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도굴'의 매력은 무해한 유쾌함이다. 큰 웃음과 작은 웃음이 제법 터져 나온다.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활약이 공백 없이 채워지며 시름 많은 극장가를 위로한다.
11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제작 싸이런픽쳐스)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다.
이야기는 강동구가 황영사 금동불상을 손에 쥐게 된 후 윤실장(신혜선)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강동구는 겉보기에 꽤 허술해 보이지만 제법 타고난 능력과 센스를 겸비한 전문 도굴가다. 스스로를 뽐내기 바쁠 뿐 어쩐지 계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유들유들한 인물이다. 이후 강동구는 팀원을 모아 선릉 도굴 계획을 실행한다.
강동구라는 캐릭터는 최근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평면적 인물이다. 한결같이 선의를 베풀고 악행은 지양한다. 또 마음 깊이 권선징악을 꿈꾼다.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기 바쁘다. 고물과 현금, 거짓과 배신이 난무하는 장안평 골동품 상가, 강동구는 가죽이 헤진 칼집 속 날을 바짝 세운 단도 같은 인물이다. 적진에서도, 죽기 직전의 상황에도 입을 다물지 않지만 나름의 복수와 계획으로 움직이며 앞을 향해 나아간다.
타고난 기질이 도박꾼이기에 오는 베팅을 마다하지도 않는다. 과거 '타짜'의 고니가 그랬던 것처럼 배짱을 부릴 줄 안다. 또 작은 손실을 아쉬워하지 않고 다음 그림을 그린다. 도굴꾼이지만 정의로 나아가는 이 아이러니한 강동구의 매력은 이제훈의 찰떡 같은 캐릭터 소화력 덕분이다. 연기력을 적재적소에서 발휘한다. 특유의 힘 있는 톤이 신뢰감을 준다. 그간 묵직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났던 이제훈이기에 능글 맞으면서도 짓궂은 강동구가 흥미롭다.
또 강동구를 중심으로 짜릿하게 펼쳐지는 팀 플레이 역시 재미를 더한다. 내막을 알 수 없는 윤실장과의 묘한 긴장감이 작품 기저에 깔려 있다면 관객들을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존스 박사(조우진), 삽다리(임원희)의 활약도 뜨겁다. 애드리브로 꽉 채운 대사들이 유쾌하고 또 산뜻하다. 특정 대상을 희화화하거나 빈약한 몸개그에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기에 무해하다.
이야기는 꽤 단순한 편이다.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인물들이 장애물을 넘어 도달한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도굴꾼들은 빨리 빨리, 또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영화의 장점은 오롯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다. 도굴이라는 소재외에는 익숙한 감성과 흐름이기에 예상 가능한 그림 안에서 한껏 매력을 발산한다. 또 인물을 억지로 이해하려거나 서사를 쫓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교훈과 메시지가 명확하면서 가볍고 유쾌하다. 밝은 톤의 영화만이 줄 수 있는 힘이 있다. 머리를 비우고 인물들과 함께 웃으며 안팎의 걱정을 털 수 있는 시간이다. 무해한 웃음이 주는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11월 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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