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겸 탤런트 강지환(본명 조태규·43)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5일 강지환에게 적용된 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40시간, 취업 제한 3년 명령도 원심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유전자형이 검출됐다"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 당시 강지환의 행동, 피해자가 느낀 감정, 추행 직후 잠에서 깨 인식한 상황과 그에 대한 피해자의 대처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피해자가 이후 강지환으로부터 고액의 합의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항거불능 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면서 강지환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강지환은 작년 7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2명과 술을 마신 뒤 스태프들이 자는 방에 들어가 1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1명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지환은 체포 직후 "술에 취해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가 구속영장 발부 후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미 혐의를 인정한 상태에서 형에 불복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강지환 측은 "기억이 나지 않아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변호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비춰질까봐 1, 2심 당시에는 다소 소극적인 대응을 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12월 5일, 1심 재판부는 강지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2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강의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지난 6월 11일 항소심도 재판부는 "1심 선고의 형이 파기할 만큼 너무 많거나 적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과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강지환은 항소심 공판에서 "저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면서 "지난 세월 많은 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지금 제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강지환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상고를 결정했다. 8월 18일 강지환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유한) 산우 측에 따르면 강지환은 기존 증거들을 다시 따져보자는 취지로 상고를 결정했다. 강지환 측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을 짚어낸 60페이지 가량의 상고 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강지환의 법률대리인 심재운 변호사는 "피해자 A씨에게서 강지환의 정액이나 쿠퍼액이 발견되지 않았다. B씨에게는 속옷 속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발견됐다. 우리는 B씨가 샤워 후 강지환의 의류와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DNA가 옮겨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추행을 했다면 생리대뿐만 아니라 B씨의 속옷이나 강지환의 양측 손에서 상대방의 DNA가 발견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검출되지 않았다"며 "평소 주량이 세지 않은 강지환은 이날 소주 7병에 샴페인까지 마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계속 바뀌었고 DNA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원심에서도 주 목격자인 B씨의 진술의 모순성을 계속 다퉈왔으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법원은 별다른 근거 없이 이를 배척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의 모습이 담긴 강지환의 자택 내부 CCTV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CCTV영상에서 피해자 A, B씨는 강지환과 술자리를 가졌고, 강지환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자 A, B씨가 부축해 방으로 옮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전후 지인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눈 내용도 알려졌다.
이밖에 피해자들의 모습이 담긴 강지환의 자택 내부 CCTV 영상에는 피해자들이 취한 강지환을 부축해 방으로 옮기는 모습, 이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구경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전후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눈 내용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국선 변호인인 법무법인 규장각 박지훈 변호사는 스포츠투데이에 "(강지환 측의 주장은) 이미 1심과 2심의 법원에서 배척된 바 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혐의를 벗을 만한 여러 정황들이 나오면서 사건이 뒤집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이 이어졌지만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 강지환은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