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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정우, 진정성으로 무장하다 [인터뷰]
작성 : 2020년 11월 22일(일) 16:24

이웃사촌 정우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연기에 대한 기교 대신 진정성으로 무장한 배우가 있다. 이런 진정성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는 단다. 발이 땅에 닿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정우다.

배우 정우는 2009년 영화 '바람'으로 진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후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정우는 영화 '쎄시봉', '히말라야', '재심',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등에 출연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정우가 이번에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제작 시네마허브)를 통해 관객 사냥에 나선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 팀이 자택에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정우는 극 중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는 도청팀장 대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웃사촌'은 '7번방의 선물'로 약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정우는 이환경 감독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그는 "감독님의 데뷔작인 '그놈은 멋있었다'에 출연했다. 사실 영화 현장에는 굉장한 긴장감이 있다. 물론 나는 영화 현장이라는 것 자체가 꿈이고, 내가 하고 싶어서 뛰어든 일이지만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긴장감까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유독 이환경 감독님의 현장에는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긴장감만 흐른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 연기가 조금은 다르구나를 현장에서 느꼈다. 그 기억이 참 오래도록 남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이웃사촌'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 이번에는 감독님이 어떠실까 싶었다. 역시나 였고, 현장에서 정말 큰 힘이 됐다. 현장에서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씬들의 탑을 쌓아 갈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또 즐거운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감독님마다 연출 스타일이 다른데, 난 이환경 감독과 지내온 시간이 길다 보니까 아무래도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과 허물없이 지내니까 더 디테일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환경 감독은 집요하게 장면을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정우는 "워낙 감독님이 집요하다. 예민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집요하다. 만들고자 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한다. 매 장면 그랬다. 이런 식으로 촬영을 끝내면 고되고 힘들지만 성취감이 엄청나다. 그게 참 아이러니하다. 힘들고 고된데 성취감은 배우로서 귀한 경험이다. 아무 현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전했다.

이웃사촌 정우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대권은 극 중 감정적으로 가장 많이 변화하는 인물이다. 극 초반에는 냉철하고 가부장적이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따뜻한 자신의 신념으로 행동한다. 감정선이 바뀌다 보니 고민한 지점도 있을 터. 이에 대해 정우는 "초반에는 도청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시선 처리, 눈빛, 미세한 떨림, 숨소리 등을 원맨쇼하듯이 혼자 했다. 헤드셋을 듣고 있는데 실제로는 안 들리지만 들리는 연기를 해야 되는 거다. 초반에는 그런 걸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했다"며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들이 폭발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부분은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부터 계속 고민했다. 밥을 먹든 차를 타든 눈을 뜨든 잠을 자든 신들이 따라다녔다. 마치 실오라기처럼"이라고 고뇌를 전했다.

그러면서 "아마 많은 배우들이 이럴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은 섬세하고 예민하다. 특히 주연 배우로서는 위치를 떠나서 무언갈해야 된다는 중압감이 있다. 특히나 감정신을 찍을 때, 카메라 앞에 혼자 서면 외롭기도 하다. 그런 건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그런 삶을 반복적으로 사는 것도 배우의 숙명이다. 그걸 즐기면 좋을 텐데.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즐기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고통과 함께 한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이제 40살이 넘었으니까 조심스럽게 조금씩 꺼내는 거다. 어렸을 때는 내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선배들도 이런 얘길 꺼내는 쉽지 않은데 후배인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도 되나 싶은 고민이다. 연기에 대해 얘기를 하면 난 항상 조심스럽고 나 자신이 교만해지는 게 아닌가 항상 점검하려고 한다"고 겸손한 마음을 보였다.

'이웃사촌'에는 김희원을 비롯해 김병철, 조현철, 염혜란 등 소위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정우는 이 사이에서 주눅이 들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첫 리딩 때 선배들 기에 주눅이 안 들려고 정말 열심히 했다. 어떤 배우는 리딩 때 숨기고 안 보여줬다가 현장에서 짜잔 하고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걸 할 줄 모른다. 리딩 때 밑천을 다 드러내고 시작한다. 그리고 채워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우는 유독 시대극에 많이 출연했다. 현재가 배경이 아닌 과거 배경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응답하라 1994', '바람', '재심'이 그랬고, 또 이번 작품인 '이웃사촌'도 1980년대가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정우는 "내 얼굴에 과거가 있나"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일부러 과거 시대의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추억과 향수에 공감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연의 일치로 과거 배경의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발이 땅에 닿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실화 베이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과거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보여준 정우다. 그는 이제 변화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카카오TV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분노조절장애 남자와 분노를 유발하는 여자가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시대는 현대"라고 전했다.

이웃사촌 정우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처럼 정우는 참 고민이 많은 배우다.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배우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다. 이런 삶이 피곤할 수 있을 터. 이에 대해 정우는 "그럴 수 있다. 나는 타고난 배우는 아닌 것 같다. 약간의 소질은 있을 수 있지 모르지만 천상 배우의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발악을 한다. 나 자신을 괴롭힌다. 내가 연기 테크닉을 부릴 줄 모른다. 오로지 진정성 하나로 밀고 나간다. 그런데 자칫 교만해지면 진정성이 닳아 없어지더라. 그래서 항상 내 점검을 하면서 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우의 점검은 매 순간 일어난다. 그는 "나도 사람인지라 어떨 때는 내 연기가 좋다. 그러면 너무 좋아서 기뻐 날뛴다. 그러다가 바닥을 보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배우들은 감독님과 관객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매 순간 만족시켜드리고 싶다"며 "이제는 다른 부분을 함께 채워야 가능하겠다는 마음이다. 그간 연기 하나만 바라보면서 현장에 있었다. 다른 거는 신경을 못 썼다. 이제는 주변을 되돌아 보고 한 발 떨어져서 전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우는 예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목표는 없다. 그거에 대해 생각을 깊게 하진 않는다. 예능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울렁증이 있다. 어색하기도 하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하지를 못한다. 다만 이번 영화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개인적인 모습을 조금 보여드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우는 '이웃사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했다. 그는 "남다른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물론 이환경 감독님이 있다. 배우와 감독으로 교감했던 날들이 오랫동안, 그리고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겐 큰 힘"이라고 밝혔다.

정우는 끊임없는 채찍질로 자신을 점검하면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보여줬다. 발이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는 묵직한 진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더불어 정우의 연기 변신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를 모은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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