000만 원이 과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한 적은 없나?

당시에는 회장을 뽑자는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아무도 맡지 않는 자리를 누군가는 맡도록 해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Q. 앞으로 회장직을 아무도 맡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선수협회장은 하고 싶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선수들의 투표로 선택되고 뽑아줘야 하는 자리다. 누구든 맡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Q. 예전에는 '판공비는 반드시 카드로 결제하고 증빙이 없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현재 상황은 회계적으로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 회계적으로 후퇴했나?

(법률대리인) 관행으로 인지하고 있었따. 시정하지 않은 것은 인수인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정하려고 하고 있다. 차기 회장부터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

Q. '현역 선수가 반드시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수협회기에 현역 선수가 해야 선수의 고충을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선수 안에 있는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이고 선수들이 뽑는 자리다.

Q. 2019년 이사회 당시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는지?

(법률대리인) 내부적 법률검토를 통해 문제가 없을 시 공개하겠다.

Q. 정확히 언제부터 판공비가 현금으로 지급됐나? 업무추진 목적으로 사용된 내역을 공개할 수 있나?

-(법률대리인)정확한 시점은 모르며 확인해보겠다. 내역도 추후 법률검토를 통해 문제없다면 공개를 하겠다.

Q. (회장직을 맡을 당시) 회장직을 왜 꺼렸는지?

롯데와 고액 계약을 한 선수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당시에 '꼭 맡아야 한다면 다음 회장을 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가 꺼려해서 투표를 했다.

사실 실제로 해보니 좋은 자리는 아니다. 안좋게 물러나는 모습이 돼 다음 회장이 될 선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몇 달 전부터 후배들에게 나는 물러나겠다고 했고 그래서 이번 투표에서 후보에서도 물러났다. 맡아야 한다면 선배가 맡아야 하는 자리는 맞다.

Q. 판공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향후 이사회에서 결정이 날 것이고 판공비의 사용 내역을 정확히 증빙할 수 있게끔 시정하겠다.

Q. 선수협 회계를 보면 사무총장 및 이사들의 급여 항목이 따로 있다. 왜 회장만 '판공비'로 급여를 받는지?

(법률대리인) 판공비라면 세금 없이 수령했을 것이다. 이번 건으로 알게 된 것을 시정하도록 하겠다.

Q. 법인카드를 따로 받았나?

아니다. 현금으로 받아서 내 카드로 사용한다.

Q. 협회장 변호사를 따로 선임했는데?

변호사 사무총장 때도 법률 자문을 따로 받아왔었다.

Q. 한 시즌에 선수협 관련 일정이 얼마나 되나?

코로나19 여파로 달라졌는데, 없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했다.

Q. 전임 이호준 회장도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았나?

20년 전, 선수협이 만들어진 처음부터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Q. 6000만 원 판공비가 부족했나?

부족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Q. 사무총장이 인수인계 과정에서 좀 더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선수협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모셔온 분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마음이 아프다. 사실 전날 기사를 보고 많이 힘들었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