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어떤 상황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 자신이 가고 싶은 그 길을 걷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무수한 '시간'이 쌓인 결과다. 데뷔 19년 차 배우 신동미가 가진 힘이다.
신동미는 27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박보검(사혜준)을 지지하는 짬뽕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매니저 이민재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자신의 연기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90편이 넘는 작품을 소화하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신동미이지만, '청춘기록'은 그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그는 "사전 제작 드라마라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본 지가 오래됐다. 마지막회도 보면서 느꼈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신동미가 '청춘기록'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성장'이었다. 항상 주인공의 곁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왔던 그였기에, 대부분 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고 돕기만 했다. 그러나 '청춘기록' 속 이민재는 달랐다. 주인공의 성장을 지지하고 도우면서 본인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역할이었던 것. 신동미는 "안길호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다. 당연히 흔한 조력자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같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서 너무 좋았다. 주변인들까지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어서 대본을 보고 바로 한다고 말씀 드렸다"고 설명했다.
매니저 역할을 맡은 신동미는 같은 업계를 그리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그는 "제일 잘 아는 얘기를 하는 게 제일 어렵다. 잘못 표현되면 안 되니까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는데, 직업 자체에 대한 얘기보다는 그 꿈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크니까 부담이 덜했다"며 "악플, 기사 등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괜찮을까?'라는 걱정도 했는데 방송에서 너무 적절하게 잘 표현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동미는 '청춘기록'의 촬영을 일찍 끝내고, 출연자가 아닌 시청자의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됐다. 그리고 '청춘기록' 속 매니저 이민재는 곧 배우 신동미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즉, '청춘기록'은 배우 신동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신동미는 "이민재는 참 부러운 캐릭터였다.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그 나이에 꿈에 대한 확신을 갖고 도전적으로 행동하는 게 쉽지 않다. 항상 사혜준에게 말할 때 확신에 차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갈 길에 대해 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도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사람인데, 확신에 차서 밀어붙이는 이민재가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춘' 사혜준의 성장기는 배우 신동미의 '청춘'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그는 "엄마, 아빠한테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다는 사혜준의 대사가 나오는데 참 공감이 갔다. 드라마 속에서는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이었다면, 저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나이 먹어서도 잘 안되고 고생하고 있는 저를 응원은 하시지만 걱정도 많이 하셔서 그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생각나더라"라고 회상했다.
신동미가 말하던 '그때'. 신동미의 빛나는 청춘이기도, 한편으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기도 했다. 신동미는 참 치열했던 그 때를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신동미는 "저는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대학교도 연극영화과를 진학했고, MBC 문화방송 30기 공채로 데뷔했다"며 "계속 연기를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저만의 목표가 있고, 청사진을 그렸는데 서른 살에 그게 다 깨졌다. 서른 살 때 제 모습은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비를 내고 나니까 차비도 없었다. 강아지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그런 기억들이 '자양분'이 됐다고 믿지만, 그만큼 힘들었던 기억이기도 하다. 신동미는 "그 시간들이 신동미라는 배우를 만든 건 맞다. 앞으로도 더 나아갈 거지만, 그때는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연기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많으니까 '오늘은 뭐 하지?'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진로가 확실해지는 시기는 마흔이 넘어서인 것 같다. 행운이 찾아와서 이른 나이에 깨달으면 좋은데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 20대 청춘의 과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오늘 뭐 하지'를 고민하던 신동미는 '어떤 작품을 하지'를 고민하는 배우가 됐다. 걸어가는 길을 고민하면서도 20년 동안 쉴 새 없이 직진한 결과다. 결국 끝이 보이지 않던 터널을 빠져나와 눈부신 빛을 보게된 것.
신동미는 "지금은 (제 상황이) 너무 좋아졌다. 예전에는 내 배역에 이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감독님들이 먼저 찾아주시고 너무 감사할 뿐"이라며 "많이 발전했다. 저 진짜 많이 연기했다. (무명 시절의) 연기에 대한 갈증도 풀린지 오래다. 다작하는 비결은 따로 없고 불러만 주시면 감사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tvN '하이바이,마마!', JTBC '모범형사'에 이어 tvN '청춘기록'까지. 올해는 배우 신동미에게 특별한 한 해로 남게 됐다. 배우로서 자존감을 되찾았다는 점이 가장 컸다. 신동미는 "사실 2019년 KBS2 '왜그래 풍상씨'를 할 때 너무 힘들었다. 연기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좋지 않은 개인사까지 겹쳐서 '연기는 내 직업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근데 작품이 잘 되면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던 지점이 있었다. 근데 올해 그 지점들이 많이 해결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은 배우로서 참 단단해진 한 해다. 나에게 모든 작품들이 치유가 돼줬다. 배우로서 다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좋은 추억으로 기억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저한테 다시 시련이 오더라도 올해의 기억에 덜 힘들게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선택을 받게 되는 순간 성공한 배우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동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저도 아직 선택받는 배우라고 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저는 보통의 성공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없다. 그냥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미가 말하는 성공한 배우의 인생이다. 예전보다 단단해진 현재이지만, 더 단단해질 내일을 꿈꾸는 것. 또한 배우의 길을 단단하게 하는 건 필모그래피라고 믿는다. 9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신동미가 풀지 못한 갈증이 남아있다고.
그는 "작업을 못했던 갈증은 풀렸는데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있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대표적인 작품, 캐릭터가 없는 게 조금 아쉽다. 이제라도 다양한 역할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스릴러도 해보고 싶고, 멜로도 해보고 싶다. 더 나이 먹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 결국 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필모그래피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면 성공인 것 같다"고 밝혔다.
청춘은 나이로 정의되지 않는다.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인 것이다. 수많은 필모그래피에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달려가는 신동미의 청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