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가족이라는 이름에는 강한 힘이 있다. 상처 주고 아픔을 줘도 결국 가장 큰 사랑은 가족에게서 나온다. 항상 곁에 있기에 당연한 존재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영화 '애비규환'이다.
'애비규환'(감독 최하나·제작 아토)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이야기다.
작품은 대학생 토일과 고등학생 호훈(신재휘)이 토일의 부모인 태효(최덕문)와 선명(장혜진)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시작된다. 토일은 야심 차게 향후 5년간의 계획까지 세웠지만, 돌아온 건 "누구를 닮아서 그 모양이냐"는 부모의 핀잔뿐이다. 이에 토일은 친아빠를 찾아 내가 왜 내가 이 모양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마음먹었다.
너무 어릴 때 헤어진 탓인지, 토일은 친아빠의 얼굴과 이름조차 기억이 나질 않다. 그렇다고 엄마에게 물어볼 순 없는 일이다. 토일은 친아빠가 최 씨에 기술가정 선생님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무작정 대구로 떠난다. 임신 5개월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친아빠를 찾았지만, 실망만 남는다.
설상가상 서울로 돌아온 토일은 연락이 끊긴 호훈 때문에 망연자실한다. 이에 토일과 태효, 선명은 호훈을 찾으러 나서고, 가방을 갖다 주기 위해 토일을 이들을 찾은 친아빠까지 가세해 한바탕 소동이 펼쳐진다.
이처럼 작품은 이혼 가정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다. 토일은 새아빠와 가정을 이루며 내면에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존재가 새아빠와 새로 출발한 엄마의 걸림돌이라고 여긴 것이다. 새아빠 역시 토일이 대구로 내려갔을 때, 자신이 싫어서 내린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상처받는다. 이런 가족의 상처는 아이러니하게 갈등이 최고조일 때 해소된다. 곪은 상처가 터진 것처럼 속마음을 분출하는 순간 새살이 돋은 것이다. 작품은 이런 가족의 상처와 사랑을 보여주면서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일련의 과정들은 곳곳에 배치된 코믹 요소와 어우러지며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만든다. 가족은 나의 삶에 밀접된 만큼, 인생과 닮아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삶 속에는 작은 코미디가 있음을 알린다. 또 우리 사회에 깔린 이혼 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인 코미디로 풀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계기를 만든다.
이런 코믹적인 부분은 호훈의 부모에게서 돋보인다. 호훈의 부모는 임신한 토일을 나무라기보다 오히려 친부모처럼 살뜰하게 대한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다른 작품 속 시부모와는 다르다. 사회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 것이다. '애비규환'은 색다른 지점에서 낯선 장치를 사용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중심에는 배우 정수정이 있다. '애비규환'은 정수정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정수정은 작품 속에서 토일에 녹아들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당차고 자신감 있는 모습은 정수정 그 자체다. 또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임산부 캐릭터의 작은 디테일을 살리면서, 이미 출산한 여성들에게 공감을 살 것으로 기대된다.
정수정을 둘러싼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최덕문과 장혜진은 극에 중심을 잡았다. 또 성장하는 가족의 모습을 변화하는 캐릭터로 보여주며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식의 성장을 보면서 부모도 성장한다는 것을 톡톡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훈의 부모인 남문철과 강말금의 연기도 탄탄하다. 남문철과 강말금이 맡은 캐릭터야말로 새롭고 신선한 만큼 톡톡 튀는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다. 자칫 산만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지만 과하지 않은 완급 조절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최하나 감독의 따뜻한 연출도 돋보인다. 아빠가 2명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항상 곁에 있어 준 엄마에 대한 사랑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다.
독립영화 특유의 감성과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드라마, 그리고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열연이 모여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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