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김건우는 눈부신 내일을 살기 위해 정진하는 오늘을 꿈꾼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김건우의 '청춘기록'은 이제 막 첫 페이지가 열렸다.
2017년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데뷔한 김건우는 tvN '라이브', MBC '나쁜형사', tvN '유령을 잡아라'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김건우는 데뷔 4년 차,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극본 하명희·연출 안길호)을 만났다. 주인공 사혜준(박보검)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갑내기 톱스타 박도하 역으로 특별 출연하게 된 것. 그러나 특별 출연으로 시작하게 된 '청춘기록'은 김건우에게 정말 '특별'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김건우는 "'청춘기록' CP님이 제 전작인 '유령을 잡아라'와 같은 CP님이시다. 정확히 알려주시지는 않았는데 그 인연으로 출연하게 된 것 같다"며 "처음에는 대기실에서 사혜준을 때리는 장면, 사혜준과 함께 영화 촬영하는 장면만 촬영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분량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찍어야 할 두 장면을 다 찍었는데, 회사로 대본이 도착했다. 대본을 봤더니 제 이름이 있더라. 자연스럽게 촬영장을 또 가게 됐다"며 "특별출연인데 끝까지 살아남게 돼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다가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편안하게 갔는데 분량이 점점 늘다 보니까 생각도 늘어났다"며 "근데 단순하게 박도하는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남들 시선 신경 안 쓰고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이니까 이기적이고 나를 더 사랑하자는 생각을 했다. 박도하의 행동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청춘기록'의 '특별한' 출연을 경험하면서 김건우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특히 언젠가는 꼭 일해보고 싶어 '팬'을 자처한 안길호 감독의 한 마디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주로 이창훈(이태수 역)과 호흡을 맞췄던 김건우는 촬영 내내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닌 말일 수도 있지만, 김건우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힘이 됐다고. 그는 "저랑 이창훈 선배랑 같이 있으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말씀하신다. 저를, 또 제 연기를 믿어주시는 거다. 그 말에 힘이 나서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또래 배우들과 함께한 연기 또한 김건우에게는 자양분이 됐다. 그는 "첫 촬영 때는 배우들끼리 처음 보니까 기본적인 어색함이 있다. 근데 (박) 보검이가 어색할 틈 없이 너무 잘해주고 말도 많이 걸어줘서 재밌게 촬영했다"며 "익히 들은 대로 천사였다. 뭐라고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소문이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변) 우석이, (박) 소담이랑은 친구다. 그래서 친구들한테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다. 특히 소담이는 학교 선배이기도 한데, 친하지는 않고 인사하는 사이였다. 현장에서 두 번 만났는데 많이 챙겨줬다"고 고마워했다.
이렇듯 김건우에게 '청춘기록'은 곧 성장인 셈. 특히 자신과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기록' 속 주인공 사혜준의 이야기를 보고, 김건우는 많은 것을 느꼈다고. 그는 "사혜준이 겪는 일들이 진짜 제가 겪는 일이라고 느껴졌다"고 밝혔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6년간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던 김건우는 '버스킹의 천국'인 홍대의 중심에 노래를 하는 가수를 꿈꾸다 우연한 계기로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입시도 입시고, 저에 대해 냉정한 시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친한 친구가 연기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따라갔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하는 호기심이었는데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3수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기과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건우는 "처음에는 내가 원해서 왔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책 하나를 통으로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 대사 세 줄 읽고 눈물을 흘려야 하고, 갑자기 웃고 갑자기 소리질러야 하는 연기가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것은 곧 매력으로 변모했다. 그는 "근데 평소에는 무난한 삶을 사니까 갑자기 변화할 수 있는 연기가 매력이 됐다. 다양한 직업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연기의 길로 들어선 김건우는 수많은 벽에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상실감도 밀려왔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그에게도 문은 열렸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해서 끝나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김건우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건우는 "더도 덜도 말고 딱 캐스팅 하나였다. 잘 되기 전에는 캐스팅이 하나가 안 돼서 그렇게 힘들었다"며 "사혜준처럼 집에서 아버지도 반대 많이 하셨고 '다른 걸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셨다. 근데 지금은 좋아하신다. 저보다 더 잘 챙겨 보시고, 조언도 많이 하시고 묵묵하게 응원해 주신다"고 웃었다.
이어 "과거를 돌이켜 보자면 모든 신인들이 겪는 과정이지만 20개 이상의 오디션을 봐서 하나만 돼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근데 하나를 합격한 게 기쁘기 이전에 19개 떨어진 게 큰 상처로 다가온다"며 "이렇게 안 될 때는 정말 의심의 연속이었다. 내가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면 한도 끝도 없이 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나는 과연 선택받을 수 있을까. 신인 김건우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자책했다. 다양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내 모자람을 탓하게 됐다. 그러나 의심이 풀려가는 지금은 그 생각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김건우는 "지금은 생각이 많이 건강해졌다. 당시에는 내 부족함을 찾아서 자책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안 되는 게 모두 내 탓은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많은 걸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김건우는 자신의 청춘에 대해 "험난했지만 잘 걸어왔다. 잘 싸웠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청춘이고, 누군가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꿈에 다가가고 있기에 절반은 성공이다.
이제 나머지 절반을 채우기 위해 김건우는 또 달릴 생각이다. 그의 청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김건우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악역을 맡았다. 나쁜 것만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고 선택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그래도 찾아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악역이 통쾌하기도 하지만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저라는 배우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서 우선 제 이름을 알리고 싶다. 그 이후에 제가 나오는 작품이 기대되고, 궁금해지고, 또 챙겨서 보고 싶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