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김민재는 늘 성장에 목마른 사람이었다. 데뷔 후 쉬지 않고 작품에 임할 수 있는 원동력도 성장의 즐거움이었다. 늘 고민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김민재는 지금도 성장 중이다.
김민재는 2015년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로 데뷔해 '두번째 스무살' '처음이라서' '마이 리틀 베이비' '낭만닥터 김사부' '도깨비' '위대한 유혹자'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김민재가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연출 조영민)를 통해 청춘 멜로에 도전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민재는 극 중 한국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 박준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먼저 김민재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기인데 다들 안 다치고 건강하게 끝내서 너무 다행이다. 소중하고 행복했던 작품이라 떠나보내기 아쉽기도 하다. 인터뷰를 하니 조금씩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클래식 드라마에 도전한 김민재는 피아니스트 역을 소화하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원래 피아노를 칠 줄 알았는데 클래식 피아노는 처음이었다. 악보를 초견해서 치는 정도로 잘하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코드 진행 위주로 피아노를 쳤는데 클래식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며 "한 달 반 정도 준비할 시간이 있어서 극에 초반에 나온 곡들은 그나마 연습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후반부에는 정말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그때는 힘들었다. 안 그래도 부담감이 있고, 콩쿨에서 우승한 걸 연기해야 돼서 어려웠다.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민재는 가장 어려운 곡을 꼽았다. 그는 "'트로이메라이'가 가장 첫 번째로 연습한 곡이고, 가장 오래 연습한 곡이다.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렵더라. 처음 클래식을 치다 보니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피아노를 단지 잘 쳐야 되는 게 아니라 거기에 감정을 담아야 하는 중요한 곡이라 어렵게 느껴졌다. 또 하나 더 꼽자면 라흐마니노프의 곡이 어려웠다. 내가 손이 엄청 큰 편인데 너무 어렵게 배열돼 있어서 손가락을 찢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박준영은 속내를 쉽게 털어놓지 않고 감정 표현도 적었다. 마음을 깊숙히 묵혀 주변에서 오해를 사고 그것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김민재는 캐릭터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촬영장 밖에서도 노력했다. 그는 "메서드를 할 만큼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캐릭터와 엄청 잘 분리가 되는 타입도 아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서도 힘이 빠져있었고, 또 그걸 유지하려고도 했다. 그렇게 해야 더 담길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민재의 성격은 박준영과 닿아 있었다. 진중하고 고민이 많은 편이라는 그는 스스로 채찍질을 하면서 단련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는 타입이다 보니 고민도 깊게 한다. 여기서 안 좋은 영향을 받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촬영을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집에 오는 동안 계속 생각한다. '왜 그랬지? 다음에 잘해야지'하면서 계속 나를 채찍질한다. 이렇게 다짐하고 잘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갔는데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많이 힘들다"고 전했다.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만난 김민재는 배역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아 내가 얘기를 자주 해야겠구나. 속 얘기를 잘 꺼내놔야겠다.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얘기를 안 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구나 싶었다. 연인 관계에 국한된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다 적용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준영은 천재 피아니스트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인물이다. 김민재는 이를 연기에 접목시키며 자신의 재능을 되돌아봤다. 그는 "내가 원래 재능을 타고 나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노력들을 많이 했다. 계속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본에 '좋아해요'라는 대사가 있었을 때 그 대사를 10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서 연습한 후 어떤 게 더 진심이 담기는지 혼자 시뮬레이션한다"며 "내가 재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잘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걸 작품에 적용시키기 위해 연습한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했는데, 막상 안 될 때 좌절감과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아이돌 연습생으로 시작해 배우가 된 케이스다. 그는 연습생 시절부터 재능을 위해 노력했고, 데뷔 후부터는 꾸준히 작품을 찍으면서 배우의 길을 갈고닦았다. 이에 대해 김민재는 "참 열심히 달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달려온 것 같다. 그리고 더 열심히 달려가고 싶다. 아직은 한 토막에 불과하다. 연습생 시절에 노래, 개인기를 연습했다면 지금은 연기적으로 여러 가지를 쌓고 있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도전하는 김민재는 하고 싶은 캐릭터도 많다. 그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 귀여운 악역을 해보긴 했는데, 한도 끝도 없이 나쁜 캐릭터를 해보진 않았다. 이런 캐릭터는 깊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도전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추격자' 속 캐릭터처럼 깊이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 그런 악을 표현한다는 건 더 많은 생각을 요한다. 과거에는 악역이 매력적일 수 있었는데, 과연 이게 맞는지, 또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까지 생각해야 될 것 같다. 그렇게 연기를 하면 아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처럼 김민재는 캐릭터 하나를 생각할 때도 진중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성격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고민하는 게 매력적으로 일을 알아갈 수 있게 만든다. 동시에 고민과 걱정을 너무 많이 한 건 후회되는 지점이다. 고민과 걱정을 적당히 해야 되는데 너무 심하게 한다. 고민에 빠져서 잠을 못 자고, 그러면 다음날 컨디션이 안 좋고, 그러다 보면 또 실수해서 고민에 빠진다. 안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이 조금만 꼬리를 물려하면 자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민재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전했다. 그는 "계속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다. 쉬고 싶은 적도 있는데, 쉬나 일하는 거나 힘든 건 똑같다. 그럴 바엔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게 더 좋다. 그래서 작품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작품을 연달아서 하다 보니까 감도 잃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늘 성장을 꿈꾼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원동력으로 꼽을 만큼 그는 늘 성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김민재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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