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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휴머니즘으로 띄운 승부수 [무비뷰]
작성 : 2020년 11월 24일(화) 22:20

이웃사촌 / 사진=영화 이웃사촌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시대와 배경을 막론하고 휴머니즘은 통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 속에서도 사람들 사이에는 따뜻함과 신념이 있기 마련이다. '이웃사촌'은 정치적 신념이 나누어지고 소통이 단절된 시대에서 꽃 핀 휴머니즘을 다룬다.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제작 시네마허브'은 좌천 위기의 도청 팀이 자택에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야당 총재 의식(오달수)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의식은 국가안보부에 의해 자택 격리를 당하고, 국가안보부는 의식의 대통령 출마를 막기 위해 도청 팀을 꾸려 이웃으로 위장한다. 대권(정우)는 이런 도청 팀장으로 발령돼 24시간 의식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의식은 안보부에 의해 소위 '빨갱이'로 매도되고, 대권 역시 의식을 빨갱이라고 여기며 철저히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 가족들의 일상을 살펴볼수록 대권은 의식의 따뜻함과 신념,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게 된다. 정치적인 선입견이 벗겨지는 순간이다. 자택 격리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의식과 그를 감시하는 대권은 진정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다. 결국 대권은 안보부의 신념이 아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처럼 작품은 양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의 우정을 통해 진정한 사람 냄새와 도덕성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 얼핏 보면 정치 드라마의 색을 띠고 있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그 안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에서 오는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있다.

작품을 보다 보면 실존 인물을 떠올리기 쉽다. 해당 인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획을 그었으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연상케 한다. 관객 입장에서 절대 선인 셈이다. 반대 선상에 있는 안보부는 절대악이다. 도청, 미행, 살인, 납치 등 악행을 일삼으면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이념 안에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대결이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절대 선인 의식을 응원하게 만들면서, 대권의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오롯이 영화의 전개와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 정치 영화가 아닌 만큼, 빠르게 인물 간의 입장을 정리해 휴머니즘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웃사촌 / 사진=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이런 '이웃사촌'의 휴머니즘은 묘하다. 요즘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웃 간의 왕래가 없는 시기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이웃은커녕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통도 어렵다. 시대는 변했고, 이웃사촌은 사라졌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단독주택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가 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휴머니즘 때문이다. 시대와 배경을 막론하고 휴머니즘은 통한다. '이웃사촌' 역시 시대와 배경에 대한 공감보다는 그 안에 있는 휴머니즘에 매료될 것으로 보인다.

휴머니즘에 코믹함도 더해졌다. 의도적으로 연출한 코믹함과 대사의 맛이 돋보인다. 소소한 웃음부터 큰 웃음까지 관객들은 입맛에 맞는 코미디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코믹함을 가장한 짠한 감동까지 얹어졌다. 특히 대권이 마포대교에서 탈의를 하는 장면은 코믹함과 동시에 필사적인 것에 대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웃사촌'은 배우 정우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권은 작품 속 유일하게 변화하는 캐릭터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이 명확히 정해진 작품 안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만큼 정우의 어깨는 무겁다. 캐릭터가 지닌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런 대권의 변화는 정우를 만나 극대화됐다. 정우의 폭넓고 진정성 있는 연기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조연들의 캐릭터 열전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김병철, 조현철, 염혜란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캐릭터의 맛을 살린다. 감초 연기 전문인 오달수의 연기 변신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환경 감독의 힘도 크다. '이웃사촌'은 '7번방의 선물'로 약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환경 감독 특유의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이번에도 관객들에게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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