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활동명. 데뷔 4년차 배우 황희가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섰다. '구미호뎐'으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황희는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 하나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는 연기에 아직 목이 마르다.
3일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황희는 '구미호뎐'에서 이연(이동욱)의 충신 노릇을 해온 토종여우이자 수의사 구신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황희는 "7개월 동안 '구미호뎐'을 무사히 끝냈다는 거에 대해서 뜻깊게 생각하고 많은 스태프들, 동료 배우들과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간다는 게 아쉽다"며 "이제 정이 들고 재밌어지는 시점이라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시청자분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희는 '구미호뎐'에 합류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고 정말 재밌다는 생각을 했고, 의욕이 앞섰다. 이 작품에 꼭 참여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신주라는 역할로 오디션을 보고, 잘 그려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 역할이 응원을 받을 것 같았고 따뜻하게 그려질 것 같았다"며 "운이 좋게도 감독님이 선택해 주셔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민을 많이 하셨을 거다. 선택받은 이유는 듣지 못했다"고 웃으며 "아마 이동욱 선배님, 김범 씨가 비현실적으로 잘생겨서 그들 사이에 인간적인 동료처럼 보이는 인물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첫 판타지 드라마를 하게 된 황희는 구미호라는 캐릭터보다 구신주라는 인물 자체를 연구했다. 그는 "여우의 특성을 찾아본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구신주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연구를 했다"며 "구신주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여우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사회성이 좋고, 소위 말하는 '인싸'처럼 세상에 적응을 잘하는 모습, 대본에 쓰여 있듯이 충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헌신적이고 착하고 유약하지만 이연이라는 인물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우직한 심장을 가진 인물로 보여지길 원했다"고 밝혔다.
황희는 이러한 생각과 연구 끝에 완성한 구신주라는 인물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의 연기 방향은 더욱 명확했고, 또 성공적이었다.
인간 황희의 내면에 있는 작은 부분을 확장시켜 구신주를 완성했다. 그는 "제 안에 있는 작은 부분을 확장시키면서 구신주의 성격을 극대화했다. 초능력은 없지만 꺾이지 않는 의지와 충성심이 있고, 여자한테는 직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이 역할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상대 배우들도 황희에게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이동욱은 극 중에서도, 실제로도 황희에게 큰 가르침을 줬다. 황희는 "초반에는 알아가는 과정도 필요하고, 서로 연기 합을 맞추는 것에 있어서 발맞추는 과정도 필요하다. 1~2개월 정도 되니까 편해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보다 훨씬 유연하고, 뭐든지 다 받아주는 배우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게 됐다"며 "경험치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연륜은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이동욱 선배님은 배우와 호흡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게 익숙한 배우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연기를 하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늘 긴장할 수밖에 없고 대사를 신경 쓰면 감정 표현이 서툴러지기도 하는데 가볍게 잘 해내는 모습을 보고 빨리 경험치를 쌓아서 좋은 배우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보아에 대해서는 "에너지가 굉장히 좋고, 보고만 있어도 촬영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고 영혼이 맑아 보이는 친구"라고 했고, 김범에 대해서는 "나이가 또래인데 제가 김범 씨 드라마를 보고 자랐다. 멋있고, 순수하고, 진실되고 또 솔직하다. 모든 배우들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그걸 다 흡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듯 늘 배움과 전진을 멈추지 않는 배우 황희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위안이 됐다. 그는 "모니터를 하면서 늘 복기를 한다. 보면 '이렇게 하면 좋았을걸'하는 아쉬운 장면이 더 많다. 그래도 처음 방향성을 잡은 대로 최선을 다했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청자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보상받고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 캐릭터'라는 칭찬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황희는 "아직 이르다. 이제 네 작품 정도 했는데 아직 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다"면서도 "다만 구신주라는 인물을 내가 하게 돼서 참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뒷부분이 나오면 나올수록 대본을 보는데 구신주가 사랑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 활약은 미미했지만 곧 응원을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구신주라는 따뜻한 인물을 해서 고마웠고 참 재밌었다"고 밝혔다.
이어 "장르가 판타지라고 하지만 장르를 하나라고 단정 짓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인 장르다. 액션, 멜로, 휴머니즘까지 여러 가지로 매력이 많은 작품"이라며 "다채롭고 비주얼적으로 이렇게 멋진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화려했다. 참 재밌는 인물로 살게 해줘서 고마운 캐릭터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구미호뎐'을 향한 애정을 밝혔다.
황희의 말처럼 아직 그의 한계를 단정짓기는 이르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더 많은 배우인 것은 확실하다.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닦아온 황희는 30세에 tvN '내일 그대와'로 매체 데뷔를 했다. 이어 tvN '아스달연대기', SBS '의사 요한'까지 데뷔 이후에는 쉴 틈 없이 달려왔다.
황희는 "매체에 데뷔하기 위해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1년 정도는 계속 떨어졌었다. '아스달 연대기'라는 작품을 기점으로 다음 작품을 하는 시점이 조금씩 줄어들었다''며 "검증이 되지 않은 배우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제가 TV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비추면 비출수록 전보다는 공백기가 짧아지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연극하면서 참 막연했던 것 같다.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냥 내 연기를 많이 보여줄 수 있게 배우로서 연기력으로 유명해지길 원했다"며 "누구는 늦었다고 하지만, 저는 적절히 잘 넘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막 새하얀 도화지 위에 자신의 꿈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여러 가지 붓, 여러 가지 물감으로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 배우 황희의 꿈이다. 연기에 대한 그의 갈증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황희는 "(작품을) 더 많이 하길 원한다. 캐릭터의 방향성을 잡고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라며 "물론 힘들기도 하지만, 행복한 게 더 크다. 쉬는 게 몸은 편한데 오히려 무료하다.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 살을 덧붙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하던 황희는 좋은 배우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제가 말하는 좋은 배우란, 검색했을 필모그래피가 끝없이 나오는 배우"라며 "요즘은 감독, 작가가 유명하다고 해서 반응이 오는 환경은 아닌 것 같다. 시청자는 솔직하다. 잘 될 작품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다작을 하고 싶기도 하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계획은 많은 작품에서 많은 캐릭터를 남기고, 안 좋은 평보다는 잘한다는 얘기가 더 많이 들리는 배우로 남고 싶다. 바로 코앞으로 계획을 짜자면 쉴 틈 없이 빨리 다른 작품, 다른 캐릭터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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