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둘 중 하나다. 모 아니면 도."
'1박2일'에 13년째 출연 중인 김종민이 시즌4의 출연진 조합을 듣고 한 말이다.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지 약 11개월. '1박2일'은 도에서 모로 가는 지름길로 향하고 있다.
'1박2일'은 자타 공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예능'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1박2일' 시즌3 출연 멤버였던 정준영을 둘러싼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또 다른 멤버인 김준호와 차태현이 내기 골프 의혹에 휩싸이며 프로그램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1박2일' 제작진은 결국 방송 및 제작 무기한 중단을 결정했고, 이렇게 2007년 첫 방송을 시작해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던 '1박2일'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박2일'은 9개월여 만에 다시 시청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KBS는 계속되는 예능 부진에 수익성 악화, 자신감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다시 '1박2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의 브랜드는 내세우되 그 외의 것은 모든 것이 바뀐 채로 말이다. '1박2일'의 네 번째 시즌은 제작진과 출연진을 모두 재정비했다. 연출은 방글이 PD가 맡았고 배우 연정훈, 김선호와 코미디언 문세윤, 가수 딘딘과 라비가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그러나 새로운 멤버들은 신선함을 잡았지만, 기대감은 잡지 못했다.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출연진들의 예능감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뚜껑이 열린 후에도 '1박2일'은 기존의 우려를 완벽하게 뒤집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쉽다는 평가를 들은 것이 사실이다. 이전의 '1박2일'은 독한 야생 버라이어티를 내세웠고, 실제로 그 '독함'이 인기의 한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시즌의 멤버들은 순하디 순한 모습으로, 보기에는 편안하지만 예능적인 재미를 놓친 것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방송 시작 후 1년이 다 돼가는 현 시점에 '1박2일'은 초반의 반응을 조금씩 뒤집고 있는 모양새다. 이전 시즌에서 '국민 바보' 이미지를 구축했던 김종민은 이 멤버들 속에서는 에이스로 거듭나며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있고,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던 문세윤은 자신이 가진 예능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잘 해내고 있다.
또한 '예능 초보'인 연정훈, 김선호가 예능에 적응해가는 과정과 활약도 큰 재미를 안겼다. 딘딘과 라비 역시 프로그램 곳곳에서 웃음을 주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1박2일'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던 멤버들이 똘똘 뭉치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함께한 시간이 쌓이며 '순한 맛'을 베이스로 멤버들의 관계가 형성됐고, 각각의 '케미'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이렇듯 '1박2일'에서는 유독 멤버들 간의 관계가 두드러진다.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패러글라이딩을 못하는 김종민을 위해 퇴근 도중 달려와 대신 뛰어준 연정훈, 연정훈의 아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먼저 퇴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문세윤 등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훈훈한 모습 속에서도 나름의 재미를 잘 채워가고 있다. 이처럼 멤버들 간 잘 구축된 관계가 프로그램 속에 그대로 녹아들면서 '순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1박2일'은 시청률 11.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넘어서며 동시간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극을 쫓는 '매운 맛' 예능프로그램이 대세가 된 가운데 '순한 맛' 예능도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된 것.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한 '1박2일'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